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협업 방식 넘어 직접 투자 추진력 붙을 듯…HD한국조선해양 “인수·지분 투자 협의 진행 중”
#미국 투자법인 설립 계획 구체화
지난 5월 말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미국에 자회사 ‘HD Hyundai USA LLC’를 설립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36억 6500만 원을 출자해 지분 100%를 보유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미국 투자법인 설립은 지난해 8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관련 IR 컨퍼런스콜에서 추진 계획이 공개된 이후 구체화된 것이다. 당시 HD한국조선해양 측은 동남아 사업을 담당하는 싱가포르 투자법인과 별도로 미국 투자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해를 넘기도록 뚜렷한 진척이 없다가 올해 2분기 들어 법인 설립이 현실화됐다.

미국 투자법인 설립을 계기로 직접 투자에도 추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에 직접 투자를 하는 대신 현지 기업들과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미국 조선업에 투자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조선소인 프레이저인더스트리와 ‘조선소 현대화 협력 MOU’를 체결하고 조선소 설계와 건설 노하우, 생산과 운영 시스템 등 스마트 조선소 구현에 필요한 기술을 패키지로 제공하기로 했다.
#현지 조선소 인수 나설까
무엇보다 업계의 관심은 HD한국조선해양이 현지 조선소 인수에 나설지 여부에 쏠린다. 증권가에선 HD한국조선해양에 미국 투자법인이 세워지면 현지 생산거점 확보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경쟁사인 한화오션은 일찌감치 직접 투자를 통해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2024년 12월 1억 달러를 들여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최근 한화그룹은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오스탈 USA’ 인수도 추진 중이다. 오스탈 USA는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 조선소를 두고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용 함정을 건조하고 있다.
미국 조선소에 직접 투자할 유인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8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한 해외 조선사에 본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최대 두 척까지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미국에 새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기존 조선소를 인수해 소유권이나 과반 지분을 확보한 외국 조선업체가 대상이다. 최초 두 척 건조 후 추가 선박 건조는 미국 조선소에서 이뤄져야 한다. 미국 연방법은 미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데 여기에 국가안보상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업황 호조에 힘입어 HD한국조선해양의 곳간은 풍부한 상태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2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 1459억 원이다. 지난 3월 HD한국조선해양은 2조 3723억 원 규모의 외화 교환사채(EB)도 발행했다. HD현대중공업의 지분 4.32%를 담보로 외부 자본을 끌어온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EB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해외법인 운영자금, 친환경 선박 기자재와 차세대 에너지원 사업을 위한 투자, 마스가 프로젝트 등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조선업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은 변수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허용한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 예외에 의회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미 의회에서는 외국 조선사에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기는 데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현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혜택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사업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가 허용되더라도 전투함보다는 유조선이나 군수지원함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에서는 존스법 완화에 대한 경계감도 상당하다”며 “현지 조선소 인수나 건립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HD한국조선해양이 대규모 직접 투자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미국 투자법인은) 마스가의 구체적 논의와 원활한 협력을 위해 설립했다. 미국 현지 조선소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현재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와 지분 투자를 위해 검토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