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인의 각양각색 ‘배지정치’ 비스토리
# ‘거지 의원’ 박주민, 사실은 배지 부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평소에 양복 깃에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 박 의원은 최근까지 국회 배지, 세월호 나비 브로치, 동백꽃 배지(제주 4.3항쟁 희생자 관련), 청소년 참정권 배지를 달고 다녔다.
박 의원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많은 법을 발의했다. ‘세월호 변호사’라는 애칭답게, 박 의원의 금배지 바로 밑엔 세월호 나비 브로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비 브로치 바로 아래쪽에선 동백꽃 모양의 배지를 볼 수 있다.
동백꽃 배지에 대해 묻자 박 의원은 “제주 4․3과 관련해 진상규명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동백꽃 배지는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도가 제작한 배지이다. 동백꽃의 꽃송이가 흰 눈 위에 떨어지는 모습이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죽어간 4ㆍ3희생자와 닮았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다른 청소년 참정권 배지는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박 의원의 정치적인 의사를 담고 있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배지를 마지막으로, 총 5개의 배지는 박 의원을 ‘배지 부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박 의원은 “광주부시장님의 요청으로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배지를 달게 됐다.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동의했다”며 “배지는 항상 제가 달고 출근한다. 그러다보니 옷을 잘 안 갈아 입는다”고 밝혔다. 평소 거지 의원이란 애칭이 붙었던 박 의원에게 배지부자란 별칭이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두 개의 배지, 표창원
표창원 민주당 의원의 양복 깃에는 금배지가 없다. 세월호 나비 브로치가 가장 위에 있고 그 아래 동백꽃 배지가 있습니다. 표 의원은 “세월호 가족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주신 희망의 나비다.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와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일을 좀 한 사람들에게 주신 것 같아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표 의원은 이어 “빨간색 배지는 제주 4.3 항쟁의 유족 분이 직접 달아주셨다”며 “4.3 사건은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두 개의 배지들 모두 효과가 있다. 가끔 배지를 보고 물어보시면 자세히 설명을 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극기 배지, 조원진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조 대표와 대한애국당 일부 당원과 시민 등 300여명은 최근 구미시청에서 시위를 했다. 조 대표의 양복 깃에는 금배지 대신 태극기 모양의 배지가 있다.
조 대표는 “20대 국회 들어와서는 국회의원 배지를 안 달았다”며 “국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데 배지 단다고 해서 국민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비춰질리 없다”며 “미국은 의원들이 가슴에 성조기를 많이 단다. 국회의원 배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태극기 배지는 좀 다르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지자가 태극기 배지를 선물로 줬다.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흰색 계열을 때에 맞춰 단다”며 “국기를 가슴에 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표현하는 일이다.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고 태극기를 안 달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無)’배지, 하태경
최근 ‘장현수 저격수’로 주가를 높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양복에는 배지가 없다. 20대 국회는 물론 19대 국회에서도 하 의원은 배지를 달지 않는 의원으로 유명했다. 하 의원의 양복은 다른 의원에 비해 ‘깨끗함’ 그 자체다. 박주민 의원의 5개 배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 의원은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배지를 달아봤다. 저는 본성적으로 탈권위적인 사람인데 배지를 다니까, 스스로 약간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일종의 완장을 차는 것처럼 느껴져 안 맞았다. 주변 사람들도 금배지를 보고 의식을 해서 그때부터 배지를 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들의 다양한 배지 사랑이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일조하길 바란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