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만 더 들어오면…’ 티켓값 낮추고 ‘1+1’ 행사까지 막판 관객몰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홍보 스틸 컷.
# 1000만 가능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N차 관람’의 성지였다. 한번 본 이들이 또 다시 영화를 보며 입소문을 냈다. 일반 상영관에서 영화를 즐긴 후 스크린이 3면으로 구성된 스크린X관으로 재차 관람하고, 화면에 나오는 자막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영화를 보는 ‘싱얼롱 상영회’를 찾는 발길도 부쩍 늘었다. 이런 기세라면 1000만 달성은 무난해보였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수입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각종 마케팅을 동원하며 막판 관객몰이에 나섰다. 영화 티켓 가격을 장당 7000원으로 낮추고, 표 한 장을 사면 한 장을 더 주는 일명 ‘1+1’ 행사까지 시작됐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측은 “개봉 12주차부터 ‘보헤미안 랩소디’를 향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1+1 예매 혜택과 오리지널 포스터를 증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1월 29일부터 안방극장에서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VOD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코멘터리 영상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한다. 때문에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거나 다시 한 번 그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VOD 서비스가 시작되면 더 이상 영화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이라며 “이 영화는 극장에서 큰 스크린과 스피커를 통해 즐겨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VOD 서비스로 영화를 본 후 그 맛을 느끼기 위해 다시금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날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호재로 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신작들이 대거 개봉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가 그 틈바구니에서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다면 극장을 찾았다가 아직 보지 못한 이 영화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명절을 맞아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관람할 수도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홍보 스틸 컷.
# 1000만은 어렵다?
하지만 사실상 1000만 달성은 힘들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영관 수와 상영 시간대다. 한때 1000개가 훌쩍 넘는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던 ‘보헤미안 랩소디’의 현재 상영관 수는 200개가 조금 넘는다. 또한 관객들이 몰리는 상영 시간대는 신작들에게 내줄 수밖에 없다. 편안한 시간에 영화를 보기 원하는 관객들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선택할 기회가 많이 줄었다는 의미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공연 실황을 담은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도 복병이다. 1월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25일 오전 9시 현재 예매율 37.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누적 예매 관객수만 18만 명이 넘는다. 이 영화 역시 싱얼롱 상영회가 진행되고, 스크린X관에 대거 배치된다. 같은 음악 영화로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상영관을 더 내줘야 한다는 뜻이다.
1000만 달성을 위해 내세운 마케팅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의도적으로 티켓 값을 낮추면 영화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로 인해 상영관을 틀어쥐고 있으면 다른 작품들이 상영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관객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을 시작한 시점이 너무 늦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설날을 겨냥한 신작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영화 ‘극한직업’은 ‘오랜만에 잘 나온 코미디’라는 평가를 얻으며 개봉 2일 만에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평일 스코어가 엄청나 주말에는 상영관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4일 언론배급시사회를 마친 영화 ‘뺑반’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결국 개봉한 지 석 달이 된 ‘보헤미안 랩소디’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대로 상영을 마쳐도 의미 있는 기록을 거두게 된다. 그동안 역대 1000만 고지를 목전에 두고 상영을 마친 영화는 총 3편이다. ‘검사외전’(970만 명), ‘설국열차’(935만 명), ‘관상’(913만 명) 등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현재 스코어만으로도 가장 아깝게 1000만 달성을 놓친 영화로 내내 기억될 수 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전 200만 관객을 동원하면 성공이라는 평을 받던 영화인데 그보다 5배에 육박하는 성적을 거두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괄목할 만하다”며 “무리하게 1000만 만들기에 힘쓰기보다는 박수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때”라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