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휴식 위해 소회의실 출입 막는 곳도…“우리는 앉을 데조차 없다” 자조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에는 보좌진들의 공헌이 컸다. 국회 보좌진들은 음지에서 묵묵히 의원을 수행하며 보좌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진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심재철 의원과 그의 보좌관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관련 없다. 박은숙 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번 국감을 앞둔 시점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 의혹’를 공개하며 정치권을 크게 뒤흔들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자료 접근 과정이 적법했는지에 대해 아직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심 의원 측에선 자신의 이름을 홍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문제의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찾아낸 이는 심 의원이 아닌 황선용 비서관이다. 황 비서관은 ‘심재철’ 석 자를 알리는 데에 큰 공헌을 했고, 심 의원은 그에게 “잘못한 거 없고 우리가 알아내야 할 것을 알아냈으니 주눅 들지 마라”고 다독였다.
황 비서관은 3년 전에도 조선족이 많은 곳으로 알려진 대림동에 있는 한 노래방에 방문했다가 특종을 얻었다. 노래방 내 ‘중국방’이라고 하는 곳에서 탈북자들이 북한의 김일성‧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취재 결과, 중국에서 한국 노래방 기기를 개조해 이 같은 곡을 넣고, 이를 한국으로 밀수해 사용한 것이다. 당시 이 사건이 대서특필되며 이슈몰이를 했지만, 당시 뉴스 영상에는 황 비서관이 보좌하던 홍문표 의원만 모습을 드러냈다. 황 비서관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분은 의원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비서관은 여러 차례의 특종을 한 보좌진으로서의 고충을 묻자 “다른 의원실에 있을 때에도 소송을 당한 경험이 많다. 내 방은 항상 압수수색을 준비하는 방”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다른 의원실의 A 보좌관은 국감 기간 동안 가장 어려운 부분이 ‘질의 순서’라고 털어놨다. A 보좌관은 “이슈가 있으면 다들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들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보좌진들은 질의서를 작성해 의원님에게 드리는데, 여기서 희비가 엇갈리는 건 발언순서”라며 “앞에 배치된 다른 의원들보다 우리 의원이 먼저 질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 써놓고도 못 쓰는 경우가 꽤 있다. 참 딜레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주제를 잘 찾아도 의원의 성향과 다르면 질의서를 거부한다. 잘 써도 다시 쓰라고 하는 경우가 있고 한 번 만에 오케이되는 때는 없다. 서너 번 이상은 고쳐야 하더라”라며 “또, 다른 의원실에서 특종을 터뜨리면 간혹 의원님들은 ‘우리는 왜 저렇게 못하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인간적으로 서운하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 출입문에는 보좌진의 출입을 금하는 메시지가 붙었다. 사진 제공= 국회 관계자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국회에 몸담아온 한 보좌관은 “모두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 힘들지만, 전년도 국감 이슈나 선배들의 노하우,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과거엔 언론매체가 다양하지 않아서 어려움이 많았고 국감에 너무 매달리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체가 다양해지다보니 정보도 무궁무진하고 자료 수집에 딱히 어려움도 없다. 시스템이 발달한 덕분이다”라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려면 자신이 이슈를 발굴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투명성에 기여한다는 공익 목적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 출입문에는 ‘의원님 휴게실. 보좌진 여러분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붙었다. 의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보좌진들은 출입을 금해달라는 뜻이다. 통상 소회의실은 소위 회의 때 회의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회의장에 회의가 있을 때는 상임위 관계자인 보좌진들과 의원들의 휴게실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보좌진들은 소란을 피운다거나 수다를 떠는 일도 찾아보기가 힘든데, 의원들의 편의를 위해 쫓겨난 셈이다. 이를 본 한 보좌관은 “회의장에 마련된 보좌진 석에는 기자들이 다 앉아 있고, 대관 업무하는 분들은 복도에 마련된 지정석이 있는데, 우리는 앉을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상당한 도움을 주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자리조차 없는 것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생태사진작가 출신 덕 생태계를 지키기도…보좌관들의 다양한 이력 기자, 시민단체,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이들이 국회의원을 보좌한다는 한 뜻을 가지고 국회의사당에 모였다. 이곳에서 보좌진들은 의원들의 입법과 지역구 관리, 상임위 활동 등의 의정활동을 뒷받침하고 난 뒤, 교수, 공무원, 국회의원 등 각자의 길을 찾아 다시 흩어진다.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다양한 출신성분을 갖고 있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인턴 비서로 국회에 입성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정당 당직자로 시작해 의원들에게 발탁돼 보좌진이 되기도 한다. 국회와 접촉이 많은 직업일수록 보좌진직과 인연이 깊다. 언론사 기자, 시민단체, NGO 단체 출신이 주를 이룬다. 이후 이들은 국회에서 정치적 역량을 쌓은 뒤 선출직 공무원으로 출마하기도 한다. 보좌진 이후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경우는 요즘 드물지만, 시의원, 구의원 등으로 출마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보좌진들은 국회를 떠나 지자체 또는 청와대로 이동하기도 한다. 특히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보좌진들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입성하는 사례가 많다. 보좌진에서 기업 대관업무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기업 측에선 이들의 국회 인맥이 간절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업에 입사한 인사들은 국회 상임위와 기업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대학교 교수로, 연구소로 가기도 한다. 특이한 채용 사례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상돈 의원은 4대강 관련 조사와 자료 분석을 위해 박용훈 생태사진가를 비서관으로 고용했다. 박 비서관은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4대강을 기록해온 전문 사진작가로 이 의원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환노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다. 이후 이 의원은 풍력발전단지 공사가 진행되던 경북 영양군 양구리에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치러진 점을 지적했고, 박 비서관은 사흘간의 잠복 끝에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를 촬영해 법정 보호종 조류가 생존해 있음을 증명했다. 이 의원은 그렇게 촬영된 수리부엉이 사진을 국감 현장에서 공개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공사를 막을 수 있었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