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은·조여정도 ‘부친 사기’ 의혹…알고 보니 연락조차 안 하는 ‘남보다 못한 사이’
배우 한고은은 38년 전 부모의 사기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마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그들의 이름값이 어느 정도 피해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긴 했다. 피해자들은 “변제 날짜를 차일피일 미뤄서 불안하긴 했지만, 그 자녀들이 연예인으로 데뷔한 것을 보면서 ‘설마 저 애들을 생각해서라도 사기를 치진 않겠지’라고 생각해 문제를 공론화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한두 달의 기다림이 수십 년으로 이어지자 결국 피해자들 일부는 수사기관에 사건을 의뢰하거나 소송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러나 승소 판결을 받았더라도 그들에게 돈을 받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해외 이민을 가는가 하면, 국내에 있어도 연락처를 수시로 바꿔 도무지 연락을 할 방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택한 것은 자녀인 연예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방법이었다. 지난 6일, 배우 한고은(43)의 부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한 최 아무개 씨(여·68)는 언론과 접촉하기 전 먼저 한고은의 소속사와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주장에 따르면, 한고은의 부모는 38년 전인 1980년 6월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한 담보 물건이 필요하다’며 최 씨에게 보증을 서줄 것을 부탁했다. 성실히 갚겠다는 말을 믿었지만 한고은의 가족은 1년 6개월 뒤 행적을 알리지 않은 채 이사를 가버렸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최 씨는 한고은 부모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해 집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 헐값에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최 씨는 지난달 30일 한고은의 소속사 마다엔터테인먼트에 직접 연락해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 당시 최 씨 측은 마다엔터테인먼트 측에 채무 변제를 직접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고은 아버지의 연락처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마다엔터테인먼트 측은 “한고은이 아버님과 결혼식, 어머니 장례식 등 2차례 만남을 제외하면 20여 년간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어 연락처를 알지 못했다”며 “이후 친지들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 12월 1일 최 씨에게 전달하고, 필요하신 부분이 있다면 적극 협조하겠고 만나서 이야기 나누시길 원하면 연락 부탁드린다는 말과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씨는 한고은의 아버지와 연락했고, 그로부터 “40여 년 만에 연락을 받고 큰 충격이었다. 죄송하지만 시간을 조금 주시면 방안을 강구해 연락을 드리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최 씨는 이 직후 언론에 이 사실을 알려 문제를 공론화했다. 마다엔터테인먼트 측에도 “사건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먼저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당시 최 씨는 채무 변제와 관련해 한고은 측에 원하는 바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단순히 피해 사실에 대해서만 설명했을 뿐이었다.
이 때문에 “굳이 한고은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대중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심지어 한고은이 이전부터 아버지의 다른 채무 문제로 인해 협박까지 당해왔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오히려 한고은에 대한 동정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배우 조여정 역시 아버지의 사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조여정의 소속사인 높은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보도 직후 공식입장을 내고 조여정의 가족사를 밝혔다. 과거 아버지의 채무로 부모님이 이혼하게 됐고, 이후부터는 아버지와 어떤 교류도 없었고 연락도 되지 않아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나 해결된 사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이처럼 연예인 가족 리스크로 불거진 ‘빚쟁이’ 폭로전이 그들의 불행한 가족사 공개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동정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이번에 거론된 연예인들의 태도가 앞선 래퍼 마이크로닷이나 도끼의 경우처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빚이) 내 한 달 밥값 수준, 나를 찾아오면 주겠다”는 것과 상반된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 내부에서는 이처럼 쏟아지는 폭로전에 대해 “올 게 왔다”는 다소 담담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다수의 연예인들의 가족 관련 빚 리스크 문제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우리도 연락을 받고 있다. 몇 십 년 전에 이혼해서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는 부모의 빚이 얼마인데, 갚지 않으면 당장 언론에 뿌리고 청와대 청원에 올려버리겠다는 이야기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도 “빚 폭로는 사실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라며 “연예인 데뷔 직후부터 부모 빚을 갚으라는 요구는 계속 온다. 연예인들 중에 정말 평안한 가정에서 나온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나? 부모형제 친인척 빚 다 갚아 주다가 정작 자기는 집도 없이 사는 연예인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언론에 거론되면 결국 그 아픈 가정사를 다 공개해서 해명해야 하는데 그게 연예인 이미지에 결코 좋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먼저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데, 당사자인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채권자 이야기만 듣고 무조건 빚을 갚아줄 수도 없지 않나. 우리로서도 이래저래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