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꺾고 ‘죽음의 조’에서 생존한 한국 대표팀… 16강 토너먼트 관전포인트는?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 16강에 진출한 U-20 태극전사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고, 16강에 합류했다.
6월 1일 새벽(한국시간) 한국은 오세훈, 조영욱의 연속골에 힘입어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꺾었다. 대표팀은 U-20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를를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결국, 승리는 대표팀의 몫이었다. U-20 월드컵 최대 이변이었다.
5월 27일 남아공을 꺾은 뒤 2연승에 성공한 대표팀은 2승 1패 승점 6점으로 F조 2위를 차지했다. 대표팀은 자력으로 세계 16강 대열에 합류했다.
16강에서 한국 대표팀이 만날 상대는 ‘필연적 라이벌’ 일본이다. 대표팀은 U-20 월드컵 무대에서 ‘한일전’을 펼치게 됐다. U-20 한일전은 6월 5일 0시 30분 펼쳐질 예정이다.
#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필생의 라이벌, 16강전은 ‘U-20 한일전’
‘2012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3,4위 전 당시 구자철이 추가골을 넣기 전 장면.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 4강전에서 브라질에 아쉽게 패한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3·4위전에서 ‘라이벌’ 일본을 만났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 대표팀은 박주영, 구자철의 연속골에 힘입어 일본에 완승을 거뒀다. 한일전 승리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7년이 지난 2019년 한국 U-20 대표팀은 다시 한번 큰 무대에서 일본을 만난다. 한국 U-20 대표팀은 16강 한일전에서 ‘Again 2012’를 노린다.
일본은 이번 U-20 월드컵에서 무패 행진을 기록 중이다. 일본은 조별리그 B조에서 1승 2무 승점 5점을 기록하며, 조 2위로 16강에 합류했다. B조 1위는 유럽의 전통적 강호 이탈리아(2승 1무 승점7점)였다.
일본에서 주목해야할 선수는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 미야시로 다이세다. 다이세는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일본 U-20 대표팀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다. 다이세는 조별리그 멕시코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려 일본의 3대 1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다이세는 폭발력이 있는 공격수로 한국 수비진의 ‘경계대상 1순위’다.
일본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허용했다. 에콰도르와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수비능력은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공격에 장점을 있는 한국과 수비에 강한 일본의 승부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U-20 대표팀 정정용 감독은 “일본 역시 16강에 오른 팀 가운데 하나란 생각으로 경기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정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컨디션 조절을 잘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16강전, ‘슛돌이’ 이강인의 골은 터질까
한국 U-20 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 이강인. 사진=연합뉴스
이번 U-20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선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CF 유망주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조별리그에서 골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공격 흐름을 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 16강 진출 이면엔 경기 흐름을 전환하는 이강인의 공헌이 적지 않았다. 16강을 맞이하는 이강인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이강인은 6월 1일 아르헨티나전을 마친 뒤 “일본이 라이벌이긴 하지만 우리가 잘하는 것을 준비할 것”이라면서 “경기 결과는 어떨지 모르겠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16강 각오를 밝혔다.
축구팬들의 관심은 토너먼트에서 이강인이 득점에 성공할지 여부에 쏠린다. 하지만 축구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축구계 일각에선 “이강인은 좋은 연결능력을 갖췄다. 이강인의 연계플레이는 팀 전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만큼 파급력이 크다.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이강인의 능력은 충분히 빛날 것”이란 분석이 있다.
한 대학축구 지도자는 “쉽게 말하면 이강인은 손흥민(토트넘 핫스퍼)과는 다른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도자는 “손흥민이 해결사라면, 이강인은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유형의 선수”라면서 “이강인의 ‘키패스(Key-Pass)’ 빈도에 따라 한국 공격진의 활력이 좌우된다. 손흥민과는 또 다른 의미로 팀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만한 선수”라고 지적했다.
“이강인 역시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갖췄다. 하지만 본인이 골을 넣으려 욕심내다 보면, 자신의 장점이 옅어질 수 있다”고 이 지도자는 덧붙였다.
조별리그에서 이강인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살리는 플레이로 팀에 공헌했다. 6월 5일 펼쳐질 한일전에서도, 이강인은 팀 공격 템포를 ‘조였다 풀었다’ 조율할 마에스트로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강인의 골이 터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 ‘죽음의 조’ 통과한 뒤 연승행진 잇길 노리는 대표팀, “대진운도 나쁘지 않아”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16강 토너먼트 대진표.
한국 U-20 대표팀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대 1로 패배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를 반전했다. 한국은 남아공과 아르헨티나를 연파하며 연승 가도를 달리게 됐다.
이제 한국 대표팀은 토너먼트를 치른다. 연승을 이어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무대다. 그 첫 시험대는 6월 5일 펼쳐질 한일전이다. 한국이 만약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다음 상대는 ‘세네갈-나이지리아’ 경기의 승자다. 비교적 나쁘지 않은 대진운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U-20 연령별 대회에선 팀 분위기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팀 분위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 그때부턴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게 연령별 대회”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한일전을 승리한다면, 한국 대표팀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8강전도 해볼 만하다. 아프리카 연령별 팀 역시 분위기를 타면 상당히 강해지는 팀이다. 16강 결과가 어찌되든, 8강에서 펼쳐질 ‘아시아 vs 아프리카’ 구도는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U-20 월드컵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았다. 이번 U-20 월드컵 참가팀 가운데 우승 경력이 있는 팀은 3팀(아르헨티나, 포르투갈, 이탈리아)이다. 한국은 그 중 두 팀과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다.
한국 U-20 대표팀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팀’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강팀들 틈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태극전사들의 파죽지세는 이어질 수 있을까. 그 첫 시험대는 6월 5일 한일전이 될 전망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