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남북 민간교류 사업...채널구축 위한 숨고르기? 보수정권 9년의 관성 탓?
올해 남북관계는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토대로 대 전환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교류 사업은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2018.9.20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고, 정계 및 제도권에서의 남북 교류는 활발해지고 있지만 정작 민간교류는 이명박근혜 시절만도 못한 실정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민간 남북교류 분야에 몸 담아온 A 대표가 최근 기자와 만나 꺼낸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A 대표는 최근까지 민간단체들의 협의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입장에서 작정한 듯 연신 답답함을 호소했다.
A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민간단체들이 많은 기대를 했다”라며 “올해부터 많은 단체들이 그 동안 중단됐던 여러 교류 사업들을 재개하고자 통일부에 승인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못 받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통일부는 인적 접촉 승인은 확실히 활발해지고 있지만, 실제 사업 교류에 대해선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협의체에서 주로 의료 지원과 관련해 활동 중인 B 씨 역시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그는 “지난해부터 많은 사업 신청이 이뤄지고 있지만, 승인이 안 나고 있는 형국”이라며 “우리 역시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럴까.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남북교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대북 민간지원 사업 반출 규모가 약 323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0만3000달러와 비교한다면 증가한 수치이지만, 워낙 규모가 작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치라 볼 수는 없다.
2004~2018(10월 까지 집계) 남북 민간지원 반입 및 반출 규모 그래프. 출처=통일부 남북교류협력시스템
이러한 하락세는 박근혜 정부때도 계속됐다. 2013년 294만 달러로 집계된 민간지원 반출 규모는 2014년 367만 달러, 2015년 934만 달러로 소폭 상승한 뒤 2016년 219만 달러 규모로 도로 내려 앉았다. 그 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올해 대대적인 관계개선이 이뤄졌지만 민간지원 분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본격적인 대북제재가 시작되기 전인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면 더 부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UN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물품 반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민간분야 교류 역시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허나 실제 일선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조금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앞서의 A 대표는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됐던 대목”이라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는 “정부는 바뀌었지만, 통일부를 비롯한 남측 유관기관의 일선 실무진들은 여전히 지난 정부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라며 “대북사업의 승인 허가 문제는 원칙보다는 상당히 정치적인 성격이 다분하다. 현재 실무진들은 우리 단체들과 결이 다르다. 지난 보수정권 때 일부 활발하게 진행됐던 민간사업들과 현재 우리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결국 A 대표의 주장은 정권 교체와 달리 여전히 9년이란 보수정권의 ‘관성’에서 머무르고 있는 관료조직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다만, 9년이란 세월 동안 올 스톱 되다시피 한 민간분야 채널을 복구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남북 간 채널 복구를 위해선 무엇보다 ‘접점’을 늘리는 작업과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 ‘접점’을 찾아가는 작업은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은 북측 민화협과 중국에서 만나 이전에 합의한 ‘사회문화교류 공동위원회’ 결성 논의를 이어간다. 이밖에도 대략 50여 개의 대북지원 민간단체가 속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도 21일 평양으로 들어가 사업들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북민협은 성명서를 통해 유엔 대북제재에 대한 인도지원 예외를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의 A 대표는 “분명 남북 정부 간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라며 “그러한 문제들 중 민간 쪽에서 쉽게 해결이 가능한 문제도 많다. 민간분야의 교류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정부 교류와도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다. 꼭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