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광장 환영행사 성황…‘악플 세례’ 김정민엔 위로와 환호
선수들로부터 예정에 없던 헹가래를 받는 정정용 감독. 사진=임준선 기자
[일요신문]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다.”
정정용 감독은 “백성이 있어야 임금이 있는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날 새벽 격전지 폴란드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이들은 공항에서 인터뷰를 가진 후 쉴새없이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선수단이 도착하기 전인 11시 무렵부터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FIFA 주관 남자대회 최초 준우승 신화를 달성한 주인공들을 직접 두눈으로 보기 위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현장을 찾았다.
환갑을 훌쩍 넘겼다는 김 아무개 씨는 “선수들 보려고 경기도 여주에서 왔다”면서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기특하다. 지난 한 달간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모자가 함께 현장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이 아무개 씨는 “수능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아들이 ‘선수들이 나랑 같은 또래’라면서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하더라. 나도 경기를 함께 보면서 덩달아 힘이 났다. 아들과 함께 선수들을 직접 보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이외에도 근처를 지나던 많은 행인들이 선수들을 알아보고 가던길을 멈췄다.
정 감독 이외에도 공오균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21명의 선수들이 각각 소감을 말하고 팬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질문은 사전에 소셜미디어 등으로 받았다. 짧은 시간에도 약 2000여 개의 질문이 댓글로 달려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지난해 월드컵, 아시안게임에서 명승부가 이어지며 대표팀 축구는 새로운 팬층을 만들었다. 마치 아이돌 팬덤과 같이 젊은 여성들이 ‘축구팬’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날 또한 많은 여성팬들이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선수들의 말 한마디에 환호를 보냈다. 전세진에게 행사 진행을 맡은 김대호 아나운서가 대회 중 눈물을 흘렸던 장면을 언급하자 안타깝다는 듯 위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큰 주목을 받은 인물 중 하나인 골키퍼 이광연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방으로 “에콰도르전 마지막 슈팅”을 꼽았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승부를 지켜낸 선방이었다.
이강인은 지난 결승전 이후 받은 골든볼 트로피와 함께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미드필더 김정민에 많은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그는 경기 중 몇가지 실책성 플레이로 일부 팬들의 큰 질타를 받고 있었다. 1-3 패배로 마무리 된 지난 16일 결승전 이후에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플레이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다수였다. 이와 관련해 정정용 감독도 “비판과 비난은 나에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위로라도 하듯 김정민이 행사장 무대에 등장하자 더욱 큰 환호성 퍼졌다. 골든볼 수상과 함께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강인 못지 않은 소리였다. ‘이강인이 가장 귀여울 때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은 그는 밝게 웃으며 “한국말 할 때 어눌한 점도 그렇고 항상 귀엽다”고 답했다.
행사 말미에는 깜짝 헹가래가 진행되기도 했다. 정정용 감독은 아쉬운 점으로 “우승을 못해봤다는 것”이라며 “지난 2년간 팀을 이끌며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과 이번 대회 모두 준우승으로 헹가래를 못해봤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몇몇 선수들은 당장이라도 하겠다는 듯 엉덩이를 들썩였다. 이어 주장 황태현이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더니 “우승하면 헹가래 해드리려 했는데 못해서 선수들도 아쉽다. 여기서 한 번 하고싶다”며 즉석에서 헹가래를 제안했다. 그 즉시 21명이 선수들이 모여 정 감독을 들어 올렸다.
선수들은 현장을 떠나는 마지막까지 팬들과 함께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코칭 스태프까지 대회에 참가했던 모든 이들이 소감을 밝히고 행사가 마무리됐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간의 포옹을 마무리로 선수들은 무대에서 내려갔다. 이들이 버스를 타러 가는 통로에도 팬들이 진을 쳤다. 마치 아이돌이 오가는 음악방송 출근길을 방불케 했다. 선수들은 현장을 떠나는 마지막까지 팬서비스에 여념이 없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