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 달착륙 연출설…일루미나티 비밀 공개하려다 피살 소문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
얼마 전 러시아의 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인사가 “달에 가서 미국이 진짜로 달에 착륙했는지 확인하겠다”는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나중에 농담이었다고 둘러대긴 했지만, 이 발언이 화제가 되었던 건 실제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의심하는 수많은 음모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간단하다. 미국의 우주선은 달에 간 적이 없었다는 것. 인류가 TV 생중계로 본 그 영상은, 미국의 어느 지역에서 비밀리에 연출한 장면이라는 것.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 영상의 연출자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라고 지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달 착륙 1년 전인 1968년에 내놓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지나칠 정도로 리얼한 우주 공간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달 착륙을 연출했다면, 지구상에서 그런 솜씨를 지닌 사람은 큐브릭이 유일하다는 음모론자들의 추론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때부터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수많은 음모론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분석하며 큐브릭은 외계인의 존재를 확실하게 믿고 있으며, NASA의 비밀 자료에 접근한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화 후반부에 우주 비행사는 4차원적인 우주 경험을 하는데, 이때의 쇼킹한 영상은 실제로 외계인에게 납치당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 포스터
이외에도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한 수많은 의미 부풀리기와 뜬금없는 의심들이 이어졌지만, 유작인 ‘아이즈 와이드 셧’에 대한 논란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비밀스러운 난교 파티 때문이었다. 사회의 저명인사들이 망토와 가면을 쓰고 벌이는 ‘묻지마 섹스’ 파티는 일루미나티의 비밀스러운 섹스 의식에서 온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작품들이 환기되었다. ‘시계 태엽 오렌지’의 포스터는 노골적으로 일루미나티의 형상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은 것이며, ‘샤이닝’(1980)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드는 장면들도 일루미나티에 대한 언급으로 읽혔다.
이런 주장들은 일루미나티의 일원이었던 스탠리 큐브릭이 용기를 내 그 정체를 드러내려는 영화가 바로 ‘아이즈 와이드 셧’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사탄주의와 연결되어 있는데, 큐브릭은 이것을 영화에 펜타그램(오각형 별)을 등장시킴으로써 암시했다는 것이 음모론자들의 이야기였다. 특히 영화엔 톰 크루즈가 의상을 빌리러 간 곳에서 주인집 미성년자 딸이 성인 남자들과 다소 난잡한 성적 유희를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대목은 일루미나티의 소아성애에 대한 은유라는 과격한 설도 있었다.
문제는 그가 이 영화의 1차 편집을 끝내고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났으며, 지금 우리가 보는 ‘아이즈 와이드 셧’은 워너 브러더스에서 편집한 버전이라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사인은 심장마비지만, 유족들은 큐브릭에겐 심장에 관련된 가족력이 전혀 없으며, 죽기 전까지 매우 건강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는데, 사망 타이밍과 당시 큐브릭의 건강 상태들을 종합해 암살설이 나돌기도 했다. 큐브릭이 편집한 ‘아이즈 와이드 셧’엔 일루미나티에 대한 치명적인 내용이 있었고, 이 사실을 일루미나티 조직은 비밀리에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이후 그들에 의해 재편집이 이뤄졌고, 우리가 보는 건 바로 일루미나티 편집본이라는 것이 큐브릭 암살설의 골격이었다.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홍보 스틸 컷
워너 브러더스의 공식적 입장은, 등급을 낮추기 위해 섹스 장면 일부를 들어냈다는 것. 하지만 스태프 쪽에서 흘러나온 말에 의하면, 이 영화의 섹스 신은 그다지 수위가 높지 않았던 듯하다. 만약 음모론이 모두 사실이라면, 큐브릭은 이 영화에 어떤 메시지를 숨겨 놓았던 걸까? ‘아이즈 와이드 셧’의 디렉터스컷을 볼 수 없는 현실에서, 그 대답을 짐작하기도 쉽지 않은 질문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