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 제출, 신재민 “공익 위한 결정” 추가 폭로 시사
신재민 전 사무관이 유튜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을 그대로 둔다면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무단 유출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는 ‘제 2의 신재민’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 전 사무관이)KT&G 동향 문건을 무단 출력해 외부로 유출한 부분과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된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본인 스스로 판단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여과 없이 유출했다”며 “추가로 발생하는 부분은 적절한 법적 절차와 검토를 거쳐서 추가 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형법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은 공무원 신분으로 취득한 공공기록물을 무단 유출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29일부터 유튜브와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 등에 올린 게시물에서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 시절 취임한 백복인 KT&G 사장을 교체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정부가 KT&G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MBC는 ‘KT&G 사장 선임에 정부가 개입한 대응 문건이 확인됐다’며 기재부에서 작성된 문서 내용을 보도했는데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이 제보자라고 밝혔다.
백복인 KT&G 사장은 연임했고 외국인 주주 등의 반대로 교체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이 문건이 담배사업법상 정상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KT&G 경영 현황 등을 파악한 결과물이며 사장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 대규모 초과 세수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적자국채 4조원 추가 발행 압력도 있었다”고 밝혔다. 적자국채는 세입보다 세출이 많을 때 모자라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국가채무를 늘린다.
그는 “국채를 8조 7000억 원 규모로 추가 발행하면 연간 2000억 원 규모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아무도 신경 안 썼다.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정권 시기 GDP 대비 채무비율의 평가 기준이 될 2017년은 박근혜 정권과 집권 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적자 국채를 발행해 채무비율을 올려놓아야 현 정권의 책임이 덜어진다고 설명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14일 기재부가 다음날로 예정된 1조 원 규모의 국채 조기상환 입찰을 전격 취소한 것은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지시라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적자 국채 추가발행과 관련해 청와대도 의견을 제시했으나 강압적 지시는 전혀 없었고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0시 이후 유튜브에서 지인과의 인터뷰 형식의 영상물에서 국채 발행 논란과 관련해 정부 실무자가 작성한 비망록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슈퍼우먼이라 지칭) 한 서기관이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이 사건이 이슈가 될 수 있는데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비망록을 작성하고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으나 자신은 작성하지 않았고 다른 사무관은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장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2017년 11월 14일 국고채 1조 원 조기상환(바이백) 취소와 관련해 정부가 한다고 하고 안 하는 것은 큰 문제다. 한 달 전 한다고 해놓고 하루 전 취소하면 기업 등 누구 한 명은 고통 받는다. 납득 못할 의사결정을 거쳐 취소하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폭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기재부에 적자 국채 발행 압력을 넣은 청와대 인사를 차영환 전 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이라고 특정했다. 신 전 사문관은 “(당시) 김동연 부총리가 국채를 그냥 발행하지 말자고 했음에도 청와대에서 직접 내 옆에 있는 기재부 과장,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와 (적자국채를 추가발행하지 않기로 확정한) 12월 국채 발행계획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며 “보도자료 엠바고가 풀리기 전에 기사 내리면 안 되겠느냐고 과장이 몇몇 기자들에게 얘기했다. 청와대 차영환 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이후였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