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10년 간 SM으로부터 816억 원 챙겨...배당은 상장 후 단 한 차례도 없어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버닝썬 사건 영향을 받으며 연초 이후부터 맥을 못추던 SM주가는 최근 연일 상승세고, 증권가도 SM의 목표가를 올려 잡았다. 이번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결과적으로 SM의 영업이익과 주주가치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5일 SM엔터테인먼트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이수만 회장이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부당하게 이익금을 편취하는 것을 중단하고, SM과 합병하라는 게 이번 주주서한의 핵심이다. 다음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참여를 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KB자산운용은 행동주의 펀드(KB주주가치포커스)를 통해 SM 지분 7.59%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사진=일요신문 DB
# SM에서 816억 원 챙긴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
SM엔터테인먼트는 1995년 이수만 회장이 설립했다. 1996년 H.O.T.를 데뷔시킨 이후 소속 아티스트들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건 2000년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1조 600억여 원으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통한다.
도마에 오른 라이크기획은 SM엔터테인먼트 설립 2년 뒤인 1997년 설립됐다. 일종의 외주업체다. SM 소속 가수 음반과 제작 음반 전반의 음악 자문 및 프로듀싱 업무를 맡고 있다. 라이크기획에 대해 외부에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사업장 주소가 SM엔터테인먼트 본점 주소지인 SM빌딩이라는 점, 법인이 아닌 이수만 회장 개인사업체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 전부다.
중소벤처기업부 중기현황시스템에도 라이크기획의 기업정보는 대표자인 이수만 회장 외 다른 경영진 정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SM 측은 라이크기획이 이 회장 개인회사인 만큼 사업체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으며 SM-라이크기획 간의 계약 내용은 대외비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현재 SM에서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지만 2010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SM으로부터 월급은 받지 않고 있다. 다만 라이크기획의 수익은 모두 SM에서 나오고 있다. 음악 자문 및 프로듀싱을 하면서 SM으로부터 인세를 받는 형식이다. 2014년까지는 SM의 음반 매출에 대해 15% 가량을 받다가, 2015년부터 총매출에 대해 받기로 적용했다. 인세는 6%로 줄였지만 전체 매출에 대해 받는 만큼 받는 돈은 크게 늘었다. 가령 SM이 100억 원 어치 매출을 올린 경우, 이익이 전혀 나오지 않아도 라이크기획은 최대 6억 원의 인세를 받는다.
문제가 된 건 라이크기획이 SM으로부터 매년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SM 영업이익의 약 45%의 금액이 이 회사로 흘러들어갔다. 2014년 75억 원에 이어 수수료 적용 방식을 변경한 2015년 99억 원으로 올랐다. 2017년엔 108억 원을 가져갔는데, SM 연간 영업이익 109억 원과 비슷한 규모다.
2018년엔 전년과 비교해 34.4%가 늘어난 145억 원을 챙겼다. 올해 1분기에도 33억 원에 달하는 인세를 받았다. 역시 SM 1분기 영업이익 28억 원(연결 기준)을 넘었다. SM으로부터 10년 동안 라이크기획에 흘러들어간 돈은 약 816억 원으로 알려졌다.
SM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아닌 만큼 사익편취 규제 조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SM은 매년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지난해 SM의 매출액은 6122억 원, 영업이익은 47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8%다. 업계 2위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액 1248억 원, 영업이익 287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3.03%을 기록했다. 2017년 영업이익률은 SM 2%, JYP 19%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이크기획에 거액의 회삿돈이 들어가고 있지만 SM은 2000년 상장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며 ”주주들 사이에선 사실상 내부거래로 SM 수장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회장이 모든 걸 독차지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업계와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 행동주의 펀드 공격에 시장 출렁
KB자산운용이 SM에 보낸 주주서한의 핵심도 이 지점이다.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SM에서 받는 거액의 인세는 전체 주주들과 이해 상충된다는 게 KB 측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KB 측은 “라이크기획과 SM 간 합병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합병을 통해 이수만 회장이 SM 내부의 총괄 프로듀서로 돌아와 그에 맞는 대우를 받고, 주주로서 배당과 자본차익을 통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배당에 대해서도 ‘배당성향 30%’를 요청했다.
KB자산운용은 SM 본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KB는 “SM은 현재 레스토랑, 와이너리, 리조트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연관이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적자가 확대 됐고, 그 규모를 보면 역량도 부족하다”며 “이 사업들이 이 회장의 개인 취향을 반영한 사업이라는 사실은 구태적인 기업문화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SM 이사회 스스로 경영에 대한 내부 통제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음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20일까지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SM 관계자는 “주주서한과 관련한 내용과 입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한 답변 기일은 오는 20일까지다.
그동안 시장에서 떠돌기만 했던 문제가 공식적으로 회사 측에 제기되자, 주식 시장도 들끓었다. 지난해 11월 5만 6900원에 거래됐던 SM 주식은 엔터업계 전반으로 번졌던 버닝썬 게이트와 SM의 1분기 어닝쇼크가 겹치면서 지난 5월 27일 3만 원대로 급락했다. 하지만 KB자산운용이 공개 주주서한 발송 검토가 시장에 알려지면서 지난 5월 30일부터 5거래일 간 약 20% 급등했다.
펀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도 이 기간 SM 주식을 412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가 역시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 발송 직후 SM의 일부 적자 자회사만 정상화 돼도 올해 영업이익이 현재의 예상치보다 36%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취지로 SM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올려 잡았다.
SM이 KB자산운용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SM의 4대 주주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06%)도 KB자산운용 측에 협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튜어드십코드를 강조하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8.07%)의 합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까지 덩달아 높아졌다.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3곳의 지분을 합하면 19.72%로, 최대주주 이수만 회장 측의 지분(19.08%)을 넘는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수만 회장의 이해관계는 매출이 늘어나는데 있고, 다른 주주들의 이해관계는 이익과 배당성향이 중심이라, 현재 사업 구조대로라면 주주들 사이의 이해상충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SM과 라이크기획의 사업구조가 정리된다면 SM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배당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