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지원 등 이유 사실상 영업시간 강제 등 진짜 문제는 빠져…“본사 꼼수는 못막아”
제정안을 마련한 까닭은 포화 상태에 다다른 프랜차이즈 편의점 업계의 무분별한 신규 점포 억제와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대부분 자영업자인 편의점 가맹사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가맹본부의 횡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수는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포화 상태’라는 지적에도 올해 1분기 주요 프랜차이즈 편의점 5사(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의 매장 순증 수는 582개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특히 수도권은 자율경쟁을 넘어 출혈경쟁으로 들어선 곳이 많다”며 “이젠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영업 대신 기존 가맹점의 매출에 좀 더 신경 쓰자는 공감대가 업계에 생겼다”고 말했다.
취지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해 현장에서는 제정안이 ‘자율규약’인 탓에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심야시간대 영업 강요 금지, 영업위약금 감경 등은 이미 가맹사업법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라며 “전기료 지원 등을 이유로 사실상 영업시간을 강제하는 탈법행위나 점주의 손실로 폐점하는 데 본사의 수익 분을 보장하는 등 실제 문제가 되는 내용은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편의점을 5년간 운영한 한 점주는 “인근에 편의점이 너무 많아져서 수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자율규약이 생겼다고 들었지만 이미 매장이 들어설 만큼 들어선 상황이라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가까운 곳에 몰려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연합뉴스
한편에서는 일괄적으로 출점에 제한을 두면서 자영업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자율규약이 시행된 이번 1분기에 출점과 관련된 문의 전화가 많아졌다”며 “슈퍼마켓을 운영하다가 경쟁력이 없어서 편의점으로 전환하고 싶은데 인근에 이미 편의점이 있어서 매장을 낼 수 없다며 억울해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가맹본부 관계자는 “자율규약 시행 이후 출점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졌다”며 “매장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와도 자율규약에 걸려 본사에서 못 내주는 경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시장 포화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편의점 가맹본부도 다양한 활로를 모색 중이다. 반값 택배, 세탁 등 서비스를 매장에 도입하거나 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개별 매장에 닥친 어려움이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대구의 한 편의점주는 “본사에서 추천하는 커피 머신, 오븐기 등을 구비했지만 결국 모든 매장이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매출에는 소용이 없었다”며 “편의점은 아무리 노력해도 매장 자체가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꼭 규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본사는 확장을 통한 적자경쟁이 합리적인가 내부적으로 고민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편의점이 안고 있는 문제에는 국가의 노동 정책, 최저임금의 양면성, 은퇴 후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높은 비율의 인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우리나라 자영업의 총체적인 문제가 응축돼 있기 때문에 자영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현 인턴기자 bohyun390@naver.com
편의점 증가와 점포당 매출의 상관관계 “파이는 커졌는데 실속은 없다” 주요 프랜차이즈 편의점 5사의 전국 편의점 수가 올해 1분기 기준 4만 2000개를 넘어섰다. 2016년 1분기에 3만 개를 돌파한 지 2년 만에 1만 개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편의점 수의 증가 원인을 ‘쇼핑 구조의 변화’로 본다. 마트나 슈퍼마켓을 이용하던 4인 가족 대신 간편하게 편의점을 이용하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담배, 주류가 편의점의 주요 상품이었다면 지금은 도시락,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대형마트나 온라인 유통업체와 경쟁하려면 편의점은 ‘가까이 있다는 점’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체 편의점 수가 늘고 있는 것과 달리 개별 점포 수익은 오히려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 시장의 확대가 개별 점포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지난 4월 기준 전체 편의점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1%로 증가했다. 국내 편의점 프랜차이즈 중 매장 수가 가장 많은 BGF리테일(CU)와 GS리테일(GS25)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6.8%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포당 매출액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2월 점포당 매출액이 0.4% 하락한 데 이어 3월에는 1.3%, 4월에는 1.2%가 하락했다. 올해 4월 점포당 매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60만 원 적은 5019만 원이다.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주는 “본사의 점포 확장이 개별 점포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타 브랜드 편의점뿐 아니라 동일 브랜드 편의점도 경쟁자”라고 말했다. 이 점주는 또 “이 근처에만 편의점이 10개가 넘는다”며 “가까이에 새로운 편의점이 들어설 때마다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데 본사는 사실상 책임지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본부가 상생협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사실 점주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며 “편의점은 대표적인 을과 을의 대립으로 연상되는 만큼 본사가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철저한 상권분석을 통해 출점을 결정해야 하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심야 미영업을 권유하는 것 외에 본사에서 다른 방향으로 채울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현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