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둘째 모터바이크 주간이슈
지난 10월 22일 야마하 나이켄 미디어 런칭 이벤트 현장
[일요신문] 야마하 나이켄NIKEN이 드디어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최초로 공개된 것이 지난해 10월 도쿄모터쇼인 것을 감안하면 꼭 일 년 만입니다. 그동안 세계 각지의 대형 모터쇼에 모습을 들어냄과 동시에 최근에는 해외 미디어에서 시승기와 영상들이 공개되며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켜왔습니다.
지난 11월 13일 나이켄 미디어 시승회 현장
첫인상은 무척 강렬합니다. 과격하게 생긴 앞머리와 성난듯한 2개의 헤드 램프는 마치 괴수의 얼굴을 보는 듯했고 서스펜션 구조가 슬쩍 드러난 2개의 앞바퀴는 뭔가 미래의 탈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두 개의 앞바퀴를 가진 탓에 프런트 볼륨감이 도드라집니다. 바퀴에는 두 가닥의 도립식 프런트 포크가 쌍으로 장착되는데 이 때문에 고성능 이미지는 물론 기계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앞뒤로 배치된 포크 중 하나는 서스펜션의 역할 이 아닌 서스펜션이 움직이는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테스트 라이더가 스턴트 기술인 윌리를 선보이고 있다
야마하는 2개의 앞바퀴가 서로 상호적으로 움직이는 이 구조를 LMW(Leaning Multi wheel)라고 부릅니다. 바이크가 선회하는 상황에서 2개의 앞바퀴가 서로 다른 기울기로 노면에 대응해 다양한 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하는 독자 기술입니다. LMW의 독특한 움직임은 바이크가 선회할 때 더 높은 안정성 확보하면서도 스포티한 주행을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바이크가 선회할때 앞바퀴 두개가 각각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LMW는 꽤나 오래전부터 야마하에서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온 기술로 1976년 소형 스쿠터 파쏠Passol을 토대로 3륜 콘셉트를 만들며 시작되었고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우리에게 LMW가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4년에 데뷔한 125cc 스쿠터 야마하 트리시티입니다. 당시 앞바퀴가 2개 달린 스쿠터는 호기심을 자극했음은 물론, 안정성을 우선으로 삼는 일상 라이더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공격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널찍한 핸들바는 가슴을 넓게 벌려주며 개방감 있는 자세가 연출됩니다. 라이더의 무게 중심은 슬쩍 뒤쪽으로 치우쳐지는데 이 때문에 바이크를 움직이는 느낌은 상당히 개성적입니다. 다리 사이에서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연료탱크의 존재감도 상당하고요.
나이켄은 그동안 겪어온 이륜차와는 사뭇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개의 앞바퀴로 코너를 읽어가며 선회하는 것은 자연스러웠으나 바이크가 좌우로 눕는 폭과 움직임이 달라 첫 코너에서부터 머리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하지만 코너의 개수가 늘어갈수록 나이켄을 조작하는 데에 익숙해져가며 더욱 깊고 날렵하게 선회를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MW의 움직임을 완벽히 이해하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나이켄은 MT-09, 트레이서 900에 적용되었던 847cc 3기통 CP3 엔진을 적용합니다. 물론 나이켄의 장르에 맞춰 출력 특성을 다듬어 냈고요. 전자식 스로틀 YCC-T, 3단계 드라이브 모드, 크루즈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 퀵시프터 등 야마하의 대형 스포츠 네이키드에 적용되는 전자 장비들도 대거 탑재된 모델입니다.
옵션 사양 중에서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되었다는 것에 눈길이 갑니다. LMW 설계로 다양한 환경에 안정적으로 대비하여 날카롭게 와인딩을 공략하면서도 더 멀리 더욱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스포츠 투어링 바이크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밀라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나이켄GT도 그런 점에서 이해할만한 설정입니다.
나이켄 공개 행사에서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야마하는 스쿠터 트리시티125로 국내 이륜차 시장에서 3륜 바이크 시장을 선점해온 터라 이번에 선보인 대형 LMW모델인 나이켄 역시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듯합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명확히 구분되는 외모와 다소 진보한 구성인 세바퀴 탈 것이라는 것이 과연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 갈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나이켄의 국내 공식 출시일과 가격은 아직 미정으로 밝혀졌으나 올 연말 중 사전 예약을 통해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