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와 바람 피고 전 재산 빼돌린 아내…왕바오창이 SNS 통해 폭로하자 분노 여론 들끓어
1984년에 가난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난 왕바오창은 어릴 적 이연걸의 ‘소림사’를 보고 쿵푸 배우를 꿈꾸었고 8살 때부터 6년 동안 소림사에서 수련을 쌓으며 꿈을 키웠다. 하지만 액션 스타의 길은 쉽지 않았고, 공사장 인부와 엑스트라 생활을 오가며 생계를 이었다. 이때 만난 영화가 리양 감독의 ‘맹정’(2003)이었다. 이 영화로 금마장 시상식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그는 펑샤오강이 연출하고 유덕화가 주연을 맡은 ‘천하무적’(2004)으로 성공가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그는 두 영화를 통해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시골 출신의 순박한 남자 캐릭터. 이것은 왕바오창의 실제 모습과 가까웠고, 그런 진정성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
이후 그는 승승장구한다. 펑샤오강 감독의 전쟁 대작 ‘집결호’(2007), 성룡과 함께 한 ‘대병소장’(2009)에 출연했고 ‘나무 선생’(2011)으론 아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중국판인 ‘달려라 형제’나, ‘아빠! 어디가?’ 중국판에 출연하면서 그는 대륙의 엔터테이너로 최고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6년 8월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린다. “아내 마롱은 제 매니저 송저와 부적절한 혼외 관계를 저질렀고, 이 일로 저의 결혼 생활과 가족은 파괴되었습니다. 저는 아내와 헤어지고 매니저를 해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포스팅은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거의 모든 중국인이 그의 가정사를 알게 되었다.
왕바오창이 이런 선수를 친 건 재산 문제 때문이었다. 마롱이 내연남 송저와 짜고, 부부 공동 명의 재산을 거의 모두 빼돌렸던 것. 1억 위안(약 170억 원)에 달하는 왕바오창의 재산은 그의 수중에서 사라졌는데, 이처럼 SNS를 통해 먼저 알린 건 부당하게 빼앗긴 재산을 되찾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다. 이와 함께 왕바오창은 6살 아들과 5살 딸에 대한 양육권을 주장하며, 두 자녀가 18살이 될 때까지 마롱 측이 양육비를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바오창과 마롱의 결혼 사진
이 사건은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먼저 갖가지 루머가 피어올랐다. 먼저 부적절한 관계는 결혼 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왕바오창과 마롱은 2008년부터 공개 연애를 했고, 2009년부터 실질적인 부부 관계에 들어갔으며, 2010년에 첫 아이를 낳았고 결혼 신고를 했는데, 사실은 2008년부터 마롱은 왕바오창의 매니저인 송저와 그렇고 그런 관계였다는 추측이 돌았다. 더욱 심각한 것도 있었다. 왕바오창의 두 아이는 사실은 송저의 아이라는 소문이었다. 이후 친자 확인 과정에서 왕바오창의 아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한때 이 루머는 마치 진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매니저인 송저는 왕바오창에게 사과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지만, 마롱은 나름의 반격을 시도했다. 남편이 먼저 바람을 피워서 자신도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 그러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왕바오창을 고소했고, 증거라며 몇 장의 사진을 제시했다. 왕바오창이 어떤 여성 연예인들과 함께 있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동료 연예인들이 자진해서 상황을 설명하며 변론해주었고, 마롱은 더욱 궁지에 빠졌다. 게다가 마롱과 송저의 섹스 동영상이 돌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전 재산을 빼앗겨 친구에게 돈을 빌려 이혼 소송을 하며 양육권을 주장하는 왕바오창에 대해 중국 각지에서 연민의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히 한 개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아니었다. 저널에선 왕바오창의 사례를 중국 사람들이 지닌 집단 사고의 관점에서 해석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자수성가했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해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룬 왕바오창은 가난한 서민들에겐 일종의 성공 신화 같은 존재였다. 그는 사생활에서도 겸손하며 친절한 인물이었고, 이런 품성은 대중의 호감도를 더욱 높였다.
그는 영화에 농민 출신의 군인으로 등장해 충성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는데,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도 왕바오창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연예인이었다. 어리숙하고 착한 남자가 악독한 아내와 그녀의 교활한 내연남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대중 서사가 만들어졌고, 이런 관점에서 왕바오창은 전폭적인 연민의 대상이 된 셈이었다. 한편에선 이 사건을 마롱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극도로 자본주의화된 중국 사회의 한 증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혹자는 반금련과 남편 무대랑의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4개월 뒤 왕바오창이 베이징의 아이스하키 팀인 레드스타의 CEO인 랴오즈위와 사귄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지만 소문에 머물렀다. 큰 사건을 겪긴 했지만 왕바오창은 배우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중. 그리고 2018년 송저는 재판에서 횡령죄에 대해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 받았다. 한편 마롱은 2018년 12월, 왕바오창을 폭력 혐의로 고소했다. 아이들을 보러 왕바오창의 집에 찾아갔을 때 왕바오창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는 것. 이에 왕바오창은 전면 부인했고, CCTV 분석 결과 마롱의 주장에 적잖은 의혹이 있음이 밝혀졌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