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매입 이후 가격폭등 없어” vs “미공개 정보활용한 전형적인 투기 공식”
부동산 시장의 투자와 투기 기준을 이번 ‘손혜원 의원 투기’ 논란에 대입하면 경계가 더 모호해 진다. 손 의원과 친인척, 지인들은 이 지역이 문화재로 등록되기 직전인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건물과 토지 등을 집중 매입했다. 손 의원 측은 역사가 살아있는 곳에서 문화재 정체성을 기반으로 도시재생을 위해 실제 사용 용도로 구입했다고 주장하지만,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 투기는커녕 투자 매력 없는 ‘죽은도시’
투기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지역사정에서부터 출발한다. 부동산 시장 논리로만 보면 이 지역은 ‘죽은 도시’다. 1980년대까지 번화가의 명맥을 이어오던 이곳은 1990년대부터 신도시 개발과 인구이동으로 활력을 잃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사실상 방치됐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의혹의 중심에 선 지역인 전남 목포 대의동 1가의 상업‧업무용 건물의 거래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동안 3건에 불과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거래가 없다. 단독‧다가구 주택 거래 역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거래는 단 5건에 불과했다. 이후 2년 동안은 거래 자체가 없었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부동산 연구원은 “수익을 생각한다면 투기는커녕 투자 요건도 갖추지 못한 곳이다. 인근에 신도시가 자리를 잡은 상태인데다, 오랫동안 특별한 개발 이슈도 없어 미래 가치도 높지 않았다.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지역”이라며 “투기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지역 부동산을 못 살지도 모른다’라는 공포가 퍼질 때 시작된다. 그런데 누가 이곳 부동산을 못살까봐 두려워하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2017년부터 손 의원 가족과 지인 등이 이 지역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손바뀜은 일어났지만, 가격폭등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손 의원 투기 의혹이 지속되자 지난 21일 “최근 이 지역 부동산 과열현상은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목포 도시재생 사업지 부동산 시세를 분석한 결과 최근 3개월 평균 주택은 0.11%, 토지는 0.22% 각각 오르는데 그쳤다. 전국 평균인 0.31%, 0.43%보다 낮다”라고 말했다.
손 의원이 이 지역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과 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뜯어봐도, 당장은 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먼저 손 의원은 수 년 전부터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SNS를 통해 부동산 매입 시점과 실제 사용(카페, 게스트하우스 등)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 왔다. 특히 일부는 그 계획대로 실제 사용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부동산을 과다하게 구입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방식이 새롭거나 이례적인 건 아니다. 현재 논란이 불거진 지역과 같이 도시재생 사업이나 박물관 등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 또는 개인이 토지나 건물을 대량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실제 목포 조선내화 창업주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성옥기념관도 1732㎡(524평) 대지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여러 채 사는 방식이 활용됐다.
# ‘미공개 정보 활용한 부동산 매입’이 투기 의혹의 핵심
투기로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손 의원의 지위와 부동산 구입 시점에 주목한다. 손 의원이 2017년부터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시기는 그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피감기관인 문화재청을 상대로 대정부 질의를 하거나 국정감사에 참여할 시점이다. 특히 문화재청이 이 지역을 등록문화재로 등록고시 한 지난해 8월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였다. 이는 최근 손 의원이 공직자 윤리 문제인 ‘이익 충돌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사전에 입수한 ‘미공개정보’를 토대로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했다는 투기의 유력한 정황으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손 의원 측은 “미공개정보 활용 의혹은 허무맹랑하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매입한 부동산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거래가 제한적일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실제 거주하며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현재까지 손 의원이 문화재 등록을 위해 문화재청 등에 대해 유무형의 압박을 했거나, 사전에 정보를 받았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이들이 ‘원하는 경우’ 언제든 자유롭게 이 지역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도시재생 사업 지역의 부동산을 미리 집중적으로 사들여, 재생 사업이 완료된 이후 가격이 오르면 거래해 충분히 시세 차익을 내는’ 전형적인 투기 공식을 따를 여지가 열려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손 의원이 “투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해도 의혹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등록문화재는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원형 보존에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조항만 있다. 철거를 하거나 외관을 전반적으로 손대지 않는 이상 내부 보수나 인테리어 등을 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 특히 지자체장이나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수리‧정비 등 현상 변경도 ‘신고’로 이뤄진다.
문화재청도 등록문화재 제도의 특징으로 “원형보존, 진정성 유지 등을 근간으로 하는 지정문화재 제도보다,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설정 배제 등 규제는 최소화하고 활용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명확하게 명시된 게 없어 해석 차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등록문화재를 상업적 용도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수리 보수 등을 통해 재산 가치를 더 높여 이뤄지는 거래도 종종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손혜원 투기’ 논란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 관계는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서울 남부지검은 지난 2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손 의원을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 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남부지검에 접수된 고발장은 1개지만, 다른 검찰청에서도 비슷한 혐의로 고발장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여러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서초동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당장은 투기냐 아니냐를 따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2~3년 뒤에 논란이 불거졌다면 지금보다는 명확한 답이 내려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