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재개발지구-원도심 보행로 건설지 악취…오염 토양 재개발지구에 반입 두고 시민단체 “불법투기” vs 사업주체 “적정 보관”
보행데크 구조물 기둥을 세우기 위해 파공한 모습. 파공 부분에 고인 물 위로 기름이 얼룩져 있다.
[일요신문] ‘부산항 재개발사업지구 연결 보행데크(보행데크)’ 건설 현장이 공사 진행 도중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사업발주처인 부산항만공사가 토양오염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과 함께 오염된 토양을 불법으로 투기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보행데크는 철도와 도로로 끊긴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부산역 사이를 도보로 횡단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시설이다. 사업비는 480억 원가량이며, 2017년 12월에 착공해 2020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북항재개발지구와 원도심을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통로 건설계획에서 핵심을 이루는 프로젝트다. 보행데크가 완공되면 총연장 950m, 넓이가 최대 60m에 이르는 국내 최장의 공중보행로가 탄생한다.
# 토양오염 초과 여부 두고 시각차
이곳에서의 논란은 최근 실시된 토양오염조사 결과가 발단이 됐다. 기름오염물질을 의미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 함유량이 3지역 기준에는 적합하나, 2지역 기준치는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사업주체와 시민단체 간에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토지오염 시험성적표 일부 촬영본.
토양오염의 기준치는 1지역 주거시설, 2지역 다중이용시설, 3지역 도로 등으로 구분된다. 대지의 용도에 따라 오염 기준치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구분법이다.
이번 조사에서 보행데크 사업구간 대지의 TPH 함유량 수치는 ‘1321’로 나왔다. 2지역 다중이용시설의 기준치는 ‘800’이며, 3지역 도로는 ‘2000’이다. 사업주체인 부산항만공사는 측정부의 대지가 철도임에 따라 3지역에 해당함으로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시각은 달랐다. 대지 위에 건설되는 보행데크가 다중이용시설이므로 2지역에 해당돼 기준치를 넘었다고 본 것이다. 사업주체와 시민단체가 오염기준치를 두고 과거와 미래라는 시점 적용에서 엇갈리는 시각 차이를 나타낸 셈이다.
‘부산항 재개발사업지구 연결 보행데크’ 예상 조감도.(제공=부산항만공사)
시민단체는 부산항만공사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오염된 대지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비판에 나섰다. 비판의 손짓이 향하는 곳은 비단 부산항만공사에 그치지 않았다. 부산항만공사 외에도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산동구청 등 해당 사업 유관기관 대부분이 날선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오염을 야기한 주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오염이 진행됐다는 비판이 자연스레 나온다. 그동안 이곳을 지나다니던 보행객들이 심한 기름악취에 불편을 호소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부산동구청은 시민단체가 제기한 민원을 사실상 묵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산동구청은 시민단체인 초록생활이 제기한 관련 민원을 ‘주의를 기해 공사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간단한 협조공문 하나로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행데크 구간에서 흙을 담는 모습(왼쪽)과 북항재개발지구로 반입되는 장면. 초록생활 제보 영상 캡처.
# 시민단체 “오염 토양 불법 투기” vs 사업주체 “적정 보관”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행데크 현장에서 공사 중에 나온 흙이 북항재개발지구에 불법 투기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실제 보행데크 구간에서 나온 흙이 트럭에 실려 북항재개발지구로 반입되는 모습이 초록생활의 단독 제보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해당 현장의 흙이 북항재개발지구에 반입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보관을 위해 지구 내로 옮겼을 뿐이다. 따로 장소를 마련하고 적정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관 중인 흙이 향후 북항재개발지구 성토에 쓰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도로 부지에는 성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항만공사 측은 흙을 적정 보관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관련 자료 요청에 7일 현재까지 자료를 보내오지 않았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적정보관은 어불성설이다. 2지역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이미 판명된 흙을 우천 시에 오염물질이 바닥에 스며들도록 아무런 방지 조치도 없이 쌓아두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특히 오염된 흙을 반입·반출하려면 반드시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이를 누락했다면 그것이 바로 불법투기”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이어 “이미 북항재개발지구 대지의 상당 부분이 오염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는 이곳에 대한 전면적인 오염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