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육박 수수료, 입점업체와 소비자 부담
# 건설업에 종사하는 송정길(53․경기도 성남) 씨는 업무 특성상 서울과 부산을 자주 오간다. 고속도로에 오를 때면 으레 휴게소에 들르지만 음식을 사 먹진 않는다. 송 씨는 “여기 음식이 비싸기는 엄청 비싸고, 너무 맛없어서 못 먹어요. 나가서 먹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한 달에 한 번꼴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김미현 씨(가명․36)는 친구와 휴게소에 들러 주전부리를 샀다. 김 씨는 반쯤 먹은 핫도그를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10분 넘게 친구와 담소를 나눴다. 김 씨는 “마약 핫도그라고 해서 샀는데 왜 ‘마약’인지 모르겠다. 4000원인데 맛이 일(하나)도 없다”고 했다.
지난 15일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에 위치한 A 휴게소에 입점해 있는 점포 모습. 차형조 인턴기자.
지난 15일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에 위치한 A 휴게소 이용객들의 모습이다. 취재 중 만난 이용객 5명 중 4명은 휴게소 음식이 ‘맛에 비해 비싸다’는 평가를 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주전부리와 음식 가격은 시중 편의점이나 식당보다 많게는 2배가량 비쌌다. 최근 개그맨 이영자 씨가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해 화제가 된 ‘소떡소떡(소세지떡꼬치)’의 가격은 이곳에서 3500원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판매가인 1980원, 1800원의 2배 수준. 라면 가격은 4000~5500원으로 시중 식당가보다 500~1000원가량 비쌌다.
이처럼 휴게소 음식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5일 한국도로공사(도공)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A 휴게소를 운영하는 민간기업이 지난해 입점업체 11곳에서 걷은 수수료는 총 38억 79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의 18%에서 54%까지 평균 44.6%의 수수료를 거뒀다. 이중 민간기업은 도공에 임대료 31억 8800만 원을 내고 남은 6억 9100만 원을 가져갔다.
최근 개그맨 이영자 씨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해 화제가 된 ‘소떡소떡(소세지떡꼬치)’의 가격은 이곳에서 3500원이다. 차형조 인턴기자.
현재 도공이 소유한 고속도로 휴게소는 195개다. 이중 민자휴게소(민간기업이 도공 부지에 휴게소 건물을 짓고 일정 기간 운영권을 보장받은 휴게소)를 제외한 임대휴게소(도공이 지은 휴게소를 민간기업이 임대받아 운영하는 휴게소)는 166개다.
임대휴게소의 수익 구조는 ‘도공-민간운영기업-입점업체-소비자’로 이어진다. 임대휴게소 운영기업은 입점업체에서 수수료를 받아 휴게소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고 이윤을 남긴다. 도공 관계자에 따르면 휴게소 임대료는 통상 휴게소 매출액의 10~15% 정도다. A 휴게소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169억 7300만 원, 임대료는 31억 8800만 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식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A 휴게소에 입점한 라면 전문점의 경우 지난해 기준 50%의 수수료율을 적용받았다. 4000원짜리 라면을 팔면 20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A 휴게소 입점업체 사장 B 씨는 “수수료를 50% 넘게 떼 간다. 나머지에서 인건비와 재료비까지 빼면 정말 남는 게 없다”며 “인건비마저 올라 4명이 일하던 걸 지금은 나까지 2명이 한다. 지금 봐라 내가 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B 씨는 “(수수료율이) 40%만 되도 살겠다. 그 정도면 음식값도 낮출 수 있다. 근데 여기서 그렇게 해 주겠냐”고 반문했다.
휴게소 운영기업은 현재 수수료율이 적정하다고 주장한다. A 휴게소 관계자는 “휴게소 운영기업의 수입원은 입점업체에서 받는 수수료가 전부고, 업종별 마진율을 고려해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고 있다”며 “운영기업이 휴게소 관리비를 부담하고 입점업체로부터 상하수도 요금이나 전기요금 등의 비용을 따로 받지 않기 때문에 높은 수수료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휴게소 관계자는 “우리 휴게소는 현재 모든 업체를 직접 운영하지만 과거 외주를 맡겼을 때를 생각하면 (수수료율) 50%는 과다해도 40%까지는 이해가 간다”고 했다.
현행법상 임대휴게소의 수수료율을 직접 규제할 순 없다. 앞의 도공 관계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경영에 대해 간섭하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휴게소 운영기업이 부과하는 수수료율을 직접 제한할 수 없다”며 “매년 진행하는 ‘휴게소 운영서비스 평가(총점 200점)’에서 수수료율 지표를 기존 7점에서 25점으로 올해 초 상향했고 이 평가 결과에 따라 운영기업에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권 의원은 “도로공사가 운영기업에서 받는 수수료가 평균 15%인데 운영기업이 입점업체에서 40~50%를 가져가는 것은 관리 비용을 따져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주 52시간, 최저임금 상승 등 경영 여건이 안 좋은데 과도한 수수료는 업주들이 부실한 재료를 쓰거나 상품 가격을 올리게끔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높은 수수료율은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것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운영 방식이 비슷한 백화점과 비교할 수 있는데 백화점은 휴게소보다 땅값이 더 비싼 지역에 있고 화장실 청소나 전기요금 등 관리비를 부담한다”면서 “백화점 최고 수수료율을 고려했을 때 50%나 되는 수수료율은 조금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형조 인턴기자 cha691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