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로 볼 것인가? 종교 차원 무속신앙으로 볼 것인가?
11일 열린 속리산 신축제에서 국가중요 무형문화재 98호 오진수씨의 작두타기 공연에서 정상혁 보은군수가 무대에서 보은군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하는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남윤모 기자
[보은=일요신문] 남윤모 기자 = ;충북 보은군에서 지난 10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속리산 神 축제‘에 대해 기독교 측의 반발이 강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2일차 무형문화재들이 벌인 도당대감굿과 앉은굿, 살풀이 춤 등 속리산 나라굿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군은 올해 ‘부처님 오신 날’ 행사와 연계해 그 동안 가을에 집중됐던 속리축전을 예산 4억5000만원(도비 700만원, 군비 4억4300만원)을 투입하고 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구왕회)를 구성해 속리산 잔디공원과 훈민정음 마당, 법주사 일원에서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기존 ‘속리축전’을 봄으로 분산 개최해 사계절 관광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천년고찰 법주사의 가치를 알리고, 지역 문화유산을 관광 자원화하려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이를 위해 명칭을 바꾸고 예산도 기존 1억2500만원에서 대폭 늘렸다.
축제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천왕봉 산신제 ▲영신 행차 ▲신과 함께 ‘비빔밥 파티’ ▲민속예술경연대회 ▲송이놀이 ▲세계유산 법주사로 떠나는 ‘별빛여행’ ▲신과 함께 EDM 파티 ▲속리산 신(神) 시네마천국 등 다양한 연령층의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도록 꾸몄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19일 정상혁 보은군수와 법주사 정도 주지가 협약을 체결하고 진행됐다. 그러나 같은 달 27일 보은기독교연합회 명의의 현수막이 주요 도로 곳곳에 걸리고 30일에는 축제 부당성을 알리는 전단지를 통해 ‘문화를 빙자한 신 축제 결사반대’, ‘군민 혈세 4억5000만원 집행 중지’, ‘군과 의회의 불미스런 축제 개최에 관한 사죄 및 정상혁 군수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런 기독교 단체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3선의 정상혁 군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법주사 입구 잔디밭광장에서 열린 속리산 나라굿은 충북무형문화제 20호 충청도 앉은굿 예능보유자 신명호 씨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98호 경기도당굿 전수조교 정영근 씨, 국가중요 무형문화재 98호 경기도당굿 전수초교 오진수 씨 등에 의해 진행됐다.
이날 굿에는 부정거리, 산신거리, 제석거리, 살풀이춤, 도당대감거리, 장군거리(작두타기), 뒷전거리 등이 펼쳐졌다. 특히 2개의 칼로 작두타기 시범을 보인 오진수 씨의 장군거리(작두타기)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11일 열린 속리산 신축제에서 살풀이 춤이 공연되고 있다.
공연자들은 도중에 종교적 갈등을 의식해 국태민안에 대해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발언을 했으며 관객들에게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로 봐 줄 것을 부탁했다. 특히 정상혁 군수를 무대에 불러 보은군의 영원한 발전과 안녕을 기원한다는 소신을 밝혀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한 관람객은 “전통문화인 작두타기를 보러 먼 곳에서 왔는데 생각보다 짧은 공연에 약간의 실망도 했지만 다음 공연에서는 제대로 된 작두타기를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인사는 “일부 종교단체에서 반대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이런 공연을 꼭 무속신앙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타 종교에 대한 배려나 존중을 하는 것도 하나의 신의”라며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보은군에 안착한 중국발 전능신교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하던 종교계가 이번 일로 집회를 열어 반발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은군은 이번 속리산 신축제를 계기로 다시 입장을 정리해 국가 중요 유산인 법주사에 걸맞은 행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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