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복귀 ‘불발’ 신동주 “롯데그룹 경영 안정화 위해 다각적 노력할 것”
롯데지주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26일 도쿄 신주쿠 사무실에서 2019년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은 롯데 경영권의 향배를 결정한다. 특히 이번 주총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돌아온 이후 처음 참석하는 주총이고, 형제간 분쟁이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롯데홀딩스는 이날 ‘이사 5명 선임안’ 등 회사가 제안한 4개 안건 모두 과반수 찬성으로 승인됐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등이 이사직에 재선임 됐다. 반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제안한 자신의 이사직 복귀 안건은 부결됐다. 형제들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3년 넘게 지속해온 롯데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예상했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6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이사직 재선임이 승인 됐다고 밝혔다. 사진=최준필 기자.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다툼이 불거지기 시작한 2014년 말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은 물론 자회사의 임원직에서도 해임됐다. 이후 2015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총 5번에 걸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고 본인을 포함해 새로운 경영진을 뽑아야 한다는 제안을 해왔다. 그러나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표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그러자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선 입장을 바꿨다. 자신의 경영 복귀 의지는 유지하지만 신동빈 회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제안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화해 제안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자필 화해 편지’와 ‘대법원 탄원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동생 신동빈 회장과의 화해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화해 제안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자필 편지의 경우 화해를 요청하는 형태였지만 핵심 내용은 대부분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신동빈 회장에게 직접 화해를 요청하기 보다 언론을 통해 먼저 화해 제안을 공개하는 방식도 진정성에 의문을 남겼다.
이번 주총에서 해임안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선 롯데그룹 측에서도 차가운 반응을 보냈다. 신동빈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이었던 만큼 해임안을 낼 필요가 없었는데도 이를 화해 제안으로 ‘포장’했다는 지적이다. 신동빈 회장도 신 전 부회장의 화해 제스처에 답변하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한일 양국 대법원은 신 전 부회장에 대한 롯데홀딩스의 해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경영자로서 부적격하며 해사 행위를 했다는 내용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신 전 부회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사이 반대로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0월 석방 된 이후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다.
그런데도 신 전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경영 복귀를 시도하는 명분은 ‘화해를 통한 롯데그룹 구조조정’이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현재 구조를 해소하는데 일조하겠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이 제안하는 경영권 분쟁 종결 및 안정화 방식이었다. 구조조정을 통해 매출이 4조 원 수준인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하고, 매출 100조 원 수준인 한국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경영하자는 게 핵심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이종현 기자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 와 호텔롯데를 양대 축으로 나눠져 있다. 문제는 호텔롯데 대주주가 일본 롯데라는 점이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4%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롯한 기타 인사가 34%, 일본 경영진이 53%를 보유 중이다. 반대로 신 전 부회장은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 당시 주식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한국 내 대부분의 주식을 처분했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의 롯데지주 보유 지분율은 0.2%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하고 주요 계열사를 지주 밑으로 두는 지배구조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계열사들이 지분 99%를 가지고 있고, 다시 호텔롯데는 일부 롯데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또한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 등 자회사를 통해 롯데지주의 지분 16%를 가지고 있다. 결국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의 손에서 벗어나려면 호텔롯데를 핵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입지가 좁아지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경영 복귀를 시도한 이유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과 롯데 측은 다른 방식으로 일본롯데와의 연결고리를 해소할 방침이다. 호텔롯데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일본롯데 지분을 줄이는 방식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6년 한 차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카드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지만, 신 회장의 수감과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면세점 업황이 크게 기울면서 상장이 보류됐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으로 롯데그룹이 일본롯데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거나 독립하게 되면 앞서의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제안은 힘을 잃게 되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여지도 완전히 사라진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최근 중간배당을 약속하고 및 롯데유럽홀딩스 지분을 호텔롯데에 매각하는 등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도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향후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주주들에게도 신동빈 회장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앞으로 롯데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화해는 ‘가정사’로 더욱 엄격히 구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 직후 ‘주식회사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의 결과 및 과거 경위와 향후 방침에 관한 안내말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공개했다. 그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대립을 해결하고 앞으로도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지난 1년 여 동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화해안을 제안해 왔다”며 “답변 기한으로 제시한 6월 말일까지 답변이 없다면 최대주주로서 롯데그룹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