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산’ 금암산이 가로막아 접근성 떨어질 수도…‘왕숙’ 서울서 가장 멀어 20만 명 수용할지 의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맨 오른쪽),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세 번째) 등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지와 2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과천
이미 준강남으로 분류되는 과천과 사당 사이다. 기존 과천시가지보다 서울에 더 가깝다. 서울과 연결되는 지하철과 도로도 어느 정도 갖춰졌다. 이번 개발로 7000호가 들어서는데, 이수-과천 간 터널이 뚫리는 등 대대적으로 교통 여건이 개선된다. 경기도 양주와 의정부에서 서울 동부와 삼성·양재를 관통해 금정과 수원까지 이어지는 GTX-C 노선도 직접 통과한다. 양재천과 경마장, 서울대공원 등이 연결된다. 공공개발이니만큼 강력한 분양가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 인천 계양
김포공항을 지나 인천공항 가는 길에 위치한다. 김포한강신도시나 검단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깝다. 공항과 서울,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이미 상당히 구축돼 있다. GTX 노선과 거리가 멀지만 이번 신도시 후보지 지정으로 숙원사업이었던 5호선 연장도 이뤄진다. 마곡지구에 이어 서울 강서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자극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포공항 인근이어서 항공기 이착륙 소음이 심하다. 규모가 1만 7000호로 그리 크지 않다.
# 하남 교산지구
서울과 거리로만 보면 언뜻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과천이나 계양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 송파·강동지역과 직선 거리는 가깝지만 금암산(321m)이 가로 막고 있다. 북동쪽 하남IC를 통해 우회해야 서울 진입이 가능하다. 3호선을 연장해야 서울과 철도로 연결된다. 터널을 뚫어야 한다. 수서와 연결돼야 GTX-A 이용이 가능하다. 자칫 위쪽에 위치해 한강까지 낀 미사지구보다 서울 접근성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평가다.
# 남양주 왕숙지구
무려 6만 6000호가 들어선다. 하지만 가장 혹평받는 지역이다. GTX-B와 연결되지만 서울에서 거리도 가장 멀고, 도로도 미비하다. 기존 도로 확장을 해도 20만 명 가까운 인구를 수용할지 의문이다. 별내신도시나 다산신도시보다 서울에서 더 멀다. 앞서 공급될 인근지역에서도 미분양 우려가 크다. 더 먼 왕숙신도시가 얼마나 인기를 끌지는 미지수다. 그나마 이 지구의 가치에 결정적 변수가 될 GTX-B 노선마저 GTX 구간 가운데 가장 사업 진행이 더디다.
# GTX…‘양날의 검’
2기 신도시는 물론 3기 신도시에서도 GTX는 아주 중요하다. 이른바 서울과 철도 연결은 ‘수도권화’의 상징이다. 하지만 반대로 광역교통망을 통해 서울로 빨려들어 갈 수도 있다. GTX 2개 노선 이상이 교차하는 서울역과 삼성역이 최대 수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3기 신도시들의 ‘자족’ 기능을 강조한다. 기업들을 입주시키고, 교육환경을 개선시키려는 노력들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입지가 좋아야 한다는 질문으로 돌아간다.
# 서울시내는 괜찮나
3기 신도시를 발표하는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는 서울시의 계획도 담겼다. 규모가 1만 5000호에 육박한다. 강남 한복판인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와 삼성동 서울의료원에 각각 2200호, 800호가 들어선다. 은평구 수색역세권에는 2170가구가 지어진다. 그런데 계획에는 중랑구 신내동 북부간선도로 위에 인공지반을 조성해 1000가구를 짓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실 가능성과 안전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그린벨트 해제를 피하기 위해 “너무 쥐어짰다”는 평가가 나온다.
# 다음 후보지는 어디
3기 신도시는 내년 상반기 중 잔여 11만 호 입지가 발표된다. 앞서 후보지 유출 사건에 등장했던 곳은 과천, 안양, 광명·시흥, 의정부, 의왕, 성남이다. 과천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엔 빠졌다. 사실 서울 주변에 넓은 땅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 입장은 서울 주변에 골고루 3기 신도시를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미 발표된 곳들을 보면 서울의 동북, 남서지역이 빠져 있다. 광명·시흥지구와 고양 원흥·삼송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고양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 보상금 풀리면
3기 신도시와 GTX 조기 착공, 전철연장, 도로신설 및 확장 등에는 모두 땅이 필요하다.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큰돈이 생기면 좋은 곳에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 돈은 서울과 수도권 인근 부동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 때도 2기 신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으로 30조 원의 토지 보상금이 풀렸고, 전국 부동산값이 급등했다. 3기는 2기보다 규모는 절반 미만이지만 서울에 더 가깝고 물가도 오른 점을 감안하면 당시에 버금가는 영향이 예상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