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지 분명한 노사, 쟁점·파업참가자 규모·경영진 일괄사의 놓고 입장차 극명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학생체육관에8일 총파업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노사는 계속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페이밴드(기본급 상한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 도출에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노사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다. 노조는 산별 협상에 따라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1년 연장을 고수한다. 이사측은 직급별 임금피크 진입 시기를 통일하고 팀원 이하에 대해 6개월 연장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과 협상에 실패할 경우 오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3일, 2월 26∼28일, 3월 21∼22일, 3월 27∼29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 총파업을 예고해 둔 상태다. 특히 사측은 협상 결렬시 이달 30일부터 3일간 노조가 예고한 2차 총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오늘(8일) 총파업은 은행 업무가 적은 월초이고 비상대책을 수립해 대응했기에 뚜렷한 고객 피해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며 “은행 업무가 집중되는 월말과 그것도 한해 중 가장 많은 고객 수요가 발생하는 설 직전 노조 예고대로 총파업을 한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노조와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합의점을 찾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총파업 참가자 수를 놓고 국민은행 노사는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전체 직원 1만 7000명 중 조합원 수는 1만 4000명 정도로 전해진다. 사측은 출근 시스템을 기준으로 5500명, 노조 측은 지난 7일 밤부터 실시한 파업 선포식을 기준으로 참가 조합원들을 1만 명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차이는 먼저 사측으로선 참가자 수를 적게 주장할수록 파업 의미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는 많다고 주장할수록 향후 파업동력에 힘을 얻을 수 있어서다.
국민은행 부행장, 전무, 상무, 본부장 등 경영진 54명이 지난 4일 허인 행장에게 일괄 사의를 표하며 파업 저지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노사 입장차는 극명하다.
경연진들은 사직서에서 “8일 예정된 총파업으로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며 “노조가 파업 명분이 되지 않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하면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조와 끝까지 대화하겠다”고 했다.
이날 총파업에 이어 앞으로도 노사 협상 결렬로 2차 총파업까지 이뤄진다면 경영진은 일괄 사의에 대한 진정성 논란과 거센 사퇴 압박이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경영진의 일괄 사의는 파업과 고객 불편을 막기 위한 의지표명이다. 사직서를 냈지만 그에 대한 수리는 수리권자인 행장의 권한이다”라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사측은 파업의 책임을 전적으로 노조에게 떠넘기면서 힘없는 부행장 이하 임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날 국민은행은 전국 1057개 영업점을 모두 열었다. 주택구입자금대출, 전세자금대출, 수출입 및 기업 금융업무 등 조합원 파업 참가로 영업점에서 일부 제한을 받는 업무는 전국 411곳의 거점 점포를 통해 처리하도록 했다. 영업시간 중 발생하는 금융거래수수료를 면제했고 가계·기업여신의 기한연장과 대출원리금 납부 등 파업으로 인해 당일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 연체 이자 없이 처리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 노력에도 국민은행 고객의 불편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었다. 상업지구를 벗어난 지역의 영업점들을 이용헤 업무를 처리하던 고객들은 거점 점포와의 거리가 상당해 불편을 겪어야 했다. 국민은행 고객센터 연결도 총파업과 관련해 고객들의 빗발치는 문의로 거의 하루 종일 먹통상태가 지속됐다.
한편 이번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에 대해 귀족 노조의 명분 약한 단체행동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2017년 기준 9100만 원에 달해 같은 기간 하나은행(9200만 원)에 비해 은행권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 향상으로 국민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벌어지는 노조의 파업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각 은행 영업점에 붙인 ‘대고객 안내문’을 통해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하루 1시간의 휴게시간 보장, 노사 합의도 없이 새로 들어온 어린 직원들에게만 강제로 적용된 페이밴드 폐지, 기존 산별 노사합의 이행”을 파업의 이유로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