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의 ‘석방 거론’에 복당파도 반대 안해…계파갈등 봉합과 보수층 결집 노려
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당내에서 친박(친박근혜)이니 복당파니 계속 싸우다간 공멸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친박 진영에선 복당파가 탄핵 사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하는데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선 두 전직 대통령이 과도하게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같이 목소리를 내보자고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계파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인물은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은 최근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어있는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을 면회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당내 계파갈등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당직자는 “오월동주(서로 원수지간이라도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함)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제 와서 탄핵 사태 때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현재 한국당 내 계파갈등은 탄핵 사태로 불거졌는데 갈등을 봉합하는데 이보다(박근혜 사면) 좋은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발의하기로 한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 출신인 한 한국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총선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 이미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없는데 김 의원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결의안에 대해 “통과는커녕 상정될 가능성도 없는 결의안”이라고 일축했다. 개인적으로 결의안이 발의되면 찬성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결의안에 대해) 반대할 생각이다. 김무성 의원도 상정을 기대 안하고 있을 거다. 자기정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해 계파갈등을 봉합하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지 실제 불구속 재판을 받든지 말든지 별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의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재판을 요구할 의사가 없느냐는 제안을 받고 내가 앞장서겠다고 했지만 결의안을 내기로 했다는 것은 잘못된 보도”라고 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불구속 재판 요구에서 더 나아가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겠다는 단체도 나왔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의원을 지지하기로 한 우파재건회의는 “나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과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파재건회의는 한국당 내 친박 등 비당권파 모임이다. 친박계가 다수인 우파재건회의가 탄핵에 찬성했던 나 의원을 돕기로 한 것은 예상 밖의 행보다.
구본철 우파재건회의 대변인은 나 의원을 지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결정한 것”이라며 당내 화합을 위한 대승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변인은 “이젠 탄핵 찬성파도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 의원은 과거 탄핵에 찬성했지만 우리와 같이 갈 수 있는 의원이라고 생각했다. 나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당 차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둬왔던 한국당 내부 여론이 180도 달라진 것에 대해 한 전직 당협위원장은 “지역구를 다녀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평생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정론이 일고 있다. 그런 여론을 그들(복당파)도 느꼈을 거다. 그러니 입장이 변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복당파인 이진복 한국당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탄핵에는 찬성했지만 전직 대통령을 그렇게 오래 구속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혐의로 두 전직 대통령과 똑같은 형량을 받는다면) 과도한 처벌”이라고 말했다.
복당파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지원에 힘을 모으자며 당내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강성 친박계의 반발도 거세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얼마 전까지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구속시키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내자고 하니 후안무치하다”고 비난했다.
한 친박계 인사도 “탄핵 사태의 책임을 물어 정작 당을 지킨 사람(친박계)들은 출당되기도 하고 각종 불이익을 받았는데 복당파는 책임진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나. 당내 갈등을 봉합하려면 최소한 (복당파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출당시키거나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인사는 “김무성 의원이 보수 통합을 하자면서 친박계에 자꾸 손을 내미는데 거칠게 말해서 지금 김 의원과 연대하자는 분들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복당파로 귀순한 것이라고 본다. 복당파가 당권을 모두 쥐고 있으니까 거기에 협조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정희 정치연구소 박정희 소장은 한국당 내부에서 사면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 “보수 통합을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당장 원내대표 선거나 당 대표 선거에서 친박 표심을 얻으려는 목적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야권이 적극적으로 사면을 요구한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에선 받아주기 힘들 것”이라며 “사면 이야기를 꺼냈다간 지지층이 와해될 수 있다. 최소한 다음 총선(2020년 4월)은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