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출연자 잇단 논란…‘프듀’ 윤서빈은 결국 하차, ‘고등 래퍼’ 양홍원은 우승했지만 여전히 눈총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 속에서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아가는 연예인 지망생이 학창시절 소위 ‘일진’이었다는 것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 때문에 새로운 그룹을 키우기 위해 연습생을 영입하는 각 연예기획사들과 연예인 지망생들도 이번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프로듀스X101’에 출연해 일진설에 휘말려 하차한 윤서빈. 사진 제공 = Mnet
JYP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자 지난 5월 3일 첫 방송된 ‘프로듀스X101’에서 1위에 오르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윤서빈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며칠을 경험했다.
방송 직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광주에서 또래라면 윤병휘(윤서빈의 본명)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폭력이 일상인 일진이었다”고 과거 그의 행적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그가 미성년자임에도 술자리에 앉아있거나,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피우는 사진까지 공개돼 사면초가에 놓였다.
소속사와 제작진은 “사실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할 뿐, 빠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자 네티즌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프로듀스X101’ 갤러리에는 지난 6일 “청소년 시절 치기 어린 행동이라 볼 수 있지만 피해자에겐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라며 윤서빈의 퇴출을 요구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결국 JYP엔터테인먼트도 8일 “(윤서빈의 행동이) 회사의 방침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연습생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서빈은 ‘프로듀스X101’에서도 하차하게 됐다.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참가자의 일진설로 곤욕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방송됐던 두 번째 시즌 때도 출연자 중 두 명의 과거 행적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에도 그들의 그릇된 행동이 증거자료와 함께 상세히 폭로됐다.
물론 일진설을 정면 돌파한 경우도 있다. 2017년 방송된 Mnet ‘고등 래퍼’ 시즌1 우승자인 양홍원 역시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양홍원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논란이 일기 전부터 과거를 돌아보며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결국 우승까지 차지하며 래퍼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지만 그와 관련된 기사 댓글에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포착된다.
# 인성, 연예인의 첫 번째 덕목일까?
연예인을 평가할 때, 인성을 첫 번째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까? 아무리 인성이 좋아도 외적인 매력 혹은 실력이 부족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인성이 해당 연예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첫 번째 덕목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통상적으로 연예인에게는 웬만한 성직자 이상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특히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10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불법동영상 유포 혐의에 연루된 로이킴과 정준영은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일요신문 DB
한 방송 관계자는 “스타는 대중의 우상이다. 팬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행적을 살피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연예인 지망생의 과거 행적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면, 과연 어떻게 이를 검증할 것인가? 연예기획사 관계자 및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 관계자들이 떠안게 된 숙제다.
이런 이유로 몇몇 연예기획사들은 연습생을 뽑을 때 철저하게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 그들의 SNS를 하나도 빠짐없이 살피고, 교내 평판도 알아본다. 또한 부모와 만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집안 환경까지 조사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요소가 발견되면 아무리 뛰어난 엔터테인먼트 재능을 갖췄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잖다. 정작 공을 들여 띄운 후 문제가 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해당 기획사의 이미지도 망가지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제작진의 고민은 더 깊다. 적게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지원자들을 일일이 검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런 일이 불거질 때마다 제작진이 철저히 내부단속을 하지만 모든 지원자들을 필터링할 수는 없다”며 “결국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래도 문제가 불거지면 다시금 바로잡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