일부 소상공인 환영 불구 지지부진
카카오 주문하기 플러스 친구 화면.
카카오는 지난 9월 12일 카카오톡 안의 ‘주문하기’ 서비스 대상 범위를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동네 음식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배달앱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카카오의 이 같은 결정은 단박에 업계 이목을 끌었다. 2014년 11월 당시 소문이 무성했던 ‘카카오 배달 시장 진출설’에 “계획 없다”며 부인했던 것을 뒤집은 결정인 데다 ‘빅3’가 공고히 자리잡은 시장에서 어떻게 틈새를 파고들지 궁금했던 것이다.
카카오가 3년 전만 해도 강하게 부인했던 사안에 대해 태세 전환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 2년여간 임지훈 전 대표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계열사가 60개로 늘어났다. 카카오헤어, 주차 등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도 선보였다.
그러나 불어난 몸집만큼 실적은 따라주지 못했다. 지난 1분기 카카오의 총매출은 5554억 원, 영업이익 104억 원이었으며 2분기 매출액은 5889억 원, 영업이익은 276억 원을 기록했다. 임 전 대표 취임 직전인 2015년 3분기 매출액이 2295억 원, 영업이익은 162억 원, 취임 직후인 4분기 매출액이 2417억 원, 영업이익 204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부진한 성적표다. 계열사가 늘어난 만큼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을 보면 2015년 3분기와 4분기 각각 7%, 8%였지만 지난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1.9%와 4.7%로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자 카카오가 부진할 실적을 만회할 수 있는 분야를 ‘배달’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배달앱 시장 규모는 해가 갈수록 급성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3347억 원이었던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5000억 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년 내 그 규모가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2015년까지 적자에 시달리던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은 2016년 들어 전년 대비 10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1626억 원, 영업이익은 21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1.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8.7배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반영하듯 프랜차이즈에 한정했던 카카오 역시 지난 1년간 입점 프랜차이즈가 14개에서 45개로 늘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판매 채널의 확대를 고민하는 중소사업자들의 입점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와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배달앱 업체에 신물이 난 중소상인들이 ‘월 3만 원’이라는 업계 최저 수준의 이용료와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카카오에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정 아무개 씨(28)는 “카카오가 환영받는 이유는 경매형식의 광고 판매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중개수수료가 없는 대신 ‘슈퍼리스트’라는 경매형식의 낙찰제도로 광고 순위를 정한다. 정 씨는 “사업 시작 첫 해부터 지금까지 입찰가는 계속 올라가기만 했다”며 “광고비만 180만 원인 지역도 있고 그것마저 1000원 차이로 1등과 2등이 갈려 동네 상인들끼리 눈치 보고 경쟁한다”고 말했다.
10월 1일 열린 배달앱 문제 개선 정책토론회. 제공=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경매형 광고방식의 문제점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배달앱 문제 개선 정책토론회’에서도 비판받은 바 있다.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한 이현재 배달의 민족 대외협력팀 이사는 “슈퍼리스트에서 광고하는 업체 중 200만 원을 넘게 쓰는 업주는 0.2%밖에 되지 않는다”며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의 정 씨는 “카카오가 무경쟁 정책을 유지한다면 나머지 배달앱은 쓰지 않을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배달에 대해 한편에서는 ‘속 빈 강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34)는 “신청한 지 3주가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라며 “지인도 8월에 선예약을 했는데 아직 연락을 못 받았다더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입점 창구가 너무 많아 일처리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토로한다. 카카오에 입점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카카오 주문하기 서비스 하단에 있는 ‘우리동네 매장 입점 신청’을 통해 본사에 직접 신청하는 방법과 ‘매니저’라고 불리는 영업 대행사 직원을 통한 방법이다. 다수 자영업자들이 후자를 선택한다. 기존의 배달 대행사에서 영업 대행까지 함께 하기에 신청하기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현재 공식 배달 대행사 4곳에 영업 전문 대행사를 따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매니저 숫자가 많아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강서지역 한 대행사 직원은 “원래 대행사가 2개였는데 어느새 4개가 됐다. 나한테 들어온 사전예약이 160개였는데 막상 방문해보면 타 대행사를 통해 입점했다는 가게가 거의 60개였다. 헛걸음한 시간만큼 다른 가게 입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배달도 해야 하니 일이 계속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점일 지연에 대해서 카카오 측은 “사업주 개개인의 문제이므로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일부에서는 카카오가 야심차게 사업 진출을 알렸으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비난이 나온다. 카카오라는 거대 기업이 3년 전 계획을 뒤집고 배달앱 시장에 진출한 데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진출했거나 진출 준비를 하는 사업들, 즉 카카오헤어, 카카오대리운전, 카카오홈클린, 카카오주차 등은 ‘골목상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비판받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권에서 직접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만큼 최근 배달앱업체에 대한 프랜차이즈협회와 중소상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도 카카오의 행보를 주춤거리게 한 이유로 풀이된다. 일단 사업 진출을 선언했으나 분위기를 살피거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실제 주문 건수가 별로 없다. 앞의 정 씨는 “지난 한 달간 카카오로 들어온 주문이 2건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현재 배달의 민족 월 이용자 수는 780만 명, 주문 수는 2000만 건에 달한다. 반면 카카오톡 가입자는 4300만 명에 이르지만 음식 주문 서비스 가입자는 300만 명 수준이며 ‘카카오 주문하기’를 플러스친구로 추가한 회원은 175만 명 정도다.
카카오 주문하기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배달앱과 비교해 차별화되는 점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별도의 앱을 깔지 않는 대신 카카오톡 내 주문하기 탭을 눌러 주문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주문 환경은 배달의 민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을 주문하면 주문 처리와 배달 과정, 소요 시간이 모두 카톡으로 소비자에게 전송된다. 다만 카카오는 현장결제나 현금 선택 창이 따로 없어 선결제만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기존 업체들이 자리잡은 시장을 뚫 기 힘들 것”이라며 “사업주나 이용자 둘 중 하나라도 유인할 수 있는 차별화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희주 인턴기자 perrier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