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대통령 발언에 분노…소상공인들 지지 철회로 돌아섰다”
이청호 전 의원이 자신이 운영하는 곱창요리 전문점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박정훈 기자.
이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 시절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을 최초로 폭로해 통진당 분당을 촉발시켰던 장본인이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으로 당적을 옮겼고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낙천 후 자영업자로 변신했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정치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에 대한 실망이 컸다.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를 겪고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는데 또 유령당원 문제가 불거졌다. 문제를 제기하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제가 ‘인지도가 없다’며 낙천시키더라. 당시만 해도 통진당 사태 최초 폭로자로 방송에 자주 나갈 때다. 구의원 중에 저보다 인지도 있는 사람은 없었다. 더 이상 정치를 하기가 싫었다.”
―1월 1일을 기점으로 최저임금 인상 및 주휴수당 지급이 명문화됐다. 어떤 변화가 있나.
“제가 2015년에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최저임금이 5000원 정도였다. 올해는 주휴수당까지 합하면 만 원이 넘는다. 몇 년 사이에 2배가 됐다. 노동자를 존중하는 저조차도 알바생 한 명을 잘랐다. 기존 알바생 근무 시간도 줄였다. 제가 일찍 출근해서 가게 오픈 전 청소하고 마감 정리까지 한다. 하루에 근무하는 시간이 3~4시간 정도 늘었다. 임금을 아껴야 하니까 제가 더 일하는 거다.”
―정부에서 일자리안정자금,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 등 다양한 자영업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카드수수료 인하는 체감이 안 된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헛돈 쓰는 거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안 하려고 한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좋지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지원금 받는 만큼 세금이 떼이기 때문이다. 책정된 지원금 예산을 다 못 써서 이월됐다는 뉴스를 봤다.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효과가 90%라고 했다.
“그 말 듣고 저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들이 다 분노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된 거 같지만 아니다. 일단 잘린 노동자들은 어쩔 건가. 어렵게 일자리를 잡아도 문제다. 알바를 일주일에 2일씩만 근무시키는 곳도 있다. 그러면 주휴수당 안 줘도 되니까. 각종 규제 피하려고 일용직을 불러다 쓰기도 한다. 일하는 사람은 결국 소개비 뜯기지 않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2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해야 한다. 노동 강도가 세졌다. 돈을 더 받아도 물가가 올랐다. 저희 가게도 조만간 가격을 인상할 거다. 누가 도움이 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2일 씩만 알바하려는 사람도 있나.
“요즘 알바 구하기 힘들어져서 그런 일이라도 하려고 한다. 처음엔 그렇게는 일 못한다고 하더니 얼마 후에 그거라도 하겠다고 찾아온다고 한다. 다른 곳도 알바를 이틀씩밖에 안 쓴다는 거다.”
―문 대통령은 올해 수출이 6000억 불을 돌파했는데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프레임이라고 했다.
“현장에 와서 봐라. 제가 체감하는 경제는 확실히 어렵다. 본가가 부산에 있는데 역 근처 번화가도 오후 10시가 되면 불이 다 꺼진다. 제 주변상인들 이야기 들어보면 월 매출이 10% 정도 줄었다더라. 매출은 줄었는데 최저임금은 2년 동안 30% 가까이 올랐다.”
―과거 몸담았던 통진당은 민주당보다 더 진보성향이다. 정치인 시절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하지 않았나.
“최저임금 인상에는 찬성한다. 속도가 문제다. 불과 3~4년 만에 2배로 올리면 어떻게 감당하나. 지금도 인상속도가 늦다고 하는데 진보정당들이 집권 못하는 것은 경제관념이 없어서 그런 거다. 진보정당들 주장처럼 하면 나라 망한다.”
이청호 전 의원이 자신이 운영하는 곱창요리 전문점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박정훈 기자.
―여권에서는 카드 수수료나 임대료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한데 최저임금 탓만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런 어려움도 있지만 장사를 시작하며 미리 예상했던 ‘상수’다. 임대료나 카드수수료는 급격하게 오르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2배로 오른다는 것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다. 영세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떨어진 거다.”
―여권에서는 현재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너무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자영업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서 창업을 한 사람들이다. 갈데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말할 수 있나. 추구하는 방향이 자영업 구조조정이면 그게 목표라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라. 갈데없는 사람들 일자리는 만들어 놓고 이런 정책을 해야지 너무 한 거 아닌가.”
―자영업자 지지율 하락세가 가파르다. 현장에서 느끼는 민심은 어떤가.
“제가 자유한국당 찍을 일은 없겠지만 소상공인들은 문재인 정부 지지 철회나 반대로 돌아섰다. 평소 알고 지내던 편의점 사장님이 대뜸 (문재인 정부) 미친 거 아니냐고 하소연하더라. 심각하다. 개인적으로 아는 민주당 인사들이 있는데 본인들은 이런 현실을 모르더라.”
―여권 인사들에게 직접 현실을 이야기해봤나.
“정치권 지인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됐다.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 보좌관이 됐다고 하더라. 우리 가게에 와서 현실을 좀 보고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찾아왔다. 주변 상인들도 불러다 같이 이야기를 했다.”
―뭐라고 하던가.
“최저임금 올리는 게 타당하다 이런 입장이었다. 급여 생활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 자료까지 뽑아 와서 보여줬다.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버는 급여 생활자들이 많다고 하더라. 그러면 자영업자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뽑아봤느냐고 따졌다. 그거보다 못 버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현실을 모른다.”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은.
“일자리안정자금 같이 쓸데없는 거 하지 말고 차라리 매출 얼마 이하 영세 자영업자는 부가세를 감면해줬으면 좋겠다. 요즘 손님들은 거의 카드만 사용한다. 1000원짜리 공기밥 하나도 카드 결제한다. 하루에 100만 원어치 팔아도 현금은 1원도 안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매출이 투명해지니까 자영업자들이 과거보다 세금을 엄청 많이 낸다. 그런 부분에서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