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한국의 미 알리기
▲ 대보름 밤에 동네 아낙네들이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사진은 지난해 ‘해운대 달맞이ㆍ온천축제’ 모습. 사진제공=국제신문 | ||
8월 한가위는 1년 중 달이 가장 밝은 때로 둥근 달 아래에서의 우리나라 민속놀이로는 부녀자들이 노는 강강술래가 대표적이다. 예전 예쁜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입고 댕기를 늘어뜨린 채 동네 앞마당을 빙빙 돌며 치마폭을 아름답게 날리던 동네 아낙네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주로 8월 한가위에 서남해안 부녀자들이 하던 민속놀이인 강강술래는 부녀자들 수십 명이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라는 후렴이 붙은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면서 뛰노는 놀이다. 이때 목청이 좋은 여자 한 사람이 가운데 서서 앞소리(先唱)를 부르면, 놀이를 하는 모두가 뒷소리(合唱)로 후렴을 부른다.
196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돼 있기도 한 강강술래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은 임진왜란 때 수군통제사인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거느리고 왜군과 대치하면서 적에게 해안을 경비하는 우리 군사가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부녀자들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며 이 놀이를 하게 한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그러나 이 설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반론이 많다.
다른 하나는 고대의 제사 의식에서 비롯된 놀이라는 설이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등과 같은 제사 의식이나 마한 때부터 내려오는 달맞이와 수확 의례의 농경적인 집단 춤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런가 하면 분포지역이 주로 서남해 해안지방인 점에서 남자들은 오랫동안 고기를 잡으러 나가고, 여성들이 마을에 남아 있으면서 달 밝은 밤이면 풍농과 만선을 기원하는 공동굿(제의) 형식으로 발달되어 왔다는 설도 있다.
강강술래의 어원에 대해서도 학설이 분분하다. ‘강강술래’라는 말은 ‘강한 오랑캐가 강을 건너온다’는 뜻의 한자말 ‘强羌水越來’에서 온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본래 우리말이란 설이 더 무게를 얻고 있다.
우선 ‘강강’의 ‘강’은 주위·둥근 원이란 뜻의 전라도 방언이고, ‘술래’는 한자어 순라(巡邏)에서 온 말이라는 설로 임진왜란 기원설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가 하면 ‘술래’는 ‘수레(輪)’의 옛말 ‘술위’에서 온 것으로 ‘둥글게 둥글게 돌자’는 뜻을 갖는다는 설도 있다. 또 ‘강강’은 징이나 꽹과리 같은 악기를 울릴 때 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밖에도 강강술래는 아무런 뜻이 없는 추임새라는 설도 있다.
강강술래 놀이는 간단하면서도 흥이 넘치고 또 여럿이 모여 하는 놀이라 공동체 놀이로는 그만이다. 보름달이 뜨고 동네 아낙네들이 동네 앞마당에 모여 서로 손을 잡고 원을 그리고 서 “가앙, 가앙, 수울래”하며 늘어진 소리를 낸다. 한가운데 선 여자가 이 소리를 받아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원무를 추며 후렴을 따라 한다. 노래의 템포가 빨라지면 원무도 따라서 빨라지고, 나중에는 아낙네들의 치마와 치렁치렁한 댕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춤은 절정에 오른다. 이러한 원무는 시작과 끝, 주와 종, 선과 후, 앞과 뒤의 구별이 없이 둥글게 하나가 되는 데다 노랫말을 주고받는 가운데서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하나가 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본격적인 강강술래는 원무가 중심이 되어 늦은강강술래, 중강강강술래, 잦은강강술래로 구성돼 있으며 부수적인 놀이로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사이사이에 ‘남생아 놀아라’, ‘고사리 꺾기’, ‘덕석 몰기(풀기)’, ‘지와 밟기’, ‘꼬리 따기’, ‘문 열어라’, ‘개고리 타령’ 등 부수적인 춤들이 번갈아 가면서 행해진다.
강강술래에 쓰이는 노래도 지방마다 차이가 있다. 이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 정서와 실제를 노랫말에 담아냈기 때문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구수하고 친근한 또 다른 경지를 보여준다.
▲ 사진제공=해운대구 | ||
달 떠 온다 달 떠 온다 강강술래
동해 동창 달 떠 온다 강강술래
저 달이 뉘 달인가 강강술래
강호방네 달이라고 강강술래
강호방은 어디 가고 강강술래
저 달 뜬줄 모른단가 강강술래
저 건너 큰 산 밑에 강강술래
동백 따는 저 큰 아가 강강술래
앞 돌라라 인물 보자 강강술래
뒷 돌라라 태도 보자 강강술래
인물 태도는 좋다마는 강강술래
눈 주자니 너 모르고 강강술래
손 치자니 넘이 알고 강강술래
우리 둘이 일허다가 강강술래
해가지면 어쩔거나 강강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