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연예계의 왕으로 군림하다 불륜의 제왕으로 이미지 추락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중년 여성 캐릭터 분장을 한 잭 니오.
잭 니오가 인기를 끈 건 TV 쇼 ‘코미디 나이트’의 여장 캐릭터였다. 량시메이 혹은 량포포 같은 중년 여성 캐릭터는 그에게 큰 인기를 가져다주었고, 1996년에 시작된 쇼는 중간에 잠깐 쉬었지만 2006년까지 10년 동안 이어졌다. 배우로도 재능을 발휘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예술영화 감독 에릭 쿠는 잭 니오를 주인공으로 ‘12층’(1997)을 만들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 받았다. 이후 그는 메가폰을 잡고 1999년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의 영화는 그가 연출을 하든, 배우로 등장하든, 시나리오를 쓰든 대부분 코미디였다.
웬디 총
하지만 50세가 된 2010년, 브레이크가 걸렸다. 3월 초, 모델인 웬디 총이 잭 니오와 2년 동안 불륜 관계였다는 걸 털어놓은 것이다. 2008년에 잭 니오가 연출한 ‘머니 노 이너프 2’에 단역으로 출연한 후 관계는 시작되었다는 주장이었는데, 잭 니오는 재빨리 인정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관계를 끝냈지만 웬디 총이 자해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내연녀를 미친 여자 취급해서 여론을 돌리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폭로는 이어졌다. 역시 잭 니오와 함께 일했던 포이스 르 수언이라는 배우였다. 잭과 포이스는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었는데, 목사까지 나서 포이스의 폭로를 막으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마엘 모이어젝
이후 봇물이 터진 듯 잭 니오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사실 이것은 폭로라기보다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자연스레 드러난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밝혀진 잭 니오의 ‘연인’은 총 11명. 앞에서 언급한 웬디 총은 불륜 당시 잭 니오의 아내인 아이린도 그 관계를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포이시 르 수안은 그런 관계 이후 결국 잭 니오의 회사인 ‘제이 팀’에서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하지만 어느 정도 짐작 되는 9명이 더 있었다. 전직 가수였던 한 여성은 문자 메시지에서 ‘자기’나 ‘달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고, 잭 니오의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이후 은퇴했다. 어느 40대 여성 작가는 영화 작업 때 만났는데, 그녀 역시 결혼한 상태였지만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두 사람이 주로 즐긴 건 섹스에 대한 온라인 채팅이었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촬영할 때 만난 어느 호텔 스태프는 배우의 꿈을 안고 잭 니오가 있는 싱가포르로 이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싱가포르에서도 호텔리어 일을 하게 되었다.
가장 많은 사례는 잭 니오가 이끄는 ‘제이 팀 프로덕션’의 아카데미 코스에 참여한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코스를 마친 후 잭 니오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거나 버라이어티 쇼의 게스트로 등장하곤 했다. 이 부분은 ‘갑’이었던 잭 니오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한 측면이 강했다. 성공을 꿈꾸는 젊은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이용한 것이었다. 밝혀진 건 6명. 잭 니오는 그들과 태국 여행을 갔고, 온라인 채팅을 즐겼고, 밀회를 즐겼다. 그 대가로 잭 니오는 그들을 자신의 영화와 쇼에 출연시켰다.
아내이자 ‘제이 팀’의 동료 프로듀서인 아이린과 함께 한 기자회견.
업계 거물과 11명의 여인. 이 모든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잭은 아내이자 ‘제이 팀’의 동료 프로듀서인 아이린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아이린은 눈물을 흘리며 “그래도 남편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고 울먹였고, 잭 니오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놀라운 건, 이 엄청난 사건이 잭 니오에게 그다지 큰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거의 자숙의 시간을 가지지 않았고, 여전히 업계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