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자농구 성추행 사태, 소통위 합류한 결정적 이유”...“단 한 명의 선수라도 도움 받을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
김은혜 KBSN 여자농구 해설위원. 사진=좋은스포츠 제공
#소통위원회, 구체적 방안은 향후 논의 예정
심석희가 대표팀 훈련을 재개한 10일, 유승민 위원은 소통위원회 설치를 발표했다. 그는 “선수들의 마음은 선수가 제일 잘 알 것”이라며 “심석희 선수의 결단이 헛되지 않도록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은혜 위원은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에서의 인연으로 소통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유승민 위원님은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장이기도 하다. 나도 선수위원회에서 활동하다 이번 일에도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설되는 소통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방안은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과 더 긴밀한 스킨십을 한다’는 의도에는 이견이 없다. 향후 유승민 위원, 조해리 위원장 등과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유 위원은 현재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 참석차 스위스 로잔에 머무르고 있다. 김 위원은 “유 위원님이 돌아오시면 본격적으로 회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터져 나오는 체육계 성폭력 사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고 있었음을 지적했다. “좀 더 일찍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더 일찍 멈출 수도 있었던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향후 이뤄질 소통위원회 활동에 대해 “단 한 명의 선수라도 도움 받을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다해 활동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활동 방안 중 하나로 ‘익명 설문’을 이야기했다. 선수 활동에 있어서 불합리한 일이나 폭행 등의 피해를 묻는 설문으로 현재 상황을 살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뻔한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의 말대로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와 스포츠인 권익센터 등이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에 회의적 시선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
13년간 우리은행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던 선수시절. 연합뉴스
#김은혜 위원이 소통위 활동 결심한 이유
많은 이들이 체육계 성폭력 사태에 충격을 받았지만 김은혜 해설위원에게는 이번 일들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가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던 팀인 아산 우리은행 위비는 지난 2007년 팀을 맡고 있던 박명수 전 감독의 성추행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박 전 감독은 소속 선수 성추행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김 위원은 당시 우리은행 소속이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정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선수시절 팀 내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당시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활동에 나서게 됐다. 사실 소통위원 활동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과거 ‘그 일’이다”
김 위원은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심정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가까이서 일어난 성폭력 사태를 지켜봤기에 고통을 겪고 있을 선수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큰 듯 했다. 그 과정 속에서 팀이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봤던 당시를 떠올리며 가슴아파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 또 일어났다. 조금이나마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여전히 농구와 함께” 은퇴 후 근황은 반복되는 부상으로 지난 2014년 11월 은퇴식을 치르며 농구공은 내려놨지만 김은혜 KBSN 해설위원은 농구코트 가까이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비시즌에는 주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시즌이 시작되면 해설을 맡고 있다. 3년차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려 노력중이다”라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3x3 대회, WKBL 올스타 전 등 다양한 무대에 자주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전국어머니농구대회’에도 참가한 바 있다. 그는 “결혼을 안 해서 어머니는 아니지만 모교 타이틀을 달고 하는 대회라 출전했다”며 웃었다. 이어 “여자농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한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복귀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은퇴 당시 만 31세라는 이른 나이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부상이 반복돼서 은퇴를 결정했다. 사실 은퇴 이후 평상시에는 농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벤트 경기에만 나가도 너무 힘들다”며 웃었다. 지난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WKBL 올스타전에서는 정은순, 전주원, 정선민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나서기도 했다. 김은혜 위원은 중계석에서 힘을 보탰다. 김 위원을 비롯한 WKBL 레전드들은 최근 부쩍 적극적으로 팬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WKBL 경기운영본부장과 운영부장에 박찬숙과 박정은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들 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경기장을 찾아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 위원은 달라진 분위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총재(이병완)님이 새로 오시고 나서 은퇴한 언니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은퇴를 했지만 친정집을 방문하듯 편하게 경기장에 오라’고 하시더라. 언제든 경기장에 갈 수 있는 출입증도 다들 받았다.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니 더 편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언니들이 다들 농구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선수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경기장 밖에서 돕겠다는 생각이다.” 김 위원은 은퇴 선수로는 드물게 최근 스포츠 에이전시 ‘좋은스포츠’와 동행을 결정했다. 그는 이에 대해 “해설 등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그동안 공부를 좀 했는데 앞으로 세미나나 강연과 같은 방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했다. 농구와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더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