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사 편입 후 판토스 매출·내부거래비율 급증... 구광모 회장 4년만에 110억 배당금
판토스 본사가 있는 LG광화문빌딩. 사진=최준필 기자
판토스는 복합화물운송주선업과 창고보관업을 운영하는 LG그룹 물류계열사로 판토스부산신항물류 등 해외법인 등 52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판토스는 2015년 LG그룹에 편입된 이후 전체 매출의 80% 가까이를 계열사에 의존하면서 매출을 두 배 이상 늘렸다. 또한 판토스는 구광모 회장에게 있어 그룹 경영권 승계의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 받아왔고, 구광모 회장은 지분 매각과 배당을 통해 1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공정위는 이번 부당지원 혐의 조사와 관련해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법 23조 1항 7호는 기업집단이 특수관계인(계열사)에 대해 상품, 용역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부당지원으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또한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실질적인 역할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를 부당지원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판토스는 그룹 물량 가운데 90% 가까이를 계열사들과 수의계약을 통해 확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입찰이 드물어 판토스와 경쟁 관계인 물류업체들은 LG그룹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다. 또한 공정위는 이번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신고를 받고 조사한다는 점에서 판토스가 LG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다른 업체를 끼워 넣고 이득을 취하는 통행세 여부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돼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은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부터 판토스의 LG그룹 편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2015년 1월 LG상사는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3147억 원에 인수한 후 판토스로 사명을 바꿔 자회사로 뒀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지주회사 체제를 첫 도입한 LG그룹이 지주회사 ㈜LG가 아니라 LG상사를 통해 범한판토스를 인수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상적인 지주회사 체제라면 판토스는 ㈜LG의 자회사가 돼야 맞지만 LG상사를 통해 ㈜LG의 손자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개혁연대는 LG그룹이 계열사 판토스를 통해 ‘대놓고 일감몰아주기’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판토스의 전신인 범한판토스는 1977년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둘째 동생 구정회 사장의 3남 구자현 씨의 부인 조원희 전 회장과 아들 구본호 전 부사장이 이끌던 방계 회사다. 범한판토스는 LG그룹 편입 전까지 조 전 회장과 구 전 부사장 모자가 각각 50.86%, 46.14%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간 범한판토스는 LG그룹 물량을 안정적으로 취급해 성장한 회사라는 점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방계회사라는 점에서 LG 계열사들과 구체적인 거래 규모는 공시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LG그룹에 편입된 2015년 이후 판토스와 계열사간 거래규모가 공시됐다. 그 결과 LG그룹이 판토스에 대해 ‘대놓고 일감 몰아주기’를 할 것이라는 경제개혁연대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됐다.
실제로 판토스 매출은 2014년 1조 9372억 원에서 LG그룹 계열사 편입 4년만인 지난해 3조 9676억 원을 거두며 매출이 약 105%나 급증했다.
LG계열사 편입 첫 해와 지난해 판토스의 내부거래 비율을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욱 현격하다. 판토스는 2015년 연결기준 전체 매출 2조 1887억 원 중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로 거둔 매출 비중은 6914억 원에 지나지 않았다. 내부거래 비율이 31.5%에 그쳤다.
하지만 1년만인 2016년 내부거래 비율은 70,8%로 2배 이상 급증하더니 2017년 78.0%, 지난해 77.6%를 기록했다. 판토스 매출은 거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을 계열사들에 의존하는 셈이다.
특히 판토스는 LG그룹의 두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판토스는 2017년과 2018년 전체 매출 가운데 LG전자를 통한 매출 의존도가 각각 51.6%, 50.2%에 달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을 통한 매출은 각각 13.8%, 15.6%였다. 이처럼 판토스는 두 회사를 통해서만 전체 매출의 65%를 거두고 있다.
판토스는 구광모 회장(당시 LG시너지팀 상무)이 계열사 편입 직후부터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승계의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아 왔다.
고 구본무 회장의 삼남매인 아들 구광모 회장(7.5%)과 딸 연경 씨(4%), 연수 씨(3.5%), 그리고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 구형모 LG전자 과장(2.5%)과 딸 연제(2.4%) 씨 등 총수일가 5명이 판토스 지분 19.9%를 보유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불과 0.1% 포인트 미달한 것이어서 뒷말도 끊이지 않았다.
논란 끝에 지난해 12월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 5명은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실례로 구광모 회장은 판토스 지분 7.5%를 460억 원대 초반에 인수했는데 546억 원에 매각하면서 약 80억 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봤다. 판토스는 매해 100억 원 씩을 주주들에게 현금배당하고 있는데 구광모 회장은 보유지분에 따라 매해 7억 5000만 원씩을 배당 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구광모 회장이 4년간 판토스를 통해 얻은 이익은 110억 원이 넘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판토스 관계자는 “물류 부문은 각 기업에게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대기업들이 물류 계열사에 물량을 맡기는 이유다”라며 “당사는 수출 물량을 담당하다 보니 해외법인이 많다. 해외법인들과의 거래도 내부거래로 잡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당사가 그룹 물량을 담당하는 것은 맞지만 영업이익률은 3% 안팎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공정위가 지난 3월 19일 당사를 포함해 여의도 LG그룹 사옥을 현장조사한 것은 맞다. 당사는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할 뿐 어떠한 입장도 밝힐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