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선 계좌 후원·책 판매, 유튜브 10개 채널 한 달 슈퍼챗 4000만 원대…“음모론 확대·재생산 우려”

나머지 7개 출입구 주변은 비교적 한산했다. 철창이 내려온 출입구 앞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우산과 텐트 등이 쌓여 있었다. 주변에는 장기 체류를 위해 설치한 천막도 여러 동 늘어서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천막 안에서 무더위를 피하며 휴식을 취했다. 근처에는 생수병과 쓰레기 수거통 등 장기간 현장에 머문 흔적이 눈에 띄었다.
시위가 장기화한 만큼 현장 풍경도 달라졌다. 초기 현장을 채웠던 청년층을 비롯한 일반 시민 상당수가 빠져나간 자리를 정치·종교 단체의 천막이 메웠다. 24시간 현장을 지키는 인원은 줄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여전히 현장에 상주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한 시민은 “집에 들어가지 않은 지 2주째”라며 “매일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공원 곳곳에서는 일부 보수 성향 단체들이 후원·판매·홍보를 결합한 수익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확인됐다. 한 정치단체 천막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은 영화를 홍보하며 관람권 구매를 권유하는 전단을 배포했다. 전단에는 개인 명의 계좌번호와 함께 이 단체가 운영하는 언론사를 후원해 달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또 다른 전단에는 ‘서점에서 판매되지 않는 책’이라며 한 권당 2만 원에 판매한다는 문구가 전화번호와 함께 적혀 있었다. 5·18 진상을 규명하는 내용의 책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외에도 곳곳에 계좌번호가 적힌 전단이나 명함이 비치돼 있었고, 일부 천막에 부착돼 있는 QR코드를 촬영하면 곧바로 후원 페이지로 연결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 등 의혹을 다루는 정치 유튜버들도 올림픽공원 라이브 방송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었다. 시청자가 돈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는 ‘슈퍼챗’ 후원이 라이브 방송에 몰리면서다.
실제 6·3 지방선거 직후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을 생중계한 정치 유튜버들은 단기간에 상당한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유튜브 통계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시위 초기인 6월 6일 국내 슈퍼챗 수익 상위 1~5위를 올림픽공원 현장을 중계한 채널들이 차지했다. 이들이 하루 동안 받은 슈퍼챗은 모두 2000여만 원에 달했다. 구독자 15만 명 규모의 한 채널은 이날 하루에만 약 585만 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가 석 달 넘게 이어진 최근에도 후원 수익은 꾸준히 발생했다. ‘일요신문i’가 8월 19일부터 9월 17일까지 올림픽공원 현장 라이브 방송을 주요 콘텐츠로 다룬 유튜브 채널 10곳의 슈퍼챗 수익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해당 기간 받은 슈퍼챗은 총 4025만 578원으로 집계됐다.
채널별 수익은 수십만 원에서 1000만 원대까지 편차가 컸다. 구독자 96만 명 규모의 A 채널은 이 기간 1369만 원을 받아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했다. 구독자 7만 명 규모의 B 채널도 1176만 원을 슈퍼챗으로 받았다. 다른 채널에서도 각각 453만 원, 318만 원, 267만 원 등의 수익이 확인됐다.
이 채널들은 최근 라이브 방송에서도 수십만 원대 후원이 이어졌다. 한 채널은 한 차례 방송에서 120만 원 안팎의 슈퍼챗을 받기도 했다. 슈퍼챗 외에 계좌이체·멤버십 후원도 별도로 이뤄지고 있고, 후원이 몰린 광복절 전후 수익을 감안하면 채널들의 실제 후원 규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익 활동이 자극적인 음모론을 확대·재생산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상황에서 정치적 이슈를 다룬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이를 후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며 “이런 채널들은 사실보다 구독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우선하면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음모론이 계속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체육계와 공연 업계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3개월 넘게 사무실 출입이 막히면서 행정업무와 대회 운영, 국가대표 선수단 지원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산하 9개 종목단체는 9월 8일 경찰 지원을 받아 봉쇄 95일 만에 경기장에 들어가 PC와 직인, 통장, 국가대표 장비 등을 긴급 반출한 바 있다. 공연계 피해도 누적됐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체육산업개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위 시작 이후 9월 27일까지 예정된 핸드볼경기장 대관 행사 15건이 취소되거나 장소를 옮겼다. 8월 기준 시설물 파손 피해액은 약 4억 2800만 원으로 추산됐다.
시위 열기는 초기보다 다소 잦아들었지만 투표함이 여전히 경기장에 남아 있어 시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도 시위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선관위 특검팀은 9월 7일 공식 출범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포함한 관련 의혹 12건을 최장 150일 동안 수사할 예정이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