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 전명규·주원홍 명예회복 애써…이들과 우호적 언론인은 시체육회 이사, 주원홍은 부회장에 선임돼
서울시체육회는 8월 인사를 단행하며 횡령 등의 혐의로 체육계 영구제명을 받아 대한테니스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주원홍 미디어윌 고문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 성백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대변인과 스포츠서울 소속 A 기자도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인 출신이 서울시체육회 이사로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 이미 경향신문 소속 B 기자도 서울시체육회 이사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체육회 이사로 활동 중인 언론인 3인은 공통적으로 전명규 교수와 묘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셋은 2013년 1월 최고의 명장 10인의 리더십을 분석했다는 책 ‘대한민국 승부사들’의 공저자였다. 전 교수 예찬론도 한 켠을 장식했다.
성백유 이사의 소셜 미디어에 댓글을 단 주원홍 부회장.
성백유 이사의 전명규 교수 홍보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성 이사는 기자로 활동하던 2003년 11월 4일 중앙일보 보도에 전 교수의 자기계발서 ‘자식, 가르치지 말고 코치하라’는 책을 홍보한 바 있었다. 단순히 전 교수의 책만 홍보한 사람이 아니었다. 소치 동계올림픽 뒤 전 교수가 빙상연맹 부회장 자리에서 내려오자 성 이사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오늘 빙상연맹은 전명규를 칼로 베었다. 평창올림픽이 4년 남았는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옥에 가둔 꼴이라고 해야 할까”라며 “실력 있는 제자를 키우기 위해 열정을 불태운 인물이다. 그런데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다”고 썼다.
전명규 교수를 예찬했던 책의 공저자인 이사 A 기자와 이사 B 기자는 체육계에서 유명한 전 교수 옹호론자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비판의 칼 끝이 전 교수로 향하자 A 기자는 2월 22일 과거 안현수 사태를 재조명하며 “‘숨은 그림자’의 조종으로 반 집행부 세력들은 ‘안현수가 귀화한 건 전명규 때문’이라는 허위사실을 퍼뜨렸고 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감히 손을 댈 수 없는 하명사건으로 비화됐다. 대통령의 하명사건은 당시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중심이 된 체육개혁에서 전명규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한 결정적 배경”이란 기사를 스포츠서울에 냈다.
B 기자도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썼다. B 기자는 2월 22일 경향에 전 교수의 2014년 퇴진 이유를 “여론의 집중 포화 속에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주도한 스포츠4대악센터가 빙상연맹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지만 어떤 흠집도 잡아내지 못했다. 정부의 압박과 여론을 견디지 못한 전 부회장은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퇴했다”고 적었다. B 기자는 전 교수가 근무 중인 한체대에서 박사를 수료했다고 확인됐다. 올초 한 한겨레신문 기자 역시 이와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가 장학금을 받으며 한체대 박사 과정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었다.
이런 기사의 흐름은 안민석 의원이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계속 밀어왔던 내용과 유사했다. 안 의원은 2017년 초 제349회~제350회 국회 교문위 회의 때 “박근혜 정부 시절 김종 전 문체부 차관한테 핍박당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명예회복을 못 하고 있다.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같은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지도자였는데 김종한테 찍혀 체육시민개혁연대 10년 동안 대표였다는 이유로 심동섭 국장에게 작업 당해 끌어내려졌다. 검찰 조사를 받게 되고 비리체육인으로 지금 완전히 낙인 찍혔다”며 “단언컨대 주원홍 회장 같은 사람을 비리 지도자로 몰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도자 아무도 없다. 내가 120% 단언한다”고 했다.
해를 넘겨서도 계속됐다. 2018년 2월 27일 제356회 회의 때는 “힘들게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성과 점수를 물으라고 하면 나는 자신 있게 ‘낙제’라고 본다. 적폐청산위원회는 지난 정부 시절 김종 차관에게 핍박 당하고 찍혀 내린 주원홍 전 테니스협회장을 안 불렀다. 전명규 교수가 빙상연맹 부회장을 관둔 게 안현수 귀화 문제의 책임으로 알려져 있다. 틀리다. 적폐청산위원회가 조사를 하나도 안 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안민석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 도중 초선의원 위주로 모여있는 휴게실에서 “빙상계 적폐청산을 위해서 전명규 교수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느냐. 전명규가 최순실 세력과 맞서 싸운 사람”이라는 식의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문체부는 안현수 귀화 사태가 터졌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뒤 감사 예고만 했을 뿐 실제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소치 동계올림픽 뒤 문체부 감사는 없었다. ‘감사’보다 낮은 ‘조사’였다. 그것도 신고된 사항 위주로만 보는 조사였다. 스포츠4대악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사항만 살펴봤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서 스포츠4대악신고센터가 감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는데 스포츠4대악신고센터는 신고만 받는 곳이다. 감사를 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대한스키협회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신고가 많았다. 빙상연맹도 일부 했는데 당시에는 장명희 전 빙상연맹 회장 내용이었다. 전명규 교수 관련 내용은 조사 결과에도 전혀 나오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소치 동계올림픽 전이자 김종 전 차관 시절인 2013년 빙상연맹이 문체부 감사 대상에 딱 한 번 오른 적 있었다. 문체부는 당시 빙상연맹 포함 2099개 스포츠단체를 121일간 감사했다. 문체부는 그 가운데 문제가 좀 있다고 판단된 관계자 30명을 불렀는데 전명규 교수의 이름은 없었다. (관련 기사: 전명규의 국정농단 피해자 코스프레... “사실 아니다”)
빙상연맹 감사는 되레 문재인 정권 때 시행됐다. 문체부는 3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5주간 50여 명에 이르는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전 교수가 빙상연맹 부회장일 때나 아닐 때나 조직과 국가대표팀을 총지휘하며 개입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했다. (관련 기사: ‘빙상 대부’ 전명규, 삼성이 쥐어준 칼 마음껏 휘둘렀다)
전명규 교수 옹호자의 논리가 조각나자 안민석 의원이 이제껏 쏟아낸 스포츠계 관련 논리가 애초부터 이치에 맞지 않다는 정치권 반응이 나왔다. 한 여당 고위급 인사는 “최순실의 동계스포츠 장악 의도를 전명규 교수가 막아 섰다고 해서 전 교수가 바른 사람이라고 말하면 초등학생도 갸우뚱거린다. 흑백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민석 의원의 논리 기초는 단순하다. 자기와 대립 관계에 놓인 사람이 큰 잘못을 하면 그걸 이용해 ‘우리 쪽이 절대선’이라고 외친다. 흑백논리다. 혹은 자기 사람이 큰 잘못을 하면 조금 잘못한 대립 관계의 사람까지 수면 위로 들어올려 둘 다 나쁜 사람이라고 물타기를 한다. 안 의원의 발언을 잘 모아보면 이런 흐름이 딱 보인다”며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안 의원에게는 인지도를 올릴 일생일대의 선물이자 최순실 반대편에 선 자기 사람의 행위를 숨길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였다“고 꼬집었다.
이번 국정감사 때 안민석 의원이 스스로 전명규 교수를 부른 이유에 대해서는 ”안 의원 특징이 자기 사람이 잘못을 하면 자기 사람이 남에게 맞기 전 자기가 먼저 때리는 시늉을 하며 다른 사람이 자기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선영 팀 추월 사태 때도 라디오에 나가 전 교수를 비판하는 척하면서 되레 ‘파벌’을 운운하며 전 교수에게 쏠린 화살을 ‘허상의 파벌’로 돌려 버렸다. 국감 때도 이런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대화 중인 주원홍 부회장(왼쪽·파란색 상의)과 A 기자(왼쪽에서 세 번째·검정색 상의). 사진=제보
올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2017년 11월 14일에는 “정현의 쾌거에 빼놓을 수 없는 주 회장의 공로를 불현듯 끄집어내는 이유는 그가 처한 궁벽한 현실이 너무나도 안쓰럽기 때문이다. 주 회장은 지난 정권에서 갖은 박해를 당했다. 연간 5억 원을 출연하는 경기인 출신 수장으로 제 역할을 다했지만 진보성향의 정치스펙트럼이 밉보여 회장 선거에서 낙마했다. 체육개혁에 대한 뚜렷한 철학, 그리고 출연금을 낼 수 있는 존경 받는 경기인이 테니스협회를 떠나 있는 건 슬픈 일”이라고 했다.
주원홍 부회장의 ‘공금 횡령’을 안민석 의원은 ‘핍박’이라 했고 A 기자는 ‘박해’라고 썼다. 2015년 1월 대한테니스협회 공금 1000만 원을 자신이 회장으로 있었던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의 대회 포상금으로 쓰는 등 이듬해 2월까지 총 4회에 걸친 8500만 원 횡령 혐의로 기소된 주 부회장은 2017년 10월 18일 서울동부지법에서 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죄는 인정됐지만 수사에 앞서 횡령 금액을 모두 갚고 벌금형 이상의 범죄 전력이 없었으며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부를 많이 했다는 점이 참작됐다. 그는 매출이 수천 억에 달하는 기업 미디어윌 회장의 친형이다. 출연금을 낼 수 있는 존경 받는 경기인은 A 기자의 말마따나 출연금 덕에 선고유예를 받을 수 있었다.
‘미국 LA’에서 열린 ‘대한민국 서울시’ 주최 제1회 서울아리수배 미주테니스대회 포스터.
이를 두고 서울시체육회가 특정인의 지시를 받아 카르텔의 측근만 모이는 집결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서울시체육회 수장은 박원순 서울시장님이다. 인사는 박 시장님께서 직접 하시기 때문에 실무 선에서는 인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보통 누군가의 추천을 받고 임명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그 추천을 누가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러 차례의 전화와 문자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전명규 교수와의 관계를 최초 취재할 때만 해도 먼저 취재 착수를 인지하고 직접 연락을 줬던 안민석 의원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안민석 보좌관도 서울시체육회에 있었네 안민석 의원의 옛 보좌관이 서울시체육회에서 요직으로 근무했던 사실 역시 추가로 드러났다. 안민석의 보좌관이었던 한 인사는 2012년 1월 서울시체육회 중추라고 평가 받는 별정직으로 임명됐다.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이 인사는 4년 임기인 ‘신의 직장’ 별정직을 2년 반만인 2014년 8월 내려놨다.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그 분은 2014년 여름쯤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사나 징계는 없었다고 확인됐다. 그는 되려 2017년 2월 대한체육회 이사로 자리를 높여 갔다. 같은 해 8월 스포츠안전재단 고위직에도 임명됐다. 스포츠안전재단과 대한체육회는 이기흥 씨가 이끄는 조직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회장 자리에 오르자 마자 횡령 등의 혐의로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던 주원홍 부회장을 ‘예외’로 설정해 ‘견책’으로 징계를 감경했던 인물이다. 안 의원 옛 보좌관은 ”일 끝나면 전화를 주겠다“고 말한 뒤 연락이 되지 않았다. (관련 기사: 영구제명됐던 주원홍, 어떻게 서울시체육회로 돌아왔나)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