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제왕’ 김래원의 ‘왕의 귀환’…말랑말랑한 로맨스에 거대 스케일 액션+깨알 같은 개그까지
배우 김래원, 원진아, 진선규, 최귀화(오른쪽부터)가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롱 리브 더 킹’ 언론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범죄도시’는 다 잊었다. 새 작품으로, 새 사람들을 만나고 새롭게 들어가야지.” 그의 말처럼, 강윤성 감독의 차기작은 전작을 본 관객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장르로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로맨틱 코미디 메인에 깨알 같은 개그씬과 빼놓을 수 없는 거대 스케일의 액션 씬까지. 어떻게 보면 섞이기 어려운 장르들이 한데 모여 ‘강윤성식 장르물’을 만들어 낸 셈이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카카오페이지의 레전드 웹툰이자 ‘일요신문’ 제1회 만화공모전 대상작 ‘롱 리브 더 킹’을 원작으로 한다. 거대 조직의 보스 장세출(김래원 분)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나 조폭 생활을 청산하고, ‘새 사람’이 돼 국회의원이라는 새로운 길을 걷는 하나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특히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 김래원의 ‘왕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강 감독의 앞선 작품이 ‘범죄도시’였고, “조직의 보스가 등장한다”는 시놉시스로 인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액션이나 느와르의 기운이 강한 작품이 될지 모른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배우 김래원이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롱 리브 더 킹’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로코물’ 기반에 액션과 코미디, 사회풍자가 스며들어 있다. 여기에 더해 강윤성 감독이 직접 “우리 영화는 멜로 라인으로 많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주연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 작품은 멜로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뒷이야기도 나왔다. “조폭이 등장하는 정치물 영화라면 남자를 위한 영화가 아니냐”는 비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연을 맡은 배우 김래원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아 보고 감독님과의 첫 미팅에서 ‘어땠냐’는 물음에 ‘저는 멜로로 받아들였는데 제 주변 지인 분들이나 소속사에서는 전혀 아니다라고 하셨다’고 말씀드리자 ‘래원 씨가 본 게 맞다’고 하셨다”라며 “시사회에서 영화를 직접 보고 나니 감독님이 의도하신 멜로 부분이 잘 살아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와 투자사 관계자들의 만장일치로 장세출 역에 꼽혔던 김래원은 영화에서 그야말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의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그는 “극중 세출의 캐릭터는 굉장히 단순하고 본인이 마음을 먹었다 하면 끝까지 밀고 가는, 어찌 보면 순수하고 강인한 캐릭터다. 이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저는 생각이 많고 깊은 편이어서 세출과 그런 점이 달랐다”며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저도 좀 단순화된 거 같다. 현재까지도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배우 원진아, 김래원이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롱 리브 더 킹’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자칫 남성들의 이야기로만 흐를 수 있는 극의 흐름을 잡는 것은 장세출의 조심스러운 짝사랑 상대, 열혈 변호사인 강소현(원진아 분)이다. “좋은 사람이 돼야만 만나주겠다”며 장세출의 변화를 이끌어 낸 그의 ‘터닝 포인트’이자 정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대쪽 같은 모습으로 극중 진지함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출과의 서툰 애정 표현 씬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귀여움’도 함께 담당해 딱딱하게 굳어지기 쉬운 스토리의 양념 같은 존재로 활약한다.
원진아는 “감독님께서 멜로 라인을 강조하시면서 ‘사랑으로 인해서 사람이 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그 부분은 놓치지 말자’고 하셨다”며 “사실 촬영하면서 애정 씬이 많다거나 하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아서 ‘이게 멜로 라인이 맞나? 내가 잘 연기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를 보니 감독님이 어떤 부분을 멜로로 잡으셨는지 알겠더라. 표현이 잘 된 거 같아서 안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화의 분위기는 악역을 맡은 배우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악당은 악당답게” 라는 클리셰가 먹히지 않는 것도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이 보여주는 차별점이다.
배우 진선규가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롱 리브 더 킹’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범죄도시’에서 잔인무도한 조선족 악당 위성락 역으로 강윤성 감독과 합을 맞췄던 배우 진선규는 이번 작품에서 악역이자 세출의 적대 조직 보스 조광춘으로 열연을 펼친다. 그런데 이 악당, 어딘지 모르게 짠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허당이다. 진선규가 등장하는 씬 마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는 것은 이제까지 그의 배역에서 보기 어려웠던 원초적인 개그 덕분일 것이다.
진선규는 “감독님이 촬영 당시 ‘이 영화는 로맨스 위주이기 때문에 범죄도시 때와는 다른 악역, 다른 나쁜 스타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주셨다”며 “그러다 보니 광춘이는 뭔가 (나쁜 짓을)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그런 캐릭터가 됐다. 그래서 더 짠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광춘이는 세출이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진 캐릭터다. 저도 래원 씨를 보면 라이벌까진 아니지만 그 매력 있는 눈빛이 너무 부럽다. 제가 어떻게 뛰어넘을 수 없는 거라서 더 부러운 것 같다. 저도 나중에 멜로 영화를 한 번 하고 싶다”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배우 최귀화가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롱 리브 더 킹’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광춘이 세출의 ‘조직 라이벌’이라면 최만수(최귀화 분)는 ‘정치 라이벌’이다. 완벽한 악덕 적폐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보여준 배우 최귀화는 진선규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는데 저도 최만수를 보고 왠지 마음이 짠하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귀화는 “사실 최만수가 가야 할 기본적인 방향성은 호감적인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비인간적으로 보이려고, 나빠 보이려고 연기를 했는데 영화를 보니 왜 마음이 짠한지 모르겠다”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회의원 역’에 매력을 느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을 선택했다는 그는 “사실적인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인지 영화를 보다 보면 최만수의 얼굴에서 자꾸 실재하는 국회의원들의 얼굴도 하나씩 떠오른다. 너무 여러 명이 겹쳐 보여서 딱 한 명 만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한편, 영화가 전반적으로 멜로 노선을 따르고 있긴 하지만 ‘액션 맛집’ 강윤성 감독의 차기작인 만큼 액션에 대한 언급도 빠질 수 없다. 특히 이전부터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였던 목포대교 버스 씬과 김래원‧진선규의 1대 1 대결 씬은 로맨스와 코미디가 아닌 다른 악센트를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 좋은 눈요깃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가운 카메오 출연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포인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