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편입, 완전 민영화 과정서 대규모 주식 풀려...‘오버행’ 해소가 관건
최근 금융지주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우리금융지주가 주가에 발목이 잡힐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우태윤 기자
우리금융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금융권 안팎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4년여 만에 지주 체제를 다시 갖춘 이후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어서다. 은행 중심의 사업 구조를 벗어나 부동산신탁, 캐피탈, 저축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보험사 등까지 범위를 확장하면서 종합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데, 이 작업 속도가 당초 업계 예상보다도 빨라 일각에선 “벌써부터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예상과 달랐던 흐름은 또 있다. 우리금융의 ‘광폭 행보’에 비해 시큰둥한 시장 반응이다. 지난 2월 지주사 전환 이후 새롭게 상장된 이후 1만 6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최근 1만 3000원~1만 4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올 들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네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총 5만 8127주 매입하며 주가 관리에 나섰지만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작업과 밀접하고, 민감하게 연결된다. 주가가 낮을수록 주식이전비율은 높아져서다. 이 경우 지주사 입장에선 자회사 편입을 위해 부담해야 할 현금과 자사주 물량이 늘어나게 된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시장반응을 ‘오버행’ 우려 탓이라고 보고 있다. 대량의 우리금융 주식이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시장에 풀릴 것이란 예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6월 21일 우리금융이 결정한 우리은행 산하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의 자회사 편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우리종금과 우리카드 자회사 편입은 시간을 두고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오는 9월까지 편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우리종금의 경우 지분 59.83%를 현금 40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지주사 체제 구축을 위해 실탄을 충분히 확보해 둔만큼 우리종금만 보면 자회사 편입은 오는 9월까지 무난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대신 대량의 신주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우리금융이 인수하려면 약 1조 2000억 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 지분 확보 대금의 절반을(5984억 원)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우리금융 신주 4210만 3000주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은행은 지주사 지분을 가질 수 없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으로부터 받은 지분을 6개월 내에 시장에 매물로 내놔야 한다. 금융권에선 현재 우리금융의 작업 속도라면 2020년 초에 4210만 주에 달하는 대량의 주식이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의 핵심 작업인 정부의 출자 지분 전량 매각까지 겹쳤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1998년 외환위기로 우리금융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모두 털어내기로 결정했다.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갖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18.3%를 처분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는데, 오는 2022년까지 3년간 최대 10%씩 쪼개 팔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민영화가 지지부진했던 만큼 “우리금융 주가가 떨어져도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이상은 계획대로 매각 하겠다”며 주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투자자들을 찾아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이미 일부 전략적 투자자들과 접촉을 시작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측은 오버행 우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오버행 우려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오히려 우리금융 체질 개선이 이러한 우려를 상쇄할 수 있다는 쪽에 조심스레 힘을 싣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매물로 나오는 시점과 누가 사들이느냐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수 있지만, 모두 시장에 미리 알려졌던 내용들이었던 만큼 충격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우리금융이 은행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고, 근본적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큰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와 우리금융이 각각 시장 예상보다 빠른 결정을 내린 건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한 모양새가 됐다”며 “향후 진행될 M&A 등에서 심각한 돌발 변수가 있지 않는 한 계획이 틀어지는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