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명 ‘DMZ 감동’ 불렸지만 성소수자 혐오 발언…김순례 세월호 유가족한테 “시체장사” 등 막말 쏟아내
5·18 망언으로 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구설에 올랐다. 이들은 이전에도 부적절한 언사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박은숙 기자
20대 총선을 앞둔 시점,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번호 선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를 시작하고, 추천이 완료되면 이를 토대로 공관위가 후보자와 순위를 정한다. 이후 국민공천배심원단의 심사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대표최고위원이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공관위는 20대 총선을 3개월가량 앞둔 2016년 3월 “인간승리, 감명을 줄 수 있는 분들, 우리 국가 미래를 위한 귀감이 될 선구자적 역할을 할 사람 등이 있다”고 말하며 예비후보 명단에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최선의 멤버를 찾느라고 결정이 늦어졌다. 훌륭한 분들이 많아서 시간이 걸렸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야심차게 발표한 인물들 명단 가운데 이종명 의원은 비례대표 2번, 김순례 의원은 15번이었다. 이들은 3일간 후보 공모를 통해 모인 611명 중 두 명이었다.
이종명 의원은 예비후보 2번이었지만, 예비후보 번호 홀수는 여성, 짝수는 남성으로 구분해 번호를 부여했던 점을 미뤄볼 때 예비후보 1번이나 다름없다. 이종명 의원은 과거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 대령으로 전역했다. 이후 그는 2000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중에 부상을 당한 후임병을 구하려다가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었다. 그리고 2년 2개월간 재활 훈련을 통해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군에 돌아가 합동군사대학 지상작전 교관 등을 지내며 후학 양성 임무를 맡았다. 이종명 의원은 그렇게 ‘DMZ의 감동’으로 불렸다.
그 당시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순위권에 군 장성 출신을 3명이나 포함시켰다. 새누리당은 이종명 의원에게 ‘참군인’, ‘살신성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새누리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의식한 공천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종명 의원은 2015년 10월 1일(국군의 날)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세간의 기대감을 업고 이종명 의원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지만, 이후 구설에 올랐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한 것이다. 그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후보자가 동성애자는 아니죠?”라고 질문했다. 진선미 후보자는 “그 질문은 차별성을 갖는 질문”이라고 반박했지만, 이종명 의원은 계속해서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회피한다”라고 했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캐묻는 듯한 질문으로 논란에 휘말렸다.
이종명 의원은 경북 청도 출신이지만 대전에서 14년간 살아왔기 때문에 한때는 대전 유성구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그가 당협위원장 공모에 불참해 21대 총선은 불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김순례 의원은 공천을 받기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한약사회 부회장이었던 김순례 의원은 2016년 4월 자신의 SNS를 통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향해 ‘시체장사’, ‘거지근성’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김순례 의원의 막말에 업계 일부에선 그의 국회 입성을 반대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새누리당 김순례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의 비례대표 선정을 반대하며’라는 논평을 통해 “비례대표 당선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새물약사회·농민약국·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등은 대한약사회를 향해 부회장직 해임을 촉구했다.
국민공천배심원단도 김순례 의원의 공천에 대해 재심사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공관위원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발표 해놓고선 (뒤늦게) 빼버리면 그 사람은 뭐가 되느냐. 논란이 되는 사람은 제외하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넣을 가능성은 있다”고만 감싸줄 뿐이었다. 대한약사회에서도 그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을 발표했고, 약계에서는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반대 목소리에 등을 돌리고 김 의원을 공천했다.
한 약사회에 소속된 A 씨는 “(공천을 앞두고) 조찬희 전 여약사회 회장이 김순례 의원을 새누리당 당사까지 데리고 다니며 적극 밀어줬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 출신이다. 조찬희 전 회장은 연임을 했는데, 첫 임기 때 김순례 의원이 부회장을 맡았었다”며 “당시 소문이 무성했다. 선배들 중 한 명이 서청원 의원에게 다리를 놔줬다는 말도 나왔다. 공천심사 과정, 최고위원회, 원유철 원내대표와 그가 소속됐던 공천심사위까지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김순례 의원을 밀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이어 “(김순례 의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공천 받을 때부터 확정날 때까지 약업계에서 잡음이 많았다. 듣기로는 새누리당 최고위에서도 그를 둘러싸고 언쟁이 있었다더라. 친박(친박근혜) 실세들이 밀어줘서 (공천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순례 의원은 많은 반발을 무시하고 국회에 입성했지만, 그 뒤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에이즈 감염 문제를 거론하며 “동성애자, 성소수자 이런 분들이 항문섹스나 보텀섹스를 많이 한다”며 “군대에 가서 강압적으로 성기접촉을 하고 에이즈에 걸려서 나온다는 사실을 방기하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이즈 감염의 원인을 동성애로 단정 지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었다. 김순례 의원은 21대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국당 경기 성남분당을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