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2년 만에 700억 펀드 운용사 선정…운용사 선정 당시 마이너스 영업이익 기록
문 대통령 사위가 다녔던 회사.
문 대통령 사위 서 아무개 씨는 2016년 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토리게임즈에 근무했다. 취재결과 토리게임즈와 법인등기상 같은 주소지에는 플레너스앤파트너스란 회사가 있었다.
플레너스앤파트너스 김 아무개 대표는 지난 2015년 12월 케이런벤처스라는 벤처캐피탈 업체를 만들었다. 케이런벤처스는 설립 2년 만인 지난 2017년 12월 700억 원 규모 ‘연구개발특구 일자리창출펀드’ 공동운용사로 선정됐다.
이 펀드에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모태펀드, 대전·광주·대구·경북 테크노파크 등 공공기관이 648억 원을 출자했다.
토리게임즈 정 아무개 대표는 처음에는 플레너스앤파트너스 김 아무개 대표와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가 기억을 떠올려보니 몇 년 전 투자를 받기 위해 한번 만났던 사이라고 말을 바꿨다. 다만 당시 투자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을 정도로 별 인연이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플레너스앤파트너스는 플레너스투자자문이란 회사의 자회사다. 플레너스투자자문 역시 토리게임즈와 같은 주소지에 있다. 플레너스앤파트너스는 홈페이지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플레너스투자자문 측에 물어보니 파트너스는 법인등기만 남아있을 뿐 사실상 없어진 회사라고 했다. 투자자문 측은 토리게임즈와 주소가 같은 것에 대해 “대표님하고 그쪽 대표님하고 잘 아셔가지고 돈 아끼려고 사무실을 나눠쓴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플레너스’는 토리게임즈 정 대표가 과거 몸담았던 회사 이름이다. 플레너스는 지난 2004년 CJ그룹에 인수돼 CJ인터넷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플레너스 상무였던 정 대표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CJ인터넷 대표를 지냈다.
토리게임즈가 플레너스투자자문으로부터 7000만 원을 대여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투자자문은 금융투자업을 하는 회사지 대부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양측이 특수 관계가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다.
이에 대해 토리게임즈 정 대표는 “사업 관련해 돈을 빌렸고 지금은 다 갚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케이런벤처스가 ‘연구개발특구 일자리창출펀드’ 공동운용사로 선정된 과정도 살펴봤다. 펀드 운용사 선정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주도했다.
이번 펀드 운용사 선정 평가항목에는 운용사 재무안정성, 운용사 투자실적, 대표이사 업계 경력 등이 있었다.
케이런벤처스는 자본금이 6억 원에 불과했고,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2016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억 6917만 원이었다. 김 대표를 비롯한 공동대표와 대표 펀드매니저는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재단 측은 “케이런이 포스코기술투자와 공동운용사를 구성해 신청서를 냈다. 아무래도 포스코기술투자에 대한 평가가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운용사 자체 투자실적보다는 운용인력의 투자실적을 봤다. 케이런 임원들이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지만 펀드 운용 이력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보다 운용인력의 이력을 봤다면 현재 인력이 이직하거나 퇴직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운용인력 이직이나 퇴직 시에는 재단에 보고를 하게 되어 있다.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때도 재단과 상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이번 펀드는 우선손실충당 규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선손실충당제도는 펀드를 운용하다 손실이 발생하면 운용사가 손실 중 일부에 대해 우선적으로 책임을 지는 제도다.
출자자들을 보호하고,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이번 일자리창출펀드는 2호인데 1호 때는 우선손실충당 규정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일자리창출펀드는 중소, 벤처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펀드인데 우선손실충당제 때문에 운용사들이 손실을 입을까봐 적극적으로 투자를 못했다. 우선손실충당제가 없어지는 것이 업계 전체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한 기금운용전문가는 “(정부 주도 펀드 운용사 선정)평가위원회에 들어가 봤는데 벤처캐피탈은 설립 얼마 안 된 회사라도 운용인력 경력을 보고 선정하는 경우가 있긴 하더라. 유가증권 쪽은 절대 (운용사 선정을)그렇게 주지 않는다. 과거 정권 때부터 벤처업계를 정부에서 육성하려는 의지 때문에 좋게 말하면 규제완화고, 나쁘게 말하면 자격이 안 되는 곳에 돈이 많이 살포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대표가 전에 운영하던 회사가 사실상 폐업상태고, 현재 회사도 운용사 선정 당시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었다면 분명한 감점요인이다. 그럼에도 선정됐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정황만으로 특혜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운용사 선정 당시 채점표 등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단 측은 운용사 선정 당시 평가위원회 채점표 등 관련 기록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 측은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특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 특감반 출신인 김태우 전 수사관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여권 관계자가 420억 원 규모 성장 사다리 펀드 운용사로 특정 업체가 선정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했다.
한편 이번 펀드 운용사는 조합약정총액의 1% 이상을 출자해야 했다. 포스코기술투자와 케이런벤처스는 총 52억 원을 출자했다. 이를 절반씩 부담했다면 26억 원이다. 이 출자금을 포스코기술투자가 대부분 냈다는 의혹도 있다. 각각 얼마씩 출자금을 냈느냐는 질문에 포스코기술투자 측은 기밀사항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일요신문’은 케이런벤처스 측 입장도 듣기 위해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는 등 수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토리게임즈 측 입장은? MBC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사위가 게임회사 부사장을 했는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무리한 부탁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먼저 사직했다”고 했다. 반면 토리게임즈 정 아무개 대표는 “회사에 부사장은 없었다. 서 씨 직책은 팀장이었다. 서 씨는 행정직으로 근무하며 매우 적은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고 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서 씨는 금융회사 출신이다. 정 대표도 금융회사 출신인 서 씨가 게임회사 채용에 지원한 것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서 씨가 퇴직한 이유에 대해서는 “서 씨를 이용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면서 “회사에서 출시한 게임이 실패했다. 프로젝트 실패하면 자발적으로 나가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신규 게임은 개발 안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일이 없으니 나간 거다. 서 씨뿐만 아니라 많은 직원들이 나갔다”고 했다. 토리게임즈는 원래 NX스튜디오였으나 문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17년 10월 청와대 퍼스트견 ‘토리’ 이름을 따 사명을 바꿨다. 일각에선 대통령 사위가 다니는 회사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사명을 바꿨다는 설이 있었으나 정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 대표는 “자꾸 의혹이 제기되니까 억울하다. 청와대나 서 씨가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해야 되는데 왜 침묵만 지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현재 서 씨와 연락되는 상황도 아니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