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한투증권 경영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금융위 제재 여부 26일 최종 결론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9일 이 사건의 제재 여부 확정을 위한 금융위를 개최한다고 ‘일요신문’에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처음으로 열린지 6개월 만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박은숙 기자
자본시장법은 발행어음 같은 단기금융업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투증권이 지난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 원을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주면서 일어났다. 이 SPC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고, SK실트론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이 ABSTB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SPC와 최태원 회장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TRS란 주식 매입자와 매각자가 투자로 인한 수익과 위험을 나눠 갖는 파생상품이다. 최 회장은 주가 변동에 따른 수익과 리스크를 책임지는 대신, 자기자본 없이 SK실트론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SK실트론 주식 지분 소유권은 SPC에 있지만 향후 기업가치 향상에 따른 차익은 고스란히 최 회장 몫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SK그룹과 최 회장이 2017년 당시 LG그룹으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약 1조 원에 사들인 실트론의 기업가치는 현재 5조 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경제개혁연대는 “SK가 최 회장에게 향후 상당한 이득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SK실트론 지분 인수기회를 제공해 최 회장에게 회사 기회를 유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고, 현재 공정위 기업집단국 쪽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확정은 금감원과 금융위 관련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한투증권에 기관경고,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지한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지난 4월 한투증권 제재와 관련해 안건 상정을 수차례 미뤄 오다 지난 4월 기관경고, (금융위)에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 건의, 임직원 주의 및 감봉을 결정했다. 사전통지됐던 임원해임 권고나 일부 영업정지는 빠져 당초 징계안보다 훨씬 가벼운 수준에 그친 금감원 제재심의위의 결정이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로부터 보고를 받은 금융위는 이 사건을 산하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배당했다. 증선위는 지난 5월 22일 “해당 TRS 계약이 개인에 대한 매수선택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고 담보 제공을 통해 개인이 신용위험을 전부 부담하며 TRS 계약을 체결한 SPC는 사실상 법인격이 남용되고 있다”며 한투증권에 과태료 5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박정훈 기자
증선위는 개최 당일 이 건을 포함해 한투증권에 대한 총 4건의 위반 건을 제재했다. 증선위는 한투증권이 지난 2016년 11월 7일 계열사인 베트남 현지법인에 399억 원을 대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계열사 신용공여 제한’ 위반 사안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보고 38억 5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증선위는 또 한투증권이 월별 파생상품 업무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장외파생상품의 중개 및 주선 거래내역을 누락한 것에 대해서도 과태료 4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하기로 했다.
또한 증선위는 한투증권이 D 사 사모사채 90억 원을 인수해 같은 날 30억 원을 D사 계열에 매도한 것에 대해 과태료 275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증선위가 한투증권에 과징금과 과태료를 포함해 총 40억 원 규모의 제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증선위의 조치 내용은 금융위의 의결을 거쳐야만 확정된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지난 5월 30일과 6월 13일에 금융위가 열렸지만 증선위가 상정한 4건의 한투증권 제재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오는 26일 개최되는 금융위에 한투증권 제재안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사안은 검찰에서도 수사가 진행중이다. 증선위가 한투증권에 대한 제재 방침을 확정한 이후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유상호 부회장과 정일문 사장 등 한투증권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사건은 지난 5월 말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조남희 금소원장은 “수사 초점이 흐려질 수 있어 차후에 최태원 회장과 금융위에 대해서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투증권 관계자는 “아직 어떤 것도 확정된 게 없다. 금융위의 의결 내용이 나와야 당사의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