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서브원에서 환경개선 위해 설치” 확대해석 경계…민노총 소속 노조 있는 기업들에겐 상당한 영향 끼칠 듯
LG생활건강은 환경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지만 결과적으로 향후 노조의 천막농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LG생활건강의 사례는 앞으로 노조의 천막농성이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LG생활건강 본사 앞마당에 노조의 천막농성을 막기 위해 대형 분재들이 촘촘한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LG생활건강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소재 LG광화문빌딩은 정문 앞 200여 평 남짓한 앞마당으로 인해 대로변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LG광화문빌딩은 10월 앞마당 중앙과 우측에 직경 1미터 안팎의 구형 형태의 대형 화분 40여 개를 전후 좌우 2~3미터 안팎의 간격으로 배치를 완료했다. 앞마당 좌측은 조형물들로 인해 화분들이 따로 배치되지 않았다. 따라서 앞마당 어느 곳에서도 천막을 칠 수 있는 면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화분 설치천 앞마당이 넓게 탁트인 조망이었다면 현재는 화분들로 인해 협소해 보인다는 지적들이 꽤 나온다고 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LG광화문빌딩에는 당사의 본사 외에도 그룹 계열사들인 LG화학 일부와 판토스 본사가 입주해 있다. 화분 설치는 최근에 이루어졌으며 그룹 계열사인 서브원이 환경개선을 위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LG광화문빌딩에서 화분들을 치우지 않는 이상 노조의 본사 앞 천막 농성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아무개 변호사는 “화분이나 조형물 설치는 전적으로 빌딩의 권한이며 사유재산이다. 만일 노조가 천막농성을 위해 사유재산을 옮기거나 훼손하면 민법상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청주공장 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관계자는 “선례를 찾기 어려워 뭐라 말할 입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주공장 노조가 벌인 지난해 천막농성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자 규모 면에서도 재계에서 흔치 않은 사례였다. 지난해 2월 노조가 민주노총 지부로 가입하면서 이뤄진 천막농성이었다. 민주노총은 소속 지부 노조에게 사측과 임단협 등과 관련한 투쟁 전략으로 본사 앞에 자극적 문구의 현수막을 달고 천막농성을 통해 압박하도록 권하고 있다.
청주공장 노조는 지난해 기본급 대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3.8%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5.25%의 임금인상률로 맞섰다.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지난해 9월 20일 파업에 들어갔고, 10월 23일 노조원 600여 명이 상경해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천막노숙농성을 벌였다. 천막농성은 11월 10일까지 19일간 이어졌다. 이 기간 사측은 정문 출입을 통제하고 후문에서 검문을 통해 출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2017년 11월 초 LG생활건강 청주공장 노동조합 천막노숙농성 현장. 사진=이종현 기자
하지만 늦가을 추위와 무노동 무임금에 따라 두 달간 급여를 받지 못한 노조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결국 노조는 뚜렷한 성과 없이 노숙농성을 철회했다. 사측이 성과급 500%를 지급한 사실과 연봉 1억 원 이상 일부 직원의 고액 연봉 등 노조원들의 연봉 수준을 공개하면서 ‘귀족노조의 파업’이라는 악화된 여론도 원인이었다.
홍역을 치렀던 지난해와 달리 LG생활건강 사측과 청주공장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큰 마찰 없이 마무리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면에는 노사 모두에게 지난해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사는 구체적인 임단협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측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은 노사간 큰 대립 없이 상반기 중 원만하게 체결됐다”고 말했다.
한편, LG생활건강 본사 앞 분재 배치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기업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상당수의 기업들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노조의 천막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방식은 사옥이 대로변 인도에서 떨어져 있고, 상당한 면적의 앞마당을 가지고 있을 경우 가능한 방법인 것 같다. 사옥이 대로변에 맞닿아 있다면 불가능한 방법이다. 다만 이럴 경우 소규모 천막농성은 지속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