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라이크기획 합병과 30% 배당 성향 요청
KB자산운용은 5일 SM에 보낸 주주 서한에서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합병과 배당 등을 요청하고 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운용은 이날 SM 지분이 지난달 31일 현재 6.60%에서 7.59%로 0.99%p 늘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KB자산운용은 에스엠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8.07%)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KB자산운용이 3대 주주로있는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섰다. 사진=박은숙 기자
KB자산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SM을 상대로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인세를 문제삼았다. 운용은 “현재 SM은 영업이익 46% 규모의 인세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100% 지분을 가진 라이크기획에 지급하고 있다”며 “이수만 총괄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SM에서 수취하는 인세는 소액주주와 이해 상충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와 오너 간 이해상충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주주소송을 겪게 될 수도 있다”며 “라이크기획과 SM 간 합병과 30% 배당성향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SM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라이크기획은 SM 소속 가수 음반과 SM 제작 음반의 음악자문 및 프로듀싱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SM은 라이크기획에 매출액의 최대 6%를 인세로 지급해왔다. 이에 따라 라이크기획은 지난해 145억 원, 2017년에는 108억 원을 SM으로부터 받아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SM은 2000년 상장 이후 지금까지 배당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KB자산운용은 또 “SM은 레스토랑, 와이너리, 리조트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무리하게 지속해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SM USA 산하 자회사와 에스엠에프앤비는 본업과 관련성이 없고 현재까지 발생한 적자 규모를 고려하면 역량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SM을 퇴사한 이수만 총괄의 개인 취향을 반영한 사업이라는 사실은 구태적인 기업문화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KB자산운용은 “SM 이사회 스스로 경영에 대한 내부 통제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음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 이사후보를 추천해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KB자산운용은 SM에 오는 20일까지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KB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를 가장 활발하게 이행하는 곳으로 꼽힌다.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는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를 운용하며,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가치 제고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주주서한을 보내고 있다.
운용 측은 지난해 컴투스를 시작으로 골프존, 광주신세계, 효성티앤씨, 넥스트아이 등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특히 광주신세계에 비상장 전환을 권고하고, 골프존과 소송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아울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06%)도 이전부터 라이크기획에 대해 지켜봐오고 있었던 만큼 관련 대응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운용사가 합심해 에스엠을 압박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투자밸류운용도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넥센, 세방, 영원무역홀딩스 등에 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