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실적 악화에 업계 불황…셰일가스 새로운 성장 동력 여부 초미 관심사
국내 재계 총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동빈 회장을 특별히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동빈 회장은) 너무 훌륭한 일들을 성취를 했는데 이 앞에서 같이 말씀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신 회장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서 3조 6000억 원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신 회장의 투자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공장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루이지애나 주에서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2016년 착공한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EG) 공장이 약 3년 만에 준공식을 갖고 상업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이 공장에서는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 분해를 통해 연간 100만 톤(t)의 에틸렌과 70만 t의 EG를 생산한다.
이미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31억 달러에 달하는 이번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 투자이자 한국 기업이 미국의 화학공장에 투자한 것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고 환영했다. 신동빈 회장도 “세계 수준의 석유화학 시설을 미국에 건설, 운영하는 최초의 한국 석유화학 회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 발전은 물론 한국 화학 산업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 “추가적인 대미 투자 방안을 검토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내용에 대해서는 “몇 가지를 검토 중”이라고 짧게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기에 국가를 이끄는 마인드도 기업인과 같은 마인드로 보인다”며 “이번 방한에서도 대북관계 등 외교적 문제보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에 더 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사실 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루이지애나 공장 건설을 위해 오랜 준비를 해왔다. 2014년 2월,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 사와 ECC 공장을 합작 건설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고, 같은해 4월에는 미국 법인 ‘LOTTE Chemical USA Corporation’을 설립했다. 2015년 10월에는 공장 건설을 위한 법인 ‘Lotte Chemical Louisiana LLC’를 설립했고, 2016년 6월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롯데케미칼 미국 법인은 루이지애나 공장을 짓는 동안 미국 현지에서 큰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롯데케미칼 미국 법인은 2015년 327만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6년 24억 원, 2017년 149억 원, 2018년 15억 원의 적자를 거둬 그간 롯데케미칼 실적에 악영향을 끼쳐왔다. 손실을 감수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만큼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루이지애나 공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북미지역은 정책적으로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 유가 폭락에 큰 영향을 미쳤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셰일가스의 인기가 줄어드는 등 석유화학 시장이 혼란기를 겪기도 했다. 롯데케미칼도 “2014년 하반기부터 저유가로 셰일가스가 원가경쟁력을 상실하자 글로벌 기업들의 7개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등 대외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대한석유협회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2023년까지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2017년 약 7600억 ㎥에서 2023년 9200억 ㎥ 이상으로 증가해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애팔래치아 및 퍼미안 분지의 셰일가스는 미국의 가스 생산증가의 주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2025년을 기점으로 셰일에너지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대 중반에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0년대 중반 하루 920만 배럴 생산에서 2030년 하루 150만 배럴 생산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WSJ의 분석대로라면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2020년대 중반까지 루이지애나 공장에서 최대한 많은 수익을 거두는 것이 좋다.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은 3조 7218억 원의 매출을 거둬 지난해 1분기 4조 1232억 원에 비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620억 원에서 2957억 원으로 줄었다. 더구나 증권가에서는 최근 업계 불황으로 인해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다운스트림 제품이 무역분쟁으로 인한 구매심리 악화와 신증설에 따른 공급증가로 수급이 악화되고 있다”며 “향후 수 년간 지속될 미국발, 중국발 및 정유사발 석유화학 증설의 물결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의) 주요 제품의 시황은 장기간 하락기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케미칼은 루이지애나 공장을 통해 연간 80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또 원료, 생산기지 및 판매지역 다변화를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과 실적 안정화 효과도 노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투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만 받고 끝날 것인지, 아니면 롯데케미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