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미친서각마을예술축제’에 전시된 미친서각마을 사람들의 서각 작품들.
[보령=일요신문] 이상원 기자 = 충남 보령시는 최근 보령의 미친(美親)서각마을을 둘러본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최혁진 사회적경제비서관은 “미친서각마을처럼 스스로 잘 해내는 곳이라면 정부가 굳건히 자리 잡도록 돕는 게 맞다고 본다. 잘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성심성의껏 뒷바라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30일 밝혔다.
미친서각마을은 한 달에 300명 이상 외부 답사객이 찾는 곳이지만 마땅한 주차장이 없어 수년 째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에 정원춘 보령 부시장은 주차장 확보 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당부했고, 최 비서관은 주차장 확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행정안전부와 충남도, 보령시에 직접 요청했다.
예술을 매개로 농촌의 문제를 극복한 공동체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미친서각마을은 지난 2015년부터 마을 활성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후 주민협력 농촌활성화 공로 표창, 2016 농촌현장포럼 우수상, 충남 행복만들기콘테스트 최우수상, 민관협치활성화대회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는 행안부의 마을기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되면서 평균 연령 70세의 고령 농촌 마을이 3년 만에 청와대도 인정한 사회적경제의 롤 모델로 성장했다.
마을 위원장인 정지완 씨(53)는 “3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여러가지 사건으로 마을이 둘로 나뉘어 마을 공동체가 붕괴돼 있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것이 문화 콘텐츠였다. 내세울 것 없는 마을에 사람이 보물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지금의 마을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손 꼽히는 서각 명인으로 국립현충원의 현판, 상해 임시정부청사에 걸린 백범 김구 선생의 ‘독립만세’ 서각, 북한 금강산 신계사의 일주문 현판이 그의 작품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서각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 돼 마을을 적극적으로 돌보기 시작한 그가 가르친 마을 사람들은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으며 이를 통해 충남 평생학습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서각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마을 이름도 아름다움과 친하다는 뜻을 따 미친(美親)서각마을로 지었다. 이후 정 위원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두레 풍물, 켈리그라피, 바리스타, 칠보공예 등 17가지의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을 통해 마을에는 할머니 바리스타 8명과 서각 심사위원 3명이 배출됐다. 바리스타 김용빈 할머니(73)는 “자격증을 딸 때는 정말 어려웠다. 지금은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이 정말 즐겁다. 요즘은 즐겁다 못해 행복하다”고 했다.
미친서각마을은 4년 째 마을 사람들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하는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남포면 제석리 보령서각체험학교에서 열린 ‘제4회 미친서각마을예술축제’는 서각, 한지공예, 도자기 등 작품 전시를 비롯해 사물놀이 난타 연극, 목공 체험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즐비했다.
정지완 위원장은 “돈의 가치보다 행복의 가치를 더 크게 본다.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평생 일을 해오셨다. 더 이상 근로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마을 공동체가 함께 해나가는 모습이 중요하다. 마을 어른들이 인생 이모작을 꾸리는 것이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보령서각체험학교에서 미친서각마을 정지완 위원장(오른쪽1)이 청와대 최혁진 사회적경제비서관(첫째줄 왼쪽3) 등 정부 관계자들에게 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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