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직전 “질문 안 받는다” 일방 통보...기자단 항의에도 입장 고수
법무부는 12일 오후 2시 30분 박상기 장관의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 활동 종료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취재진은 비출입 기자 1명과 사진 및 영상 촬영 기자 등이 전부였다. 40개 언론사, 260여 명의 법무부 출입 기자단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법조기자단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과거사위 활동 종료 관련 브리핑을 강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법무부는 기자회견을 자처해 지난 11일 일정을 공지한 데 이어 다음날인 12일 기자회견 1시간 전인 오후 1시 13분 기자단에 추가 공지를 했다. 법무부는 “발표 이후 장관과의 별도 질의·응답 시간은 마련되지 않을 예정”이라며 “브리핑 관련 질의는 대변인과 홍보담당관 등에게 해달라”고 밝혔다.
기자단은 검찰과거사위 활동 기간 각종 논란이 있었고, 활동 종료 이후에도 잡음이 계속 되고 있는 만큼 질의응답을 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브리핑 시작 15분 전 ‘박 장관이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있으며,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현장에서 질의응답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며 질의응답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기자단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박 장관의 발표 내용 및 보도자료 등 역시 보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보이콧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법무부 출입 기자가 한 명도 없는 브리핑룸에서 준비해온 발표문을 약 10분 간 홀로 읽고 퇴장했다.
기자단은 박 장관의 질의응답 거부에 대해 항의했지만 법무부는 대변인 등을 통해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박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2017년 12월 발족해 1년6개월여 간 활동을 한 과거사위 조사결과와 권고 등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짚고 대책안 등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과거사위는 일부 조사 대상 사건에서 잘못된 수사와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기도 했지만, 다른 사건들은 활동을 마친 이후에도 각종 논란이 계속 되고 있어서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고 장자연 씨 성접대 의혹 등의 경우 과거사위가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의혹을 수사하라고 검찰에 권고·촉구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진술을 외부에 공개하면서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수사 권고 또는 촉구 대상 관계자들은 과거사위 조사 결과를 부인하며 각각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은 과거사청산을 비롯한 검찰개혁을 주도하며 과거사위 활동을 총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무책임한 태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과거사위원회와 관련한 잡음과 비판 등을 피하기 위해 ‘나홀로 기자회견’을 감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장관 등 고위공직자의 기자회견이나 언론 대상 브리핑엔 질의응답이 포함된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전에 출입기자단과의 협의를 거치거나 그 배경을 설명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직접 답해왔다.
기자단에선 청와대 출입기자들 상대로 미리 약속된 질문만 받아 비판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빗댄 비판도 나왔다. 박 장관의 브리핑 형식이 ‘박근혜 브리핑’보다 후퇴했다는 얘기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