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입법조사처 “표적검사” 태클…“감독하지 말란 얘기냐” 금감원 내부 불만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후 부활시킨 종합검사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당초 부활을 예고했던 때보다 힘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준선 기자
금감원은 지난 2월 말 금융위에 계획안을 보고하고 확정할 방침이었으나 금융위와 사전 조율에 실패하며 지연됐다. 당시 금융위는 저인망검사, 보복검사 등의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금감원에 검사대상 선정 기준 등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25일 각 금융협회에 ‘종합검사 선정 지표안’을 보내고 오는 11일까지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피감 대상인 금융권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겠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우려가 많았던 만큼 객관적 지표로 피감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각 금융협회에 선정 지표안을 보내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며 “협회에 모든 회원사의 의견을 취합해 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금감원은 과거의 관행적인 종합검사와 차별화된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를 도입해 순기능을 강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금융회사의 수검부담 등을 고려해 검사 횟수와 규모 또한 최소화한다. 이처럼 금감원이 종합검사에 톤을 낮춘 이유는 그간 피감 대상인 금융권의 거센 반발과 금융위와의 갈등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금감원이 종합검사 부활을 예고하자 금융권은 크게 술렁였다. 폐지되기 전 종합검사 때와 달리 윤석헌 금감원장의 종합검사는 훨씬 매서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금감원에서 종합검사를 나와 모든 문제점을 캐내더라도 몇 가지를 눈감아주는 경향이 있었다”며 “당시에는 금융회사와 금감원 간 소통이 있었지만 지금은 찔러볼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금감원의 계획안이 다소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음에도 여전히 ‘표적검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선정 평가지표에 포함된 ‘민원 건수’를 두고 반발하고 있다. 상품 판매 수가 많고 소비자 회원이 많은 대형사가 상대적으로 민원 건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형 보험사들은 자살보험금, 즉시연금 문제 등으로 금감원에 맞서온 터라 더욱 긴장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예측했던 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대상을 선정하는 평가지표를 알리고 업계 의견을 반영한다지만,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일단 대상으로 정해지면 기본적으로 모든 점검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다, 하나라도 문제점이 발견되면 금감원 제재로 이어진다”며 “설령 조사에 힘이 빠진다 할지라도 피검 회사 입장에서 부담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이재화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지난 2월 27일 ‘금융회사 종합검사제도의 운용 현황 및 과제’ 보고서를 통해 “금감원과 갈등을 빚었던 금융회사가 금감원의 선별작업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자연스럽게 표적검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 시스템 구조에서 금감원이 앞두고 있는 종합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맞다”며 “장기적으로 제기된 지적들을 개선해나가면 더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종합검사를 두고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폐지됐던 종합검사가 부활해 피감 대상이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정도로 말이 나오는 것은 감독기관에 감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서는 종합검사를 부활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소비자보호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괜히 종합검사 카드를 꺼냈다. 큰 이슈에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