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요?”
“아주 예뻐.”
“확실히 비싼 옷은 달라요. 옷이 너무 가볍고 편안해요.”
박인철은 아내를 포옹하고 키스했다. 박인철이 보기에도 새 옷을 입은 아내는 아름다웠다.
“옷 사줘서 고마워요.”
“아니야. 이번 일은 반드시 성공할 거니까…. 유한마담 시켜줄게.”
박인철은 다시 한번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거실로 나왔다.
“얘들아, 엄마 예쁘니?”
아내는 아이들에게도 자랑을 한 뒤에 다시 집에서 입은 막치마와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박인철은 거실에서 아이들과 장난도 하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안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아내는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까지 보아야 방으로 돌아올 것이다. 박인철은 창밖을 우두커니 내다보았다. 언제부터인지 창밖에서 가랑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굵은 빗줄기가 아니어서 어둠 속을 헤집으며 날아다니는 하얀 빗방울이 보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돼.’
아파트까지 저당잡혀서 이영훈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투자비의 다섯 배까지 챙길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볼 만한 장사였다. 다만 코스닥 상장에 성공해야 했다. 그들이 상장에 실패하면 박인철도 실패하는 것이다. 박인철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잠결에 부드러운 것이 몸에 감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 눈을 뜨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내가 그에게 올라오고 있었다. 박인철은 팔을 벌려 아내의 부드러운 등을 껴안았다. 아파트가 날아갈까봐 불안해하고 있는 아내를 달래주어야 했다.
“어젯밤에 이거 사용했어?”
아내가 박인철의 물건을 움켜쥐고 속삭였다. 어젯밤에는 물론 아가씨를 불러서 사용했었다. 그러나 곧이곧대로게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사용하기는 어디에 사용해?”
박인철은 오히려 역정을 내는 시늉을 했다.
“그럼 혼자 잤어?”
“혼자 잤어.”
“여관에서 혼자 잤단 말이야? 돈 주고 여자 부르지 않았어?”
“내 용돈이 얼마나 된다고 여자를 불러?”
“정말이지?”
“정말이야. 이렇게 좋은 마누라 놔두고 왜 다른 여자를 부르겠어.”
박인철은 허리를 들어 아내의 샘으로 자신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아내의 입에서 뜨거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내거니까 다른 년한테 사용하면 초상날 줄 알아.”
아내는 교태를 부리면서 몇 번이나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이튿날 아내는 은행에 가서 대출서류를 작성했다. 대출이 나온 것은 사흘 뒤의 일이었다. 박인철은 통장에 3억 원이 입금되자 장은숙을 만나 함께 이영훈의 회사를 찾아갔다. 이영훈의 회사는 홍대 근처에 있었다. 이영훈과 투자계약서를 체결하고 30%에 이르는 지분을 확보했다. 이영훈이 40%, 나머지는 회사를 창업할 때 투자한 사람들이 갖고 있었다. 장은숙과 박인철이 자금을 투입하면서 그들의 지분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회사는 뜻밖에 직원이 10여 명이나 되었고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잘 될까요?”
이영훈의 회사에서 나오면서 장은숙이 불안한 표정으로 박인철에게 물었다. 장은숙도 7억 원을 투자한 것이다.
“코스닥 상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투자금을 돌려받는다는 계약서까지 썼잖아요?”
“왠지 불안해서 그래요.”
“비가 그쳐서 그런지 거리가 깨끗해요.”
장은숙이 회사에서 나오자 하늘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밤새 추적추적 내리던 빗줄기는 아침이 되자 그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눈 부시게 푸르렀다. 바람도 없고 가로수들은 싱그러운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오후에 뭐할 거예요?”
“퇴근해야죠.”
박인철은 장은숙의 뒷모습을 살피면서 대답했다. 주말이니까 아내와 함께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었다. 차를 끌고 충주 수안보에 갈 예정이었다. 수안보에는 온천이 있고 근처에 월악산이 있었다.
“점심이나 같이해요.”
장은숙이 퉁명스럽게 내뱉고 또박또박 걷기 시작했다. 박인철은 검은색 항아리 스커트의 부드러운 천조각이 감싸고 있는 장은숙의 둔부에 시선을 꽂았다. 팽팽한 장은숙의 둔부를 보자 갑자기 욕망이 일어났다. 하늘색의 재킷 안에 입은 하얀 블라우스의 젖무덤도 탱탱해 보였다.
‘제기랄, 이 여자 데리고 모텔이나 갈까?’
점심을 먹고 모텔에 간다고 해도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데이트레이딩을 하는 장은숙은 평일 낮에는 분초를 아껴 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월요일 아침까지 주식을 매도하거나 매수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한가로운 시간이다.
“애인해 줄 겁니까?”
박인철은 장은숙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었다.
“어머, 왜 이래요.”
장은숙이 재빨리 박인철의 팔을 뽑아냈다. 장은숙에게서 화장품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우리는 이제 힘을 합쳐야죠.”
“부인이 있는 사람이 이러면 안 되죠.”
“식당까지만 팔짱 끼고 갑시다.”
박인철은 장은숙의 팔짱을 다시 끼었다. 장은숙도 눈을 흘기기만 할 뿐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홍대 앞 큰길가에 있는 일식집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정식을 주문하여 술까지 몇 잔 마시고 나오자 하늘에 비구름이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저녁 때는 비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는데 뜻밖이었다. 장은숙이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박인철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4시쯤 도착하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천천히 일을 보고 돌아오라고 말했다. 토요일 오후에 늦게 귀가하는데도 화를 내지 않고 있었다. 박인철은 점심을 먹으면서 장은숙과 호텔에 가기로 합의했었다. 장은숙은 낮술을 마시자 취기가 올라 자신이 먼저 흐트러졌다. 박인철은 식사를 하면서 야한 이야기로 장은숙을 달아오르게 만든 뒤에 수정과를 마시고 일어서는 그녀를 포옹하여 키스를 했다.
“이러지 마. 왜 이러는 거야.”
장은숙은 처음에는 거절하는 시늉을 했다.
“장 여사의 아름다운 모습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박인철이 장은숙의 둔부를 움켜쥐고 팽팽하게 일어선 하체로 복부를 찔러대자 장은숙은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여기서 이러면 어떻게 해.”
장은숙은 순식간에 달아올라 가쁜 숨을 헐떡거렸다.
“정말 아름다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잠깐만 이대로 있어요.”
박인철은 한 손으로 장은숙의 둔부를 잡아당기고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괜히 그러는 거지?”
“아닙니다. 이게 팽팽하게 일어섰잖아요.”
“정말이야? 내가 만져 볼까?”
장은숙도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였다. 몽롱한 눈을 내리깔고 박인철의 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어맛, 뜨거워.”
장은숙이 깜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박인철은 자신의 물건이 장은숙의 손바닥 안에서 불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앞에 호텔이 있으니까 갑시다.”
박인철은 바짝 달아올라 어쩔 줄 모르는 장은숙을 포옹하고 말했던 것이다. 이내 장은숙이 일식집에서 나왔다. 대낮부터 객실을 잡은 것은 낯 뜨거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보이의 안내로 룸으로 들어가자 장은숙이 먼저 박인철에게 달려들어 맹렬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미끄러운 살덩어리가 박인철의 입술을 열고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