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과 사심 모두를 채웠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세나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라이더 간 통신 기기인 블루투스 장비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이죠. 블루투스 부문에서는 세계 시장을 이끌어가는 기업이자 다양한 시장과 많은 라이더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세운 회사이기에 한국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애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세나는 미국 본사를 필두로 북미 시장에 대응하고 있으며 유럽 지사를 통해 유럽 전역에 유통 및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R&D 센터를 구축해 연구 개발을 하고 있으며,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다운 비즈니스 구조입니다.
세나 본사 전경. 미국 캘리포니아
미국 본사는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사처럼 깔끔하고 정갈했습니다. 모터사이클 전용 주차장, 시제품 테스트와 연구개발을 위한 모터사이클 개러지만이 모터사이클 기반의 회사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였습니다. 세나는 라이더 간 블루투스를 출시하며 세계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블루투스 통신 장비를 개발한 것이 세나가 최초는 아니었지만 세나의 등장은 블루투스 시장을 흔들어 놓았고 지금은 세계 여러 시장에서 많은 라이더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세나 스마트 풀페이스 모멘텀. 블루투스 기능과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적용된다
블루투스 통신장비는 라이더끼리 자유롭게 무선 통신을 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헬멧에 블루투스 모듈과 스피커 및 마이크를 헬멧에 부착하여 사용합니다. 라이딩 중에 음성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합니다. 라이더이기에 이 부분에 필요성을 느끼고 개발을 시작했다는 것이 세나의 설명입니다. 다자 간 통신도 가능해 그룹 투어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죠.
최근에는 메시 인터콤을 상용화하여 라이더 간 통신을 더욱 원활하게 만들었습니다. 유저 사이에 구축되는 통신망에 각각의 라이더가 접속하는 방식입니다. 사용 환경이 과거에 비해 간결하고 빨라졌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혼다 C125와 클래식 오픈페이스 세나 세비지가 전시되었다
세나는 세계적인 헬멧 브랜드와 협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나를 설치하려면 헬멧 위에다가 부착해야 했고, 헬멧 내피를 뜯어내는 등 설치 과정이 다소 복잡했습니다. 헬멧의 미관을 해치기도 하고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헬멧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설치형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그만큼 세나 유저들이 많다는 증거입니다. 대표적으로 독일 슈베르트 헬멧, 미국 벨 헬멧, 일본 쇼에이 헬멧 등 세계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헬멧 브랜드와 협업을 넘어 최근에는 블루투스 장비가 내장된 일체형 헬멧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풀페이스 헬멧인 모멘텀이나 클래식 오픈페이스 세비지가 대표적입니다. 모멘텀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되기도 했습니다.
세나 블루투스 통신기기. 세나 30K. 메시인터콤 적용 모델이다
지금의 세나 헬멧은 세계 최고의 헬멧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 세나가 바라보는 미래의 헬멧을 예측해 보게 합니다. 최근 세나가 바이크와 라이더를 연결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지난 모터쇼에서 슬쩍 등장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라이더가 주행 정보와 바이크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받아 볼 수 있는 그런 헬멧이지 않을까요? 아이언맨의 슈트처럼 말이죠.
세나 세비지와 혼다 C125
본사 투어가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현관에 전시되어있던 혼다 C125를 관심 있게 보던 제 눈빛을 알아보셨는지 한 번 타보겠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세나 헬멧도 테스트할 겸… 제가 타보겠습니다.
혼다 C125 주행
혼다 C125는 슈퍼 커브의 가지치기 버전입니다. 승용 콘셉트의 특별 모델이라고 볼 수 있죠. 오리지널 커브의 디자인을 극대화한 것이 포인트입니다. 갈매기 날개처럼 생긴 핸들바와 레드 컬러를 채용한 싱글 시트 큼직한 레그 실드 등을 보면 오리지널 커브가 딱 떠오릅니다. 또한 승용을 염두에 둔 콘셉트답게 ABS 탑재, LED 등화류, 스마트키 등 고급 파츠 사용 등이 눈길을 끕니다.
혼다 C125 측면. 고전적인 실루엣과 현대적인 디자인 터치가 조화롭다
시동을 켜고 스로틀을 조작하자마자 웃음이 나옵니다. 한방 한방의 엔진 필링이 느껴지는데 슈퍼커브 110보다 더 풍부하고 선명해 기분이 좋습니다. 배기량 차이가 고작 15cc밖에 나지 않는데도 확실하게 체감되는 차이가 있습니다.
초대 모델의 디자인큐를 적극 표현한 레드컬러 싱글시트
포지션은 슈퍼커브 110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시트고가 무척 낮고 핸들바가 가까워 상체가 자연스럽게 서는 일상 친화적인 라이딩 자세입니다. 쉽고 편안하게 누구나 바이크를 다루기에 좋습니다. 디테일 표현도 마음에 듭니다. 액세서리 파츠 하나하나에 신경 써서 만든 티가 납니다.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무척 갖고 싶어집니다.
엔진 헤드 디테일이 보인다
스마트키 시스템은 PCX125에서 보여준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키를 소지하고 있는 상태로 바이크의 다이얼을 돌려 작동합니다. 연료 주입을 위해 시트를 오픈한다던가 측면 커버(기본 정비툴이 수납되어있다)를 버튼으로 작동할 수 있고 작동감도 고급스러워 마음에 듭니다.
북미 사양에 맞춘 턴 시그널램프
세나 세비지 헬멧도 실제 라이딩 착용이 처음이었는데 클래식 오픈페이스의 기본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적당하고 편안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클래식한 자인이 슈퍼커브와 잘 어울려 좋았습니다. 착용 시간이 길지 않아서 블루투스 테스트는 못했지만 다이얼 조작감이 좋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실제 장거리 테스트도 해보고 싶네요.
시승했던 혼다 C125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에 맞게 세부 설정이 변경된 모델이었는데 방향지시등 크기와 기어 시프트 방식 등 세부적인 설정이 달랐습니다. 기어 변속 방법이 우리와 정반대로 달라 초반에 적응하는 데에 애를 먹기도 했네요. 혼다 C125는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선보이지 않았던 모델입니다. 직접 시승을 해본 바, 한국 정식 도입이 시급합니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