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발굴 등 임무 수행 동시에 회장직함 유지…이랜드 측 “관련 언급 이르다”
박성수 회장의 발표는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웅열 전 회장과 서정진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고, 김정주 대표는 회사를 매각하면 자연스럽게 NXC 관련 직위도 내려놓게 된다. 반면 박 회장은 계열사에 자율경영을 맡기지만 본인도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회장직함도 유지한다.
박 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꺼내지 않았다. 이웅열 전 회장은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무의 경영권 승계 가능성에 대해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은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기고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역할을 맡겨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이랜드 본사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는 박성수 회장이 지분 33.92%, 박 회장의 부인 곽숙재 씨가 6.72%를 갖고 있다. 여기에 이랜드복지재단(이랜드월드 지분 4.76% 소유), 이랜드재단(0.44%), 자기주식(53.92%)을 합치면 박 회장 및 특수관계자가 99.76%를 보유 중이다. 경영에 있어 외부관계자가 끼어들 틈이 없는 셈이다.
지분 승계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 나이로 67세인 박 회장은 승계를 진행해도 이상할 나이는 아니지만 박 회장 일가는 베일에 싸여 있다. 박 회장은 1남 1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이름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이랜드 관계자는 “박 회장의 자녀들은 이랜드 계열사에 재직 중이지 않다”며 “자세한 정보는 내부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셀트리온처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일 이랜드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계열사 및 사업부별 자율경영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최운식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대표(40), 김완식 이랜드파크 외식부문 대표(35) 등 30~40대의 최고경영자(CEO)를 발탁한 것도 눈에 띈다. 이랜드는 “미래 성장을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랜드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가능성은 낮게 본다. 재계 관계자는 “자율경영을 한다지만 계열사 간 조율을 할 사람은 필수적이기에 박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는 이상 이랜드 내에서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현대중공업에서 어떤 직함도 맡지 않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같은 경우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닌 듯하다”고 전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후계와 관련한 언급은 아직 이른 것 같다”고 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이랜드그룹 핵심 계열사 이랜드리테일, IPO 초읽기 돌입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이랜드리테일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의 유통업을 담당하는 회사로 뉴코아아울렛, NC백화점 등을 운영한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매출 2조 638억 원, 영업이익 2240억 원을 기록한 이랜드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등과 더불어 2018년 상장(IPO) 대어로 꼽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이랜드리테일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사진=일요신문DB 최근 몇 년간 이랜드그룹은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를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왔다.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가치는 최대 2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상장에 성공하면 자금 조달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에도 상장을 추진했지만 자회사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면서 철회한 바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안에 상장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랜드월드의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있어서 이전에 비해 상장 조건이나 여건은 좋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