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한 달에만 1회 지급…이후 국적 따져가며 각종 서류 요구
가해자 네 명
A 군은 지난 11월 1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동급생 네 명에게 78분간의 집단폭행을 당하다가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다. A 군은 러시아 출신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잦은 학교 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피의자 단독 인터뷰] ‘인천 중학생 추락사’ 직전 폭행의 전말 “사망 학생은 그들의 물주였다”)
사건 발생 후 박남춘 인천시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홀로 남은 유가족인 어머니의 슬픔을 위로하고 애도한다”고 밝혔다.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약속됐다. 2018년 11월 17일 인천시는 홀로 A 군을 키워 온 러시아 국적의 어머니에게 장례비와 매달 53만 원의 생활비를 6개월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약속이 단 한 번만 지켜졌다는 것이다. ‘일요신문’은 14일 열린 가해자 네 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A 군의 유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A 군의 어머니는 이후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생활지원금은 사건이 발생한 11월에 딱 한 번 들어왔다 그 이후에는 지원이 없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A 군이 숨진 2018년 11월 한 차례 생활지원금을 지급 한 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았다. 유가족이 시민단체 등 다른 곳에서 후원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A 군의 어머니는 “러시아 동포들과 시민단체로부터 약 1000만 원의 위로금을 받았다. 그런데 SNS 등 온라인에 우리가 억 대의 후원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A 군 어머니의 국적도 장벽이 됐다. A군의 어머니가 한국인이 아니라 비자만 가진 러시아인이기 때문에 계속적 생활비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소득•재산 등을 따져가며 각종 서류를 요구하기도 했다. A 군이 사망한 지난 해 11월에는 아무 조건 없이 장례비와 생활비가 지급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인천시 연수구청 관계자는 “2018년 11월 A 군 유가족이 생활비지원대상자로 선정돼 생활비를 지급한 것이 맞다”면서도 “사건이 발생하고 시민 단체 등으로부터 일시적 후원금 1000만 원 정도 받으셨다. 경제적 어려움이 없다고 해 SOS긴급 지원을 종료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A군 유가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연락이 왔지만 A군 어머니가 국적 취득을 하지 않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로 책정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A 군의 유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이 없다고 한 적 없다. 월세를 살고 있는 입장에서 53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죽었다. 그 돈은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다.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사건이 발생한 달에만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가해자 네 명은 14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상해치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장기 7년~단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조기에 출소할 수도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