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계약 체결 시 큰 틀에서 거래선 유지...말잔치 끝나면 경남지역 경제 쓰나미 불가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협력업체 보호방안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각 사 CI
지난 8일 현대중공업은 산은과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발표한 공동발표문에서 대우조선 협력업체 및 부품업체와의 기존 거래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에 대한 거래선 유지, 납품단가 보장 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산은에 제출한 자료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업계는 경남 거제에 조선소를 둔 대우조선 협력업체의 거래선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경남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 이후 울산에 기반을 둔 현대중공업의 지역 협력업체로 일감이 쏠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우조선 1차 협력업체에서 파생되는 2·3차 협력업체의 수는 최소 1000개 이상이며, 거래금액만 최소 3000억 원 이상이다. 최근 5년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납품 비중이 35% 이상인 기업도 있다.
윤한홍 의원은 “현대중공업과 한은의 공동발표문 내용이 말잔치에 그칠 경우 경남 경제는 초토화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우조선 협력업체의 보호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금속노조와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주최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허민영 경성대 교수는 대우조선 1차와 2차 협력업체 근로자 수를 1만 7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허민영 교수는 2015년 기준으로 대우조선의 협력업체 수는 1차 밴더 227개 사를 포함해 총 598개 사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에 중복 납품하는 공동 협력업체 수는 327개 사라고 밝혔다. 이들을 제외한 대우조선 전용 협력업체 수는 271개 사다. 허 교수는 대우조선에 전속된 협력업체들에서 고용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허 교수는 토론에서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에 인수될 경우 상당수 협력업체의 경영상 어려움과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이 예상된다. 앞으로 이들 지역의 일자리 사정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18년 6월까지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으로 거제시와 통영시의 고용률은 각각 7.3%, 8.9% 감소했고 실업률은 각각 5.7%, 3.6%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방식은 통합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과 현대중공업(사업법인)으로 물적분할하고, 산은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 주식을 전량 출자하는 대신 통합지주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 주식 5973만 8211주 전량을 통합지주사에 현물출자한다. 대신 산은은 1조 2500억 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8000억 원 가량의 보통주를 받아 2대 주주가 된다. 통합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보유하지만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들이는 돈은 2조 원 가량에 불과하다.
2008년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던 한화그룹이 당시 써냈던 인수금액은 무려 6조 3000억 원이었다.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3조 원에 달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특혜’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본계약 체결에 따른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마칠 때까지 현 단계에서 협력업체 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간 겹치는 협력업체들이 적지 않다. 실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될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흡수 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삼호중공업, 미포조선처럼 별도 법인으로 자회사로 둔다는 방침이다. 실사와 결합심사 등이 남아 있어 현재로선 산은과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에 대한 거래선 유지 등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