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 “회사와 기술에 투자해야”, 현대중공업 “주주가치 제고 차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마이크 앞에 서있는 이), 추혜선 정의당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현대중공업지주의 고액 배당 추진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각각 현대중공업 1, 2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문화재단 이사장(25.8%)과 5.1%를 보유한 두 번째 주주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에서만 지난 3년 간 3만 5000여 명에 달하는 원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올해 상반기에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가운데 추진되는 일이라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 추헤선 정의당 의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17일 성명을 내고“조선업 불황 극복과 사업역량 집중을 위한 전략적인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 시기에 현대중공업지주가 최대주주 일가에게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고액배당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설립 전후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기선 부사장의 그룹 승계란 명제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2000년부터 약 9670억 원을 들여 확보한 자사주 13.4%를 인적분할을 이용해 지난해 4월 출범한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에 전부 이전시켰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던 AS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정기선 부사장이 대표를 맡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설립 첫해인 지난해 영업이익 600억 여 원, 영업이익률 25%를 달성했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이 알짜 사업부문을 손해를 감수하면서분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에는 3000억 원에 달하는 증여를 통해 정기선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추진됐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지분 91.3%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취득하자 현대오일뱅크는 결산 배당으로 6372억 원을 배당했다. 전년에 현대오일뱅크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었다.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오일뱅크 배당으로 현대중공업지주 보유 지분에 따라 1797억 원을 수령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상반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주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최소 3조 원에 달하는 지분가치 상승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며 정 이사장 부자의 지분 가치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최근 조선경기가 일부 호전됐다고 하지만 고액배당 정책을 중단하고 현대중공업과 노동자들을 위해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헤선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이번 임시주총 시도를 멈추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는 재고용 정책과 지역경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길로 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지부장은 “지주회사의 이익잉여금이 배당으로 이어질 것이 아니라 조선산업에 투자돼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노조는 임시주총 현장에 참석해 직접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출범한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