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만 가능한 패스트푸드점, 주차장 등 늘어나
#2. 김민수(가명·48) 씨는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해 무인결제기(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려 했지만 점원에게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패스트푸드점 무인결제기는 카드만 사용 가능했기에 현금을 지불하려던 김 씨는 무인결제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3. 박인영(가명·32) 씨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방문했다. 푸드트럭에서 현금으로 결제하려던 그는 ‘현금은 무인결제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푸드트럭 줄과 무인결제기 줄을 따로 기다려야 했다.
#4. 공영주차장을 이용한 한선웅(가명·35) 씨는 카드 결제만 가능한 무인결제기 앞에서 “현금만 있었다면 낭패를 당할 뻔했다”며 안도했다.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고 안내되는 패스트푸드점의 무인결제기. 구단비 인턴기자
스타벅스는 지난 7월부터 현금 사용이 적은 매장을 선별해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4월부터 매장 3곳에서 현금 없는 매장을 시범 운영하다 전국 100개 매장을 추가해 총 103곳을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해당 매장들의 현금거래율이 5%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무인결제기를 사용하는 패스트푸드점 직원은 “현금 결제는 (유인) 계산대에서만 하고 있다”며 “카드 사용 고객이 10명이라면 현금 결제 고객은 3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소규모 사설 주차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차장도 무인결제기를 도입하고 있다. 기업형 주차장은 물론 공영주차장들도 무인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신용카드만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카드를 갖고 있지 않으면 커피를 마시기도, 패스트푸드를 즐기기도 힘들어졌으며 주차도 편하게 할 수 없게 됐다.
카드 사용 전용으로 운영되는 공영주차장. 구단비 인턴기자
한 주차장 무인결제기의 관리자에게 연락해 “현금만 있으면 어떡하냐”고 물어보자 “전화로 안내해주는 계좌번호로 주차료를 입금하면 된다”며 “현금만 가진 고객들이 하루 20~30건 정도 문의를 해오는데 대부분 카드를 깜빡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 도입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선호 결제 수단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은 41만 3000원으로 1위를 기록했고, 현금은 24만 3000원으로 2위에 올랐다. 카드 사용 금액이 현금 사용 금액의 두 배에 가깝다.
현금 결제보다 훨씬 편리하다는 것도 기업들이 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이유다. 주차장 무인결제기 관리업체는 “기계마다 현금·카드 지원 방식이 다르다”며 “어떤 기계를 쓰는지는 업주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카드 무인결제기를 사용하는 한 업소는 “무인결제기에 현금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면 도난 우려도 있고, 잔돈 거슬러 주는 것도 불편하다”며 “현금을 쓰면 잔고장도 많을 것 같아 카드만 사용 가능한 기계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투명성․효율성 강화’도 카드 결제를 유도하는 이유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주최 측은 “세금 납부도 ‘투명한 야시장’이 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한국은행 보고서에도 나타났듯 아직 현금 사용액도 적지 않은 수치다. 특히 70대에서는 지불수단으로 현금이 1위를 차지했다. 70대의 신용카드 보급률 역시 전체 80.2%의 절반인 44.2%에 그쳤다. 카드보다 현금을 여전히 많이 쓰고 있는 노인들이나 청소년 학생들은 카드 사용만 할 수 있는 무인결제기 앞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점원에게 직접 주문하거나 주차장 관리자를 호출하는 식으로 현금 사용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신용불량자 등 카드 발급․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이들 매장과 업소들을 이용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고객이 결제수단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현금 없는 사회’는 경제적 소외계층에 불편을 주고 있기에 약자를 배려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단비 인턴기자 danb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