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연출가 조현철 교수의 작품
[일요신문] 손시권 기자 = 공간연출가 조현철 교수가 최근 서울예술대 예술공학센터 로비에서 개인 전시회를 가졌다. 이번 전시의 키 이미지는 최근 수년간 작가의 창작 고민 보따리의 한 귀퉁이를 의젓하게 차지하고 있는 트라이앵글이다. 곱디고운 원색의 의상을 두른 채 특유의 예각 자태를 뽐내는 크고 작은 다양한 삼각형들을 통해 전시장 곳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건넸다.
미술평론가 김복영 전 서울예술대 석좌교수는 조현철 교수의 끈질긴 삼각형 사랑에 대해 “디자인의 탈장르화를 모색하여 회화를 상호텍스트로 삼아 양자를 융합하려는 실험은 관목할 만한 것”이라며 “특히 트라이앵글의 세 개 직선이 만들어 내는 기학학적 성질과 이것들을 바깥으로 한정지어 주는 ‘하드에지’를 기반으로 하는 그의 작품은 칸딘스키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정신적인 것’의 의의를 재창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현철 교수는 이번 작업도 삼각형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디자인을 넘어서려는 디자인의 모색’을 드러냈다. 추상회화가 안겨다 주는 심미성과 디자인의 공간연출성을 하이브리드화 함으로써 회화와 디자인의 통섭에 의한 새로운 미적 가치 창출의 조형충동을 구현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으면, 어느새 세 무리의 시리즈 삼각형들은 디자인 요소를 간직한 채 심미적 감상을 기다리는 회화 작품으로, 조각 작품으로 변신을 가한다.
미술작품의 전시는 일반적으로 화이트 큐브의 사각형 안에서 이루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펼쳐지는 공간은 서울예술대학교 예술공학센터 1층 로비이다. 전시를 위한 전용공간이라기보다는 건물의 여백으로서 실험성이 강한 퍼포먼스 공연이 더 잘 어울리는 장소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가는 산만한 빛이 난무하는 비정형의 애매한 이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택했다.
이와관련,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는 “장소성을 염두하고 제작한 인스톨레이션 작품들은 아니었을지라도, 조형적 표현으로서 삼각형 작품들이 삼각형을 닮은 거대공간에서 전시되어, 전시작품과 전시공간의 관계가 삼각형이 반복되는 프랙털 구조로서 자기 유사성을 획득하는 현상학적 묘합의 공간연출을 미학적으로 의도했기 때문”이라며 “무엇인가를 빚어내는 인간은 호모 파베르(homo faber)로서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을 관찰하고 거기로부터 예술을 끄집어내어 왔다. 자연에서 목격되는 프랙털 구조 역시 질서를 대변하는 예술의 원천으로서 예술가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자연에 뿌리를 두긴 하지만, 예술가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기하학적 모티브의 프랙털은 자연을 닮은 작위임에 분명하다”며 “미학적 토포스(aesthetic topos)로서 삼각형을 닮은 전시장에서 삼각형들이 전하는 개성 강한 뮈토스에 푹 빠져 본다면, 자연의 흰 눈마저도 삼각형으로 둔갑시켜 내리게 하는 작가의 마법 같은 작위성을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라고 호기심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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